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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n 07. 2022

오늘도 학교에 가듯 출근한다.

소중한 당신


 눈을 뜨면 직장에 출근할 채비를 한다. 침대에서는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연차와 출근을 서로 주장하며 난상토론이 펼쳐진다. 그사이 나는 한숨과 탄식을 번갈아 내뱉으며 겨우내 잠을 몰아낸다. 잠에 취했던 의식이 깨면 깰수록, 온몸에 감각이 내 것으로 오면 올수록 출근을 종용하는 듯 느껴졌다. 출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끌림에 일어나 오늘도 회사 갈 준비를 한다. 나에 하루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학창 시절 나는 항상 어머니에 부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같은 시간에 같은 목소리로 나를 깨우셨다. 학교에 늦겠으니 얼른 일어나라고 말이다. 나는 같은 대답만 계속 반복할 뿐이었다. 오늘은 학교 안 가면 안 되냐고 말이다. 어머니는 아파도 학교에 가서 아파야 하고, 놀고 싶어도 학교에는 가서 놀아야 한다며 학생 다움을 매번 강조하셨다. 나는 그때만 해도 학교에 하루라도 빠지면 평생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듯한 빨간딱지 같은 것이 생기는 줄 알았다. 그렇게 나는 잠에 취한 채로 가방에 의무감만 때려 넣은 채 학교에 가야만 했다. 그때 나에 하루는 항상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도 내가 일어나는 원리는 크게 르지 않다. 다만 나를 깨우는 사람이 어머니가 아니라 손목에 찬 조그마한 시계라는 것을 빼면 모두 같다. 눈만 뜨면 학교를 생각하듯 출근부터 생각해야 했고, 몸이 아파도 일단은 출근부터 해야지만 마음이 놓였다. 계획되지 않은 연차를 써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누구에 본보기가 되고자 한 것도, 팀장님께 잘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닌데 나는 왜 항상 회사에 출근부터 해야 했을까?


물론 돈이라는 보상도 출근이라는 옷자락을 끌기에 충분하겠지만 정말 나를 힘껏 밀어주는 것에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직장에서 겪는 하루는 삶에 축소판 같다. 일 하나를 끝내고 기지개를 켰더니 실수를 해서 전부 다시 해야 되고, 왜 항상 금요일 퇴근시간만 다가오면 일들이 쌓이기 시작하며, 휴가 직전에 대형사고가 터지는 것일까? 일에 줘 터지고, 사람에 치여서 한참을 울고 싶다가도 시원한 커피 한 모금에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녹아내리고 따뜻한 동료 말 한마디에 다시 힘을 얻곤 한다. 이곳이 바로 직장이며, 전쟁터이자, 최고에 힐링 장소가 아닐까?


직장은 의무감에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인 것이기에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냥 학교엘 가야 하고 직장엘 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만 되는 것이고 그것이 사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학교에 가듯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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