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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Feb 07. 2024

브런치에다 글 쓰며 느낀 것들

 브런치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참 많다.

이렇게나 좋은 글이 많은데, 내가 머라고 또 왜 써야 하나 이런 생각마저 든다. 고심하며 쓴 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저만치 아래로 내려간 걸 보고 한숨짓곤 했다.


브런치는 사실 돈을 전재로 하는 플랫폼은 아니다. 연재나 소액의 금액을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은 근래의 일이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이룬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누군가의 볼멘소리에 반응하는듯하다. 물론 이런 방법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쓰면 따라오는 보상이 더 잘 쓸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되니까.


나는 브런치에다 글을 쓰면 여러 생각을 한다. 내가 글을 쓰면 정말로 내 글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향기에 이끌려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고 말이다. 내가 글을 올릴 때마다 나를 찾아주는 이웃이 있다. 삶의 중력을 뿌리친 채 기어이 와서 흔적을 남기고 가는 이들. 고맙고 너무 고맙다.


나는 그들처럼 매번 찾아가지 못한다. 매사 살갑지 못한 성격 탓인지, 낯가림이 글에도 작용하는 탓인지는 모르겠다. 타인의 글에 찾아가 글을 남기는 게 왜 이렇게나 어려운 걸까? 자주 못가서 미안했다. 브런치가 돈을 바라지 않고 글 쓰는 곳이듯. 그들도 나에게 바라지 않고 내 글에 감흥하고 그 여운을 남겨 주는 듯했다.


3년 동안 여기다 글을 썼다. 많은 이들과 가까워졌고 그리고 멀어지기도 했다. 마치 횡단보도 맞은편에 서있다가 초록불만 되면 서로를 스치듯 지나가는 그런 사이 같다랄까? 가까워지다가도 반대로 멀어지는 게 신기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브런치에서만 그럴까. 사람 사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많은 사람과 스치고 지나고, 다치고, 헤어진다. 그리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결국 이런 사람들을 내 삶에 편입하기 위한 과정이구나 한다. 인고의 시간 후에 남는 이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려는 것 같다. 그동안 수없이 떠나보내며 아쉬워했던 순간이 눈밑에 따스하게 스민다. 정말 남겨야 할 사람에게 아낌없이 줘야겠다 다짐하다.


물론 내가 억지로 못되게 굴었던 건 아니다. 일부러 찾지 않게 숨었던 것도 아니다. 살다 보면 삶의 중력에 끌려 허우적거릴 때도 있고, 넘어질 때도 있는 거니까. 누구는 그 순간이 자신에 대한 무시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 누구는 일어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곁에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있기만 해도 힘이 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세상은 생각하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만큼 표현하기 마련이다. 내가 이 야밤에 무언가에 감흥하고, 어떤 글에 새로운 감각이 샘솟는 이유도 이와 같은 이치겠지.


설날 전에 글쓰기 참 좋은 날입니다. 아무렇게나 휘갈겨 봤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네요. 모두 즐거운 설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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