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족의 형태, 솔직함이 준 선물.
가족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 가족은 어떤 모습이 정상인 것일까?
부모아래 자식이 있고, 그 가족들이 모인형태는 대가족이고... 이렇게 이해되는 가족의 형태가 일반적이었던 시대는 지나, 가족의 형태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해지는 가족의 형태에 대한 이질감을 견디기 힘든것은 아마도 그 가족의 형태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사회 가족의 형태는 무척 다양해졌다. 그러나 그 다양성에 대해 동정하거나 쉬쉬 하는 분위기는 정상가족이란 가치를 더욱 숭고하고 엄격한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테이크미 위드유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는 Pay It Forward 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이다. 받은것을 돌려주는 행위로서의 자선이 아니라, 내가 먼저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는것이 세상을 바꾼다는것을 소재로 한 이야기고 한국에 영화로까지 알려져 있다.
테이크미 위드유의 오거스트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다. 음주운전으로 아들을 잃은뒤, 그가 이룬 가정도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모든것을 잃었다고 생각된 오거스트는 캠핑카를 타고 요세미티로 향한다. 요세미티로 향하던 길, 정비소 주인인 웨스에게 부탁을 하나 받게 된다.
웨스와 오거스트는 다르다. 웨스가 음주운전을 반복하여 구치소에까지 수감되면서까지 자신의 알콜중독을 번복하는것과 달리, 오거스트는 경찰이 아내의 음주운전을 지적하지 않았는데도 아들의 죽음 이후부터 AA모임에 착실히 출석하는것을 원칙으로 삼고 사는 사람이다.
웨스가 안타까웠다. 자녀를 잃은뒤 자신이 가진 문제의 경중을 뒤로하고 알콜중독자로서의 회복의 삶을 선택한 오거스트를 보면서 웨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도움을 주고 싶어도 도울수가 없었다. 알콜중독은 원래 그런병이니까.
웨스는 자신은 곧 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인데, 아이들을 돌봐줄수 있겠냐고 제안한다. 말도 안되는 요구였지만, 어쩐지 오거스트는 그 제안을 수락하고 아이들과 함께 캠핑카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
그렇게 여름휴가를 보내며 보고 느낀 풍경은 오거스트를 변화하게 했지만, 아이들의 마음에도 큰 여운을 남겼다.
여행이후, 아내가 다시 가정을 꾸려보자는 제안을 하지만 오거스트의 마음속에는 세스와 헨리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아내와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오거스트와 세스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길게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 하고 있고, 사랑하고 있는 가족의 형태로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8년이 지난뒤. 오거스트는 근위축증 환자가 되었고, 세스와 헨리는 각각 20대, 10대 소년이 되었다. 컴퓨터를 통한 온라인 통화중, 오거스트는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하게 되고, 세스와 헨리는 오거스트의 캠핑카로 다시한번 요세미티를 여행하게 된다.
가족의 형태란 혈연관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것, 현대사회에서는 그럴수도 있다는것, 개념으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어떤 만남을 통해, 어떤 여행의 기억을 통해 새로운 가족 형태가 안타깝게도 자리할수 있구나, 하는것을 볼수 있었던것이 가슴아팠다.
하지만 세스와 헨리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고, 탄탄한 신뢰를 구성한 오거스트는 법적인 보호자인 웨스의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
헨리는 솔직하게 오거스트와 함께 여행한다는 이야기를 전했지만, 웨스의 질투(이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자녀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보호자를 선택한다는것이 견디기 어려웠다면, 그 아이들을 최선을 다 해 사랑해 주었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하지만 안다. 그것이 알콜중독이란 병이란걸)로 경찰관까지 마주하게 된다.
경찰관은 이런식의 힘겨루기에 자신들이 이용된다는걸 무척 못견뎌하며 투덜댄다.
마침 고장난 캠핑카를 고치기 위한 부품을 사러 갔던 세스가 돌아오지 않는것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며 해결을 요청한 오거스트는... 아마 자신이 직접 세스를 찾으러 가고 싶었을 것이다. 마치 친아버지처럼.
경찰은 오거스트의 이야기를 듣고 정비점에서 세스를 곤경에서 구해주고,
이내 오거스트는 정비소를 찾아가 세스를 곤경에 처하게 했던 정비점 주인과 직원에게 멋지게 한방 먹여준뒤 자리를 뜬다.
지금껏 친아버지인 웨스에게서 도저히 볼수 없었던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지켜주려고 하는 오거스트의 모습을 본 헨리와 세스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대학기숙사 생활을 하는 세스 뒤로 십대의 혼란스러운 헨리는 대학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먼 거리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려는 헨리에게 오거스트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성인이 된 뒤에 스스로 결정할수 있는 일에 제안을 하는것이기에 법적 보호자인 웨스에게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때가 오면.... 헨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세스는 어린시절 오거스트와 여행할때 필립(오거스트의 친아들)의 유골을 담았던 주스병을 강물에 빠뜨려 버렸던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갚을 기회였던 2차 요세미티 여행에서 나이아가라 폭포에 도착하여 남은 유골을 담은 나무통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그 여행 이후로도 함께 여름마다 여행하자는 다짐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유사가족의 형태는 꼭 같이 지내야 하는것만은 아니다. 서로의 마음이 허락하는 거리를 잘 유지하며 다시 만나는 날을 기쁘게 기다리는. 그런 가족의 형태도 있다, 하는것을 전하는 소설이었다.
여담 :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의 전작, 페이 잇 포워드에서도 알콜중독이 주요한 테마로 등장했었다. 영화로 만났던 페이잇 포워드의 알콜중독 문제와는 그 결을 달리 하지만, 참 알콜중독 당사자 뿐만 아니라 곁에서 그와 함께할수밖에 없는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 혹은 당사자들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