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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타이거 킹덤

어쩌다 치앙마이 18

by chuchu

여행의 막바지. 이제 이틀 뒤면 한국으로 돌아가긴 하는데....

원래 계획했던 여정은 치앙마이 관광에선 약간 먼 치앙라이에 있는 하얀 사원 왓룽쿤과 투어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파란 사원 (호랑이 사원), 그리고 골든 트라이앵글 까지 갔다오는걸 미리 예약했었는데,


15일 치앙라이와 미얀마 접경지대에서 마약 조직과 군경이 충돌이 있었고 열다섯명 가까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 계획을 선회하여 투어를 취소하기로 했다. 사실 이틀째 여행중 이 소식을 알게되기는 했는데 투어프로그램을 취소하고도 안전한 운전을 해주셨던 기사님께 여쭸더니 여행사 안 끼고 직접 계약을 하게되면 투어 프로그램 예약 비용의 절반으로 데려다 줄수 있겠다고 했다.


근데?


동남아 여행이 처음이다보니 이런식의 제안에 불안감이 더해졌고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을 뒤로한채 치앙라이 여행 자체를 통째로 취소하게 되었다. 그래도 하염없이 미련이 남아서 치앙라이 백색사원과 청색사원 방문기를 살펴보는데, 상업화된 사원의 모습으로 실망스러웠단 분들이 꽤 되는거 보고 도이수텝에서 세속적인 사원 모습이 떠올라서 역시 취소 하고 안 가는게 더 낫겠단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그래서...


하루 일정이 텅텅 비게 되었고, 무엇을 할까? 하다가 여행 4일째 쿠킹클래스에서 얼른 금요일에 할만한 투어프로그램으로 타이거 킹덤에 가보기로 예약했다. 치앙라이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했던 클룩에서는 타이거킹덤 투어 프로그램이 내려가 있었는데 kkday란 플랫폼에서는 타이거킹덤 투어 프로그램 예약을 받고 있었다.


보통 이런 투어프로그램들은 체험 이틀 전에는 예약을 마쳐야 했고, 쿠킹클래스 마감되는 시간에 정신없이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넣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입장료가 태국인보다 비싸게 책정되는거야 이제 뭐 익숙해졌고 (사실 안 익숙함. 짜증남) 2사람 이상인 경우 숙소에서 호랑이 동물원까지 픽업&드랍 서비스 신청도 가능하더라 (물론 유료)


호텔 픽업시간은 8:30분이었고, 여행사 직원이 차를 끌고와서 동행과 나 2인을 타이거 킹덤으로 데려다 주었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타이거 킹덤까지는 약 3~40분 이동 시간이 필요했고 (매림 지역에 있었음), 투어가 끝날때까지 기사님이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하고 접수처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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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학대당하고 있어서 불편했고 투어가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도 있어서 약간 걱정스러웠는데 투어 전반 해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 입장할때 불쾌한 이벤트가 좀 있기는 했는데, 분명 투어프로그램을 예약하고 방문했는데도 불구하고 입장료만 지불되었으니 추가 프로그램 결제를 하라는 접수처 직원을 만난거였다. 예약했다고 두어차례 설명을 하고 나서야 내역을 확인하고 투어 프로그램 티켓을 주었는데, 입장 하기 전에 맹수를 만나는것이다보니 서약서를 한장 작성해야 한다고 퉁명스럽게 서류를 내밀었다.


어? 투어프로그램 예약했는데 이런건 투어가이드가 설명을 한 뒤에 취합하는게 아니던가? 투어 가이드는 없었다.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었던것은 맹수와의 사진 촬영 뿐이었던것 -_-. 여행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당혹스러운 기분이었다.


하여튼 입장객들을 빠르게 쳐내려는 접수직원의 퉁명스런 태도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베이비 타이거 보실거죠? 하고 티켓 강매를 하려고 하길래 뭔소리여, 하고 거절한 다음 예약한 프로그램 '빅 타이거 + 백호' 가 어떤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원으로 입장했다.


