사례뉴스 오피니언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죄송합니다의 미학
감사합니다의 기적
직장생활도 어느덧 10년 차로 접어든다.
이제는 내가 눈치를 봐야 할 사람보다 내 눈치를 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만큼 나이도 직급도 찼다는 말이겠지.
언제부턴가 일 좀 한다는 사람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자동으로 먹는 나이 탓인지 아니면 어렵사리 올라온 직급의 문턱 때문인지 모르겠다. 나도 모를 초조함에 숨이 가쁘다. 잘하는 사람이라도 붙들고 늘어져야 마음이 놓였다. 이제는 실수를 해도 예전처럼 당당하지 않고, 모른다는 말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열심히 보다는 그냥 잘해야 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인가 싶다.
일 잘하는 사람, 줄여서 일잘러라고 하겠다. 나는 그들을 개인적인 기준으로 골랐다. 주변의 평판과 입소문, 사적인 감정을 조금 더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월급 명세서를 까라거나 윗사람의 평가를 직접 들어 볼 수가 없으니까. 나름 오랫동안 고심하며 만들었기에 정확성은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들을 관찰하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글에는 2개만 쓰고 나머지는 다음글로 미루도록 하겠다. 그럼 어떤 점이 있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로 그들은 사과를 잘했다. 일잘러들은 특유의 입버릇이 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가 그랬다. 의외였다. 내가 그들처럼 일을 잘했다면 쉽게 말하지 못했을 문장이다. 잘하는 만큼 자존심이 높을 거라 생각했다. 그들은 달랐다. 어떤 위치라도 자신의 잘못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으니까.
서로 잘잘못을 따지느라 정신이 없을 때, 그들은 해결책 찾기에 열중했다. 잘못한 거는 잘못한 거고, 거기에 자기감정을 쏟아봤자 낭비될 것임을 아는 듯한 눈치다. 맞는 말이다. 끝까지 잘못이나 따지고 손가락질해 봐야 남는 것은 없다. 서로 마음만 상하고 일도 산으로 간다.
무리 속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일이 잘 풀린다. 그 사람이 사과를 했으니까 다른 사람은 잘못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과하기는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 한 명이 걸리면 다른 사람도 걸린다. 사과의 포문이 열리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실 모두를 감염시켜 버린다. 모두가 가해자다. 쌍방과실 같으니 일이나 해결하자고 다 같이 마음먹는다.
두 번째로 그들은 감사할 줄 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문장 끝 마침표처럼 자연스럽다. 듣는 사람이 다 미안할 정도. 그렇다고 해서 성의 없이 말한다거나 인사치레 정도로 표현하지 않는다. 정말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인 거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일한 짬밥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참 마법 같다. 누군가와 다툼에 씩씩대다가도, 감사합니다 라는 말 한마디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사소한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니. 그저 마음이 순해진다. 대화를 끝내기 전에 더 도와줄 것은 없는지 찾아본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 더 베풀어 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고, 또 배품을 받으면 더 크게 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는가.
감사의 선순환 속에서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좋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이 받은 것 이상을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은, 반드시 그만큼의 행운이 따랐다. 행운이라는 것도 로또처럼 없던 게 나타난 운이 아니다. 주변에 골고루 나눠준 덕이 차고 넘쳐서 돌려받는 이치 같다.
일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AI처럼 빈틈없이 일한다고 해서 다 잘하는 게 아니더라. 사람이 별로면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을 숱하게 봤다. 그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말만 했다. 저 사람은 나보다 일도 못하는데 성과가 좋다며 푸념한다.
일은 그냥 되는 게 아닌 거 같다. 사람 곁에 사람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기본적인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 옆에는 그저 한숨과 불행만 늘어갈 뿐. 인복은 점점 줄어든다. 관계의 가난은 곧 사람의 가난으로 이어지고, 돈의 가난으로 이어진다.
이 외에도 일 잘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충분히 더 있다. 다음 글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다.
일 잘하는 사람 공통점 그 첫 번째 이야기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사례뉴스 (ca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