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y 30. 2024

우리의 작은 천체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중략/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 칼세이건 코스모스 -


 ‘코스모스’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르겠다. 최소 10번은 읽은 듯하다. 집에 책도 2권이나 있다. 책 내용이 좋아 어디 응모했더니 한 권을 더 준 것이다. E-BOOK으로 사서 들고 다니면서도 읽는다. 700페이지가 넘는 글밥 중 난 이 문장이 가장 좋다. 그냥 외워서 읊조릴 수도 있지만 나는 눈으로 보며 읽는 것을 좋아한다. 활자에서 느껴지는 광활함, 포근함, 대수로움이 대수롭지 않음으로 천이되는 구간에서 오는 용기가 내 몸 그대로 스미는 것 같다.


나이를 먹는 만큼 좋아하는 것 또한 늘어난다. 평생 가져갈 수 있을 무언가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다는 거다. 사진에도 인생샷이 있듯, 모든 것에도 인생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누가 좋아해서, SNS에 나와서, 티브에 나와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보니 이게 좋더라 나쁘더라 라는 개인적인 주관이 삶에 그대로 나타나는 중이다.


인생 라면이 생기고, 인생 문장이 생겼으며, 인생 샴푸가 생겼다. 주변에 많은 것들이 이미 나와 함께해 왔고 함께 해야 할 것들 투성이다. 무엇보다 삶의 요철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맛볼 수 있는 쓰기와 읽기라는 용기를 가진 것이 가장 좋다. 인생 멘토가 생긴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좋음이 생기면 덜 좋음도 생기게 마련이니까. 개의치 않는다. 한평생 먹고살기도 바쁜데, 맘에 들지 않는 것까지 좋아할 이유는 없는 거니까. 좋음과 덜 좋음, 욕심과 안주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모습이 흡사 인생 장인 같다. 하기사 1만 시간만 투자해도 그 분야 최고가 된다는데, 나는 이미 내 삶에 10만 시간을 넘게 투자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그래 이제는 즐기며 사는 방법을 알 때도 되었다.

이전 06화 틀림과 다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