가드맨? 으로 추정되는 분 께서는 엄격하게 출입전 티켓을 확인했고, 입장한 후에 동물원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좀 둘러보고 나서 사진 촬영을 하고 싶다는 요청을 무시하고 사람이 몰리기 전에 빠르게 사진 촬영부터 하라고 권했다. 음 뭐 그럴수 있어. 호랑이들 컨디션이 언제까지나 사람을 기다려줄지 알수 없으니, 동물 컨디션을 우선해서 촬영이 먼저일거라 생각하고 직원들의 지시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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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바로 지나자마자 보이는 주의사항들은 맹수들이 있는 동물원이니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설마 이런 원칙들이 있는걸 일부 관람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맹수들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찰창에 갇혀 있는 모습만 봤다고 실망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투어가이드는 없었지만 동물원 산책하는 동선에 간단한 판넬들을 세워놔서 관광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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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출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게 된 호랑이는 뱅갈 호랑이였다. 투어 프로그램에 '빅호랑이' 라고 적혀 있는 호랑이는 만으로 네살, 즉 다섯살인 뱅갈 호랑이었고, 사진 촬영을 위해 입장한 호랑이사에서 사육사는 엉덩이쪽과 꼬리쪽으로 접근하며 얼굴을 마주치지 말라는 지침을 주었다.


가능한 호랑이의 생태나 간단한 생활사등에 대한 설명이 진행된 다음 사진 촬영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런게 전혀 없어서 나는 겁을 잔뜩 집어먹었지만 노련한 사육사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호랑이와 사진 촬영에 집중했다.

226666.jpg 무서워서 공포에 질려하는 사진들이 많고ㅋㅋ 이게 그나마 좀 안 무서워하고 다정하게 찍은거

나중에 동물원 산책하면서 본 아이디 카드(...)에 의하면 현재 동물원에서 다섯살인 뱅갈 호랑이 두마리라면 스트롱이랑 사땅 두마리인데 아마 그 두마리랑 내가 사진을 찍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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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만 무서워요!!

내가 하도 무서워하면서 호랑이 근처에도 못가고 있으니 사육사 선생님께서 괜찮다고 호랑이 꼬리를 내 손에 쥐어주시기까지 했었다(....) 어..... 근데 진짜 괜찮네;;? 꼬리를 쥐고 있어도 가만히 있어(....) 하지만 사진 촬영을 하는데 내가 너무 무서워서 호들갑을 떠니 귀찮아선가 뒷발로 나를 툭툭 치기도 하고 꼬리로 파리쫓는 시늉을 하긴 했다(...)


귀가 넘어가 있는거 보니 엄청 귀찮은데 참아주고 있는거 같기도 하고 (어차피 얘도 고양이과 생물이니)


빅 타이거랑 사진 다 찍고 나서 만난 호랑이는 하얀색 호랑이였다.


먼저 온 서양인 관광객 팀이 하얀 호랑이 만나본거에 너무 감격하여 사육사들한테 리액션 하는거 쳐다보고 나서 호랑이사로 들어갔는데


11511.jpg 웤... 전신이 하얀 호랑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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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설치한 패널에 의하면 스노우 화이트 타이거는 슈퍼레어한 호랑이라고 했고... 정말 귀중한 호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원에서만 가능한 종일거란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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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타이거나 골든 태비 타이거나 모두 잡종으로 태어나는 호랑이라고 하니 말이다. 참.... 호랑이랑 사자를 교배시켜 라이거란 잡종 만드는거랑 뭐 다를게 없구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는데, 하얀호랑이나, 스노우 화이트 타이거나, 골든 태비 타이거 모두 자연에서 살수 없고 오직 사육환경에서만 생활 가능하다고 하니 사육동물의 운명이겠거니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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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이름은 엘사고 생일은 15년 2월 6일이라고 했다. 겨울 태생에 전신이 하얀 호랑이가 태어났으니 당시 동물원엔서는 큰 경사가 났을것 같다. 아마 사육사들이 극진히 애지중지 키웠겠지.

883333.jpg 동물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모든 호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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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가이드 투어는 아니었지만 호랑이 두마리와 사진을 촬영하고 돌아본 동물원에서는 호랑이에 대한 상식들이 참 많이 게시되어 있었다. 겁이 나서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못봤다만, 가만 생각해보니 이건 예전에 서울 동물원 호랑이사 새로 개방했을때 구경가서 봤던 호랑이 상식들인게 기억이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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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 대한 상식들도 즐거웠지만 보다 안타까웠던것은 호랑이 서식지들과 호랑이 밀렵에 관한 패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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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서식지들은 저렇게 표시되어 있지만 아래쪽에 회색으로 표시된 호랑이 종은 멸종해서 더이상 볼수 없게된 호랑이들이라는것도 안타까웠고.... 호랑이가 가장 많이 죽는 원인이 독이라는거도 씁쓸했다. 죽은 호랑이가 블랙마켓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또 이 나라 와서 보니까 한층 더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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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킹덤은 국영 동물원이고 08년부터 운영되어온 곳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호랑이를 가두어서 야생성을 박탈한다고 이곳에 대해 악평을 남기는것이 참 유감스럽게 느껴졌다. 남의 나라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에게 야생성을 박탈한다고 비난일색인 양반들은 그냥 자기가 보고 싶었던 호랑이의 맹수다움을 보지 못했다고 볼멘소리나 하던 양반들 아니었을까 싶다.


