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빚는 사람들
오늘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졸시를 나눕니다.
어느 일용근로자의 달력
정예서
모자를 벗어들고 슬그머니 안방으로 들어간 사내
곤하게 잠든 아내의 손에 들려진 탁상용 달력
일자마다 표시된 특수문자
일당 십 만원 표시. 별표 열 개
일당 육 만원 표시. 세모 열한 개
공친 날 표시. 0 이 아홉 개
별표 밑에 따로 그려진 쌍별은 그들 부부 사랑 나눈 날
계산하고 계산해도 모자랐을 한 달 벌이
서툰 합산하다 잠들었을 아내의 머리 쓸어 올려 주고
달력을 넘겨 옹색한 화장대 위에 놓으며 내심 다짐한다
새 달엔 별 스무 개 꼭 그려 넣게 해 주어야지
밖으로 나온 사내.
새 담배에 불을 붙인다.
비오는 일요일 시간을 시퍼런 배추 잎으로 바꿔 아내에게 줄 수 있으니
이만한 직업이면 그만하지 않은가
공기 단축을 위해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장 감독 목소리 듣는 것쯤 대수인가
사그러드는 담배 연기 바라보며 자위하는 사내의 저녁이 기울어 간다
♣ 시작 노트
이 졸시는 몇 해전에 비오는 일요일 오후, 잠시 정차한 차안에서 스케치 하게 되었습니다.
제 눈이 멎은 차창 밖 풍경은 헬멧을 쓰고, 외벽 공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외출을 하거나 옷을 단정히 입고 교회에 가는 사람들과 달리 일요일에 한데 일을 하는 사람들.
이 시는 그들의 어깨에 걸린 시름에서 시작 되었고 졸시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며칠전 정성이 듬뿍 담긴 새 달력을 받으며 문득 이시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것도 정성노동과 다르지 않은 제 달력처럼 노동의 신성함을 365일 이어오신 분들과 시를 나눕니다.
달력 한 장을 이미 넘긴 이 시점,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노동할 수 있는 고마운 일상을 다시 생생함으로 깨워보려합니다.
치유와 코칭의 백일 쓰기로 과거와 현재, 미래, 생의 지도를 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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