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공유한 부부를 엿보기 하는 재미.
다지나키 준이치로. 여성의 미를 찬양하고 거기에 지배당하는 남성을 소재로 한 소설로 유명한 작가다.
열쇠는 그의 만년 작품으로, 남편과 아내가 아슬아슬하게 서로 일기를 훔쳐보고 있지만 마치 서로 일기를 훔쳐보고 있다는걸 내심 모르는척, 하는것을 주제로 하여 쓰여져 있다.
남의 일기장 훔쳐보기
중년이후 부부의 성생활
비뚤어진 욕망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까지.
무엇하나 모자랄것 없는 소설이었다.
관능소설의 한가지로 취급될수도 있지만, 본문에서 노골적인 성애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분이 보다 에로틱하지만 ㅎ
소설의 구성은... 요즘으로 치면 부부가 서로의 sns를 은밀히 공유하고 있으면서 모르는척 하고 있는걸로 빗댈수 있을것 같다.
이 소설이 출판된 것은 1957년 이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방년 71세. 71세 노인이 이런 관능적인 소설을 써 내려갔다는 지점, 놀랍지 아니한가.
마츠부인과 준이치로는 40대에 처음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이후 부부의 연을 맺고, 준이치로의 사망까지 곁을 지킨것은 마츠부인이다. (네즈 마츠코)
그의 초기작 문신을 통해 여성에 대한 숭배와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은 널리 알려진 바 있는데, 40대 중반의 이쿠코는 어쩌면 마츠부인을 그리고 있는것은 아니었을까?
소설속 남편이 아내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지독하게 관능적이다. 일기를 쓰게된 이유부터가 그러한데, 장성한 딸을 두고도 아내의 육신에 대한 애착을 일기를 통해 드러내어 아내의 욕망에 불을 붙히는 식이다.
여기까지라면 재미없지. 남편은 아내가 일기를 훔쳐보며 어떤 감정상태를 느낄지를 살피며 일기가 들어있는 서랍장 열쇠를 모르는척 떨어뜨린다. 아내에 대해 묘사한 문장을 그녀가 읽어주길 기대하며 희열에 젖는데, 이런 자신의 이러한 마음또한 일기에 기록하여 아내가 직접 읽을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내 또한 남편의 이런 마음을 다 알고 있다. 장성한 딸을 기르는 동안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척하면 착. 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부부사이 아니겠는가.
물론 아내도 일기를 쓰고 있고, 남편이 자신의 일기를 읽는다는것을 알고 있다. 열쇠 사건이후, 중년의 부부가 서로를 욕망하는 방식은 교환일기 아닌 교환일기로 구체화 되는데, 그 욕망이 전개되어 가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속에 그려지는 남녀관계는 평범하지 않다. 이 소설 또한 그러하며, 수동적이며 전통적인 가치관을 수호하는것처럼 보여졌던 이쿠코의 본심이 드러낸 종장을 읽으며 전율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아내만의 욕망이었을까? 처음 아내에게 자신의 욕망을 읽게 만들었던 남편을 통해 변화된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 아닐것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은 지속적으로 여성숭배를 주제로 하고 있다. 남성을 지배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철저히 복종하는 수동적인 남성에 자신을 이입했던 작가의 다른 소설에 드러난 여성관을 토대로 해보면 만년의 작품인 이 “열쇠” 는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바란 여성숭배의 완성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