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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r 31. 2019

실패해도 절대 포기하지 마

링 위에서 노력한 당신은 링 밖에서 쉴 권리가 있다


 한 여름, 텃밭에 난 잡초를 뽑았다. 그 계절 텃밭은 잡초 지옥이다. 반나절을 꼬박 바쳐 뽑아도 다음 날이면 거짓말처럼 다시 무성해진다. 몇 시간을 지루한 표정으로 땀만 흘리는 나를 보면서 어른들은 뭔가 가르쳐주고 싶어 했다.


 "얘야, 이 잡초를 봐라."

 "네?"

 "매번 뽑아도 이렇게 쑥쑥 자라잖니."


 그래서 저희가 또 뽑잖아요.


 "잡초같이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야 한다."

 '힘들어 죽겠는데.'

 "실패해도 포기하지 말고! 다시 자라는 잡초처럼 살아라."

 '잡초 뽑기를 포기하고 싶어요.'     


 밟히고 찢기고 뽑혀도 다시 나는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배우라는 말. 어느 날씨에나 잘 견디고 아무 데나 싹을 틔우며 쑥쑥 자라는 변종처럼 살라했다. 나는 내 손에 쥐어져 뜯어지는 잡초를 봤다. 이렇게 살아야 맞는 건가. 얘가 좀 또라이 같은 거 아닌가.


 모든 식물이 잡초 같지는 않다. 대개는 온도와 햇빛, 물 주는 시기가 맞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버린다. 그러니 한 해 농사가 그렇게 고되다. 뽑아도 다시 고개를 세우는 놈은 몇 없다. 잡초, 그놈이 별난 거다. 그런데 왜 사람을 별종과 비교하는가. 심지어 잡초의 강한 생명력을 배워야 한다는 사람조차 제 정원에는 제초제를 뿌린다. 정작 자신은 온 정성을 다해 꽃을 기르느라 잡초는 뽑아 대는데, 우리는 내다 버릴 잡초처럼 살아가라 말하니. 세상에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






 삶이 직격탄을 때릴 때가 있다. 그래서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있노라면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벌써 포기한 거 아니지?' 그러면 꼭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아니! 그럴 리가! 또 도전할 수 있어!'


 그런데 정말 우리는 또 도전할 수 있는가. 어제의 고통을 다음날이면 잊어버리는 만화 캐릭터나, 침대에서 한번 자고 일어나면 풀 피통을 가지고 전장을 뛰는 RPG 게임의 캐릭터처럼? 현실은 어제의 고통이 다음 날 더 생생하게 다가와 날 괴롭히고, 침대에서 자고 일어난다고 해도 방전된 HP가 바로 회복되지는 않으며, 게임처럼 인생의 데이터를 실패하기 전으로 '불러오기' 할 수 없다. 현실에 크게 다치면 주저앉아 울고 싶다.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다. 그래,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위대한 사람들은 나에게 포기하지 말라했다. 10년 후의 미래를 걱정하라 그랬다. 모두에게 리더가 되고 억만장자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했다. 지칠 때는 꿈을 보며 다시 도전하면 된단다. 그런데 애당초 미래란 현재에 숨이 붙어 있어야 존재하고, 시키는 대로 전부 리더 마인드를 가졌더니 다들 목소리만 커지고 중재는 더 힘들다. 그리고 살다 보니 억만장자의 마인드보단 억만금이 더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건 내 꿈이 어디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걔는 그냥 거기 가만히 있다. 꿈이 점점 멀어져 보이는 것은 내가 지친 상태여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이는데 당연히 제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때는 잠시 쉬어야 한다.


 실패는 작든 크든 아프다. 심지어 센 펀치는 맞으면 누구나 자빠진다. 아픈 현실의 치명타를 맞고 녹다운 knockdown 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일어나라 소리치는 코치가 아니다. 그냥 잠시 뻗어있을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잠시를 못 견딘다. 누워 있는 사람을 보면 '얼른 일어나서 뛰어야지 뭘 우물쭈물하고 있어!'라고 말하고, 자기 자신도 잠시 쉬노라면 '혹시 내가 끈기가 부족한 게 아닐까?'라고 스스로를 의심한다. 우리는 왜 그렇게 다음 경기를 바로 뛰려고 할까. 어디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처럼.




 살다 보면 지는 경기도 있다. 패배를 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음 경기를 바로 뛰는 게 아니다. 충분한 휴식과 멘탈 회복이다. 전 경기로 다치고 멍든 곳은 아물 시간이 필요하다. 일곱 번 넘어졌는데 여덟 번을 다 일어나는 건 사람이 아니다. 그건 오뚝이지. 한 게임이 끝나고 뻗어버린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방전되면 잠시 누워있어도 된다. 포기, 해도 괜찮다. 링 위에서 충분히 노력한 당신은 링 밖에서 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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