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y 27. 2024

틀림과 다름

 “내가 했던 말과 네 말은 서로 틀린 거야. 그게 어떻게 같니?”

회의 초장부터 언성이 높다. 서로 자기주장만 이야기하는 중이다. 여기서 이상한 표현이 있다. 의견 불일치에 대한 표현을 ‘틀리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


내가 글을 쓰고 있어서도 아니고, 국어를 좀 더 잘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서로의 다름을 틀리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이상했다. 회의가 끝난 후 몇몇 사람에게 물었다. 틀리다는 표현에 대한 어색함을 느꼈는지 말이다. 많은 이들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르다와 틀리다가 어떻게 같은 말로 쓰일 수 있는 것일까? 답답했다. 비슷한 어감에 혼자만 민감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다.


어느 날 다른 회의시간, 내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동료가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 다른 주장을 펼쳤다. 나도 모르게 그의 의견이 틀렸음을 말하고 싶었다. 하마터면 ‘네 말은 틀렸어’라고 말할 뻔했다. 나는 말하려고 숨을 마셨다가 그냥 내쉬었다. 흠칫 놀라 말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나는 그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 전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던 나 아니던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내 생각은 옳고 타인의 생각은 잘못되었다 한다. 이런 마음가짐이 자신도 모르게 틀렸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두 단어가 비슷한 어감이라 할지라도, 설령 방언이나 사투리라 하더라도 이는 잘못된 용법임에는 틀림없다. 내 생각이 옳고 당신은 틀렸음에 대한 내적 치우침이다. 편향된 선입견이 언어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틀리다와 다르다. 사소한 차이 가지고 확대 해석 한다고 할 수 있다. 우연히 맞아떨어진 언어유희라 할 수도 있을 테지.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틀리다와 다르다는 분명 같은 말 같아 보여도 다른 단어라고. 이런 사소한 차이도 인정하지 못한다면 타인과 나의 다름을 인정할 수는 없을 테니까.


오늘부터 틀린 그림 찾기를 다르게 부르기로 한다. 다른 그림 찾기로. 원래 정답은 없다. 단지 서로의 다름만 있을 뿐이다.


이전 05화 이탈리아 그리고 낯섦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