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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그놈이야.

by chuchu

어릴때는 누군가 나를 먼저 사랑해주길 원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헛된 소망을 품어보기도 했고.


연애한지 얼마 안되었을때는 애인의 부족한 점에 대한 불편함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면서 괜찮은 사람인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곤 했다. 애인사이에 일어난 어떤 일들이,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그런것이 참 궁금했었다.


근데… 막상 그렇게 해보니 애인이라고 사랑한다는 사람을 흠잡는 꼴밖에 나지 않더라.


이상형

이상형? 그게 무슨 말일까.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상대를 구체화 하는것이라는데,


난 그런게 없는줄 알았고… 아니다. 사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누군가 사랑받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사랑받고 싶다”고 부러워 하는 마음을 가지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형태가 내 이상형이었던것 같다.


현실이 그러잖아.

연애시절, 늦어지는 결혼에 초조해 하며 빨리 결혼할수 없다면, 만나고 사람과 이별하고 결혼이 가능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적령기’ 에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컷다.

같이 근무하던 언니가 말했었다. “금값에 가라”고. 어쩌면 거기에 더 겁먹었던건지도 모르겠다.


만나던 사람을 향한 마음은 사랑이 맞았다.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결혼도 하지 않으면서 계속 곁에 붙잡아두기만 하는 그런 연애에 시간을 들이는건 멍청한 짓이라는 세간의 인식은, 서로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적인 초조함을 벗어나기 힘들게 만들었다. 8년… 길었다.


그래서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결혼할수 있는 사람을 고른 주제에 엄청나게 힘들고 괴로웠었다. 결혼이 하고 싶다면서? 그렇지만 결혼이 가능한 사람을 만나 미래를 결정하려고 하는것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사랑하면서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몇번이나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눈물을 숨길수가 없었다.


‘그놈이 그놈이야’

결혼한 친구한테 연락을 취했다. 결혼이 자꾸 늦어지는걸 견딜수 없어서, 그래서 헤어지려고 한다고.

친구니까, 내 결정을 지지해줄거라고 생각했다. 공감해주고…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해준 말은 참 의외였다 “00아, 그놈이 그놈이여~ 사람 다 거기서 거기야. 크게 다를거 없어”


결혼이라는 것을 하면 좀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던 나를 부드럽게 질책해줬던 친구가 참 고마웠다. 격해진 감정에 울면서 전화 걸어 결혼을 못해서 헤어질거란 징징거림이.. 얼마나 유치해 보였을까. 하하.


존버는 반드시 승리한다

‘적령기’가 되면 부모의 부추김에, 이 시기가 아니면 안될것 같아서, 다양한 주변 환경때문에 스스로의 결심한 것을 포기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게되곤 한다.


사랑을 버리는것은 큰 상처를 남기는 법이다.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지려는게 아니라, 그 시기에 달성해야 할 과업을 위해 사람을 고르는 선택은 잘못된 것이다.


외부요인에 떠밀려서 결혼을 결정하거나, 헤어질것을 결심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놈이 그놈이야’ 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적령기에 결혼하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결혼을 못하면 어떤가. 그냥 같이 시간 보낼수 있다는것에 감사하면 되는거지.

두사람이 정말 사랑하고 있다면, 시간을 들여 기다릴수 있어야 한다.


나와, 남편은 그렇게 했고, 주변의 반대와 부정적인 피드백에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존버란 그런것이다. (….) 일일히 해명해야 할 필요도 없다.


외부요인을 우선해서 두사람의 관계를 끝내는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이상형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 친구의 말이 참 맞았던것같다. 사랑은 받는것보다 주는것이 더 크다는게 이제 무슨 말인지 안다. 내가 그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행복한게 아니라, 내가 그를 바라보는 방식이 곧 사랑인것 같다.


상대가 나에게 해주는 수많은 아름다운 말들, 좋은 일들을 모을수 있는 힘은, 상대가 뛰어나거나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에 보이는 흔적이 아니라,


그를 향한 내 마음 이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사랑받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특별했기 때문에 사랑받았던게 아니라, 그를 먼저 사랑하기에 예쁘고 좋은 부분을 크게 볼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거.


그런것을 알게 되었다.


제눈에 안경이라

특별히 예뻐 보이는 애완동물들은 그저 그가 잘생기거나 예쁜 짓을 잘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동물을 돌보는 사람이 가지는 애정의 렌즈를 통해 비쳐지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들만 비치기에 그냥 남의 집 동물들이지만 유달리 예뻐 보이는것처럼.


남의 집 애들 사진 보면 ‘어차피 다 비슷비슷 해보이는데’ 특별히 예쁘게 보는건, 그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나름의 렌즈가 있었기 때문인것이다.


사랑 하는 마음은 누군가와 애인사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

그의 좋은점들을 남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할수 있는 그런것 아닌가 싶다.


결국, 그놈이 그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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