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후기

by ㅇㄷㅌㅌ

주위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이본 취나드의 자서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읽고 나니 그 말은 단박에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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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저자 본인의 스토리를 생생하게 풀어간다.

마땅한 생계 수단도 없이 푼돈이 생길때마다 자연에 파묻혀 산을타거나 바다로가서 서핑하는 것을 즐겼던 자유로운 한 청년의 이야기. 본인이 필요해서 만든 등산장비 하나로 시작해서 지금은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의 창립자이며, 많은 사업가들과 기업들에 영감을 주지만 본인은 정작 회사를 땡땡이 치고 서핑하러 가는걸 좋아하는 반자본주의 성향을 가진 인물.


참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진보적이고 이상적인 사상을 가진 인물인데, 보수적인 미국 기업들 틈새에서 파타고니아를 수많은 충성고객을 거느리는 튼튼한 브랜드로 큰 위기없이 성장시켜 왔다.


나는 평소에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옷이나 제품을 사용해 본 적도 없으면서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꼭 꼽았었다. 이유는 브랜드의 철학을 여기저기서 듣고 열광했는데 물건을 팔면서 궂이 필요없는 물건은 사지말라는 당돌함에 매료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일부러 사지 않은 것도 있지만ㅋ 평소에 그런 쪽에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와 기업의 신념과 철학을 몇가지로 좀더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1. 유행을 따르지 않는 최고(품질)의 제품을 만든다.

2. 모든 결정은 환경에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며, 지속가능한 책임을 위해 지역과 환경을 위해 기부한다.

3. 디자인과 제작공정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기업의 가치를 팔아라


말은 쉽지만, 일반적인 기업들이 지키기란 매우 어려운 내용들이다. 특히 단가를 낮춰 이윤을 극대화 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열약한 실정에선 꿈같은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소비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친환경적인 자세로 촌스럽지만 아.나.바.다 로운 습관을 가져야한다. 결국 기업은 소비자의 요구를 대리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 의식있는 소비자로서 바르게 만들어진 물건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저자 이본 쉬나드는 주어진 자리를 거부하면서 겸손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인물이다. 기업의 대표임에도 권위주의를 극도로 싫어해서 오히려 부재의 경영이라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 자체를 하나의 실험이라고 생각하며 좋을 일들을 하면서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의 신념과 철학은 자연에 대한 경외, 수많은 도전과 모험, 동양의 선을 추구하는 사상 등이 버무려져 강한 직관을 만들어 냈다. 어디에도 없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냈다. 그것이 통념을 바꾼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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