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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생의 레시피 Feb 13. 2017

어느 일용근로자의 달력

 일상을 빚는 사람들


오늘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졸시를 나눕니다.


  어느  일용근로자의 달력 



                                            정예서



모자를 벗어들고 슬그머니 안방으로 들어간 사내
곤하게 잠든 아내의 손에 들려진 탁상용 달력

일자마다 표시된 특수문자
일당 십 만원 표시. 별표 열 개
일당 육 만원 표시. 세모 열한 개
공친 날 표시. 0 이 아홉 개
별표 밑에 따로 그려진 쌍별은 그들 부부 사랑 나눈 날

계산하고 계산해도 모자랐을 한 달 벌이
서툰 합산하다 잠들었을 아내의 머리 쓸어 올려 주고
달력을 넘겨 옹색한 화장대 위에 놓으며 내심 다짐한다


새 달엔 별 스무 개 꼭 그려 넣게 해 주어야지

 

밖으로 나온 사내.
새 담배에 불을 붙인다.
비오는 일요일 시간을 시퍼런 배추 잎으로 바꿔 아내에게 줄 수 있으니
이만한 직업이면 그만하지 않은가
공기 단축을 위해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장 감독 목소리 듣는 것쯤 대수인가
사그러드는 담배 연기 바라보며 자위하는 사내의 저녁이 기울어 간다


♣ 시작 노트
이 졸시는 몇 해전에 비오는 일요일 오후, 잠시 정차한 차안에서 스케치 하게 되었습니다.

제 눈이 멎은 차창 밖 풍경은 헬멧을 쓰고, 외벽 공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외출을 하거나 옷을 단정히 입고 교회에 가는 사람들과 달리 일요일에 한데 일을 하는 사람들.




이 시는 그들의 어깨에 걸린 시름에서 시작 되었고  졸시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며칠전 정성이 듬뿍 담긴 새 달력을 받으며 문득 이시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것도 정성노동과 다르지 않은 제 달력처럼 노동의 신성함을 365일 이어오신 분들과 시를 나눕니다.  

달력 한 장을 이미 넘긴 이 시점,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노동할 수 있는 고마운 일상을 다시 생생함으로 깨워보려합니다.


치유와 코칭의 백일 쓰기로  과거와 현재, 미래,  생의 지도를 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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