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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 SEAN Aug 25. 2020

[일상] 되감기


오늘에서야 작년의 기록들을 모두 정리했다. 원래는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끝내던 작업이지만, 19년 연말에는 도저히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18년과 다르지 않았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는 역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19년의 새해도 산뜻하게 시작했겠지만, 큰 틀에서의 나는 여전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다.


여기서의 기록은 일기를 말한다. 내 메모장에는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길고 짧은 527개의 기록들이 서로 엉겨 붙어 나뒹굴고 있었다.


이 작업은 크게 둘로 나뉜다. 써놓은 문장들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고, 글감으로 쓸 만한 것들은 따로 떼내어 분류하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면 얼마간은 지난 감상에 젖어 있는 것.


그러다 보면, 어수선한 생각들을 품던 지난 내가 낯설기도 하고, 이제는 희미해진 과거의 열정이 새삼 떠올라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중 한창 소설을 써내던 시기에 남겨둔 메모를 발견했다. 매일 아침이면 집 앞 카페로 가서 글을 쓰고 저물녘이면 나와 무언가 허전한 마음을 코인노래방에서 달래던 때다. 이 글은 아마 잠들기 전에 오지 않는 뮤즈를 기다리며 쓴 듯하다.

지금과는 꽤 다르다. 지금은 흐려진 순수함이 여기엔 있다.

그때는 그랬었지 하는 마음에서 시작해서, 그간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가며 자취를 남긴다. 새로움도 있었고 진부함도 있었다. 한 사람이 살아간다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온몸으로 느낀다. 이럴 때 보면 스스로가 꽤 낯설다. 꼭 다른 누군가의 삶을 지근에서 바라보는 기분이다. 너무 가까워서 잘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보이는 것만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 말할 수 있는 걸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번거롭게도 내가 흘러간 기록들을 자꾸 매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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