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

고두현의 시 모음집을 읽고

by ㅇㄷㅌㅌ

요새 너무 정신없이 시간에 붙들려 사는것 같아

맘에 드는 시한편 붙잡고 찬찬히 음미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다보면 그나마 여유를 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달의 독서 주제는 시집이 어떨까 했는데 다들 좋다고 해줘 고마웠다 :)


휴가길 공항 서점에서 이 책

<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를 발견하고 제목이 좋아 바로 집어들었다.

책에는 무려 48편의 시가 담겨 있는데 국내외 작가들의 사랑에 관한 시 모음집이다.

그래 역시 시는 사랑시가 최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애뜻함을 갖고 음미해 보았다.

무엇보다 시에 얽힌 사연들을 저자가 해설가처럼 설명을 해줘서 얼마나 편리하던지.

분명 책에 시만 있었으면 시인의 약력과 배경을 구글링하면서 봤을텐데 말이다.


그 중 가장 가슴에 와닿은 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첫사랑의 시> 서정주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열두 살이었는데요.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해서요.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깍고,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

그러면서 산에 가선 산돌을 줏어다가

국화밭에 놓아두곤

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


참 쉽고 단순한 시다.

그래서 첫사랑의 애뜻함이 배가된다.

돌을 어떻게 기르느냐니 따위의

이성적 논리는 일체 중요치가 않다

마음을 궂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고

나만큼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당신이 있어 마냥 행복합니다.


나도 언젠가 저런 마음이 있었을텐데.

까마득해진 순수함을 다시 찾을 순 없을까.


비슷하게 윤동주 <사랑의 전당>에서 한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

서로 부끄러워 말도 못할 그런 풋풋함이 그립다.


희망스럽게도,

함민복 <새 내이 한 살>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새 나이 한 살을

쉰 살 그루터기에서 올라오는

새순인양 얻는다


시궁창 같은 마음 또한 확 엎어버리고

댓잎 끝에서 떨어지는 이슬 한 방을 받아

새로이 한 살로 살자


그래!

멈춰서서 대차게 기합한번 넣고

초심으로 돌아가보는거다!

마음먹기 나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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