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바나나 멀미

by 작가의숲

"빨리 치워라"


오빠는

식탁 위에 놓인

바나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왜? 내일이면

노랗게 익을 텐데

그때 먹어라고 둔 거지"


"바나나 멀미 난다"


바나나 멀미가 있다는 말은

그야말로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오빠, 바나나를 보면

멀미가 난다고?

하늘이 노래지는 건가?"


"하늘도 노래지고

속도 노래지면서

울렁거리는 증상이지"


바나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 같았다

오빠는 평소에도

바나나 한 개를

다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빠는

똑같은 음식을

연거푸 먹지 않고

한 번에 많이 먹지도 않고

어떤 음식이든

양이 너무 많으면

지레 겁을 먹는다


바나나 역시

보기만 해도

그 양이 너무 많아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질어질하다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바나나맛 우유는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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