심지어 호랑이와 사진을 찍기 위해 이빨을 뽑고 발톱을 모조리 뽑은 상태로 쇼동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봤는데 아니 그럼 국가적 망신이 될거 태국에서 가만 놔뒀겠습니까? 개발도상국이라고 남의 나라에 굉장히 무례한 소리를 함부로 하는 양반들이 많구나 싶어 기가막히기도 했다.

002333.jpg 마지막 사진은 동물원에서 '자이언트 타이거' 란 이름의 투어 프로그램으로 홍보되는 시베리안 호랑이

빅 호랑이도 충분히 큰데 자이언트 호랑이라니! 이건 뭔 가이드 안전 교육 이후에도 무서울거 같아서 인카운터 자체를 신청 안했었다. 이 사진도 멀리서 찍은거. 백두산 호랑이, 러시아 호랑이라고 불리는게 이놈인데 얘들은 열대우림에서 수영하는거 좋아하는 뱅갈호랑이랑 생활환경이 달라서 덥고 지치고 많이 힘들것 같다.



이렇게 동물원을 나갈려고 그랬는데.... 뉴본 타이거. 갓 태어난 아기호랑이가 너무나 눈에 밟히는 것이다 (...

갓난쟁이 아기 호랑이들과 10분간 놀아주는 비용이 결코 싸지는 않았고, 입구에서 티켓 강매를 하려는것에 살짝 불쾌했는데 동물원을 나오면서 생각하길, 내 삶에 아기호랑이 실제로 만져보면서 고양이랑 놀이할수 있는 기회가 몇번이나 있을것인가?


이대로 동물원을 떠나면 후회스러울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비싼 추가티켓이지만 (대놓고 비쌈, 10분에 한화 약 3.3만원 수준!) 접수처에가서 아기호랑이와 놀기 위한 티켓을 구매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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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지 세달된 아기 호랑이 주먹이 나랑 크기가 같아! 과연 맹수(좋음)

여기서 근무하시는 사육사 선생님들 진짜 직업만족도 최상일것 같다(...) 한편으론 이렇게 맹수들이 사육되는거 야생성을 잃고 쇼동물이 되어 자연에서 살아갈 힘을 잃게 만드는거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것 같단 생각이 들긴 했다. 근데 뭐 그거로 치자면 보호소에서 사는 코끼리 체험가는거도 이거랑 비슷한거 아닌가


아기호랑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사육사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다. 얘들 생일은 10월 9일, 여행일자 기준 이제 갓 두달 좀 넘은 애들이라고 했고, 한번에 네마리가 태어났다고 했다. 아기호랑이들 나머지 두마리는 지금 쉬고 있으며, 오전 시프트에는 지금 두마리가 여기서 방문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후 시프트에는 두마리가 교대한다고...


이제 겨우 젖을 뗀 친구들이라 그런가 고양이 수반엔서 물을 핥아먹기도 하는데 사육사가 손님들에 지친 아기 호랑이들을 돌보며 젖병으로 물먹이는거도 봤다(어흑)


그러나 얘도 맹수의 자식이기에 눈앞에서 얼쩡거리는거 왠만하면 지양해야 되고, 혹시나 저 커다란 손으로 사람을 치다가 발톱에 상처를 입을수 있기 때문에 (실제 사육사 선생님이 자신의 팔에 입은 상처를 보여주시며 조심해야 된다는 말씀도 주시긴 했음) 관광객들과 인카운트 하는 순간 사육사들이 긴장하며 아기 호랑이들의 행동 양태들을 조절하여 최대한 사고가 없게 조심스럽게 호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와.. 정말 1분같은 10분이 지나가더라.. 그리고 정말 아기 호랑이 인카운터에 드는 추가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고양이 좋아 외국에서 고양이 카페까지 찾아가는 마당에 고양이의 왕 호랑이를 보고 호랑이 새끼까지 만났으니 만족도 최상이지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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