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는 넓게 사랑은 깊게

21.04.12(월)

by 어깨아빠

소윤이는 주말부터


“아,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아빠랑 노는 주말이 가는 게 아쉬워서 그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치과 가는 게 너무 무서워여”


오늘은 어금니 깨진 곳을 때우러 가야 했다. 소윤이는 처음 치과에 갔던, 아주 어렸을 때도 울지 않고 치료를 받았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른도 그러는데 뭐. 어제 소윤이에게, 어른들도 치과는 무서워하고 떨린다고 얘기해 주며 잘 하고 올 수 있을 거라고 얘기를 해주기는 했다.


소윤이가 치과에 가기 전에 전화를 해서 한 번 더 응원해 주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설명해 주려고 했는데 일하다 보니 놓쳐 버렸다. 물론 그런 게 없어도 의연하게 치료를 받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냥 기억을 남겨 주고 싶었다. 엄마와 아빠는 든든한 사람이라는 기억을. 아쉽게도 놓쳤지만. 치료가 끝나고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엄청 긴장했는데 씩씩하게 잘 받았다고 했다. 소윤이의 태도와 표정이 상상이 됐다.


요즘에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한다. 먼저 얘기 안 할 때는 내가 물어보기도 하고. 대부분 아내에게 들은 내용이지만 당연히 처음 들은 것처럼 반응한다. 오늘도 소윤이의 치과 치료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내는 톳을 넣은 솥밥을 만들고 있었다. 지난주에도 만들었는데 내가 못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그때도 잘 먹었다고 했는데 오늘도 무척 잘 먹었다. 이것도 칭찬했다.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밥을 모든 아이들이 다 잘 먹는 건 아니라며, 톳을 잘 먹는 다섯 살, 일곱 살이 그리 흔치는 않을 거라며 칭찬했다. 톳을 넣고 솥밥을 만들어 주는 엄마도 칭찬했다. 맛에 대한 칭찬은 감탄과 밥 추가로 대신했다.


서윤이는 개인기를 점점 늘려가고 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기처럼, 정식 과정을 밟고 있다. 잼잼부터 곤지곤지, 예쁜짓, 까꿍을 거쳐 오늘은 드디어 윙크를 보다 능숙하게 해냈다. 눈 한 번만 감았다 떠도 엄마, 아빠, 언니, 오빠의 칭찬과 격려를 한 몸에 받는 삶이라는 걸 알까. 누누이 말하지만, 잘 해라. 가족에게.


언제나처럼 서윤이는 12시가 언저리에 깼는데 오늘은 소윤이도 같이 깼다. 서윤이가 울 때 바로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지 않았더니 그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나 보다. 깬 김에 소윤이도 나와서 화장실에 한 번 가고, 물도 마시고 다 함께 자러 들어갔다. 매트리스에 내 베개가 안 보이길래 찾았는데, 소윤이가 나에게 베개를 건넸다.


“오잉? 그게 왜 거기 있어?”

“제가 가지고 있었어여”

“왜?”

“아빠 냄새 맡고 싶어서”

“너 아빠 냄새 안 좋아하잖아. 엄마 냄새 좋아하잖아”

“아닌데. 아빠 냄새도 좋아하는데”


주로, 아니 항상 아내의 베개를 끌어안고 잤다. 엄마 냄새가 좋다면서. 내 베개를 안고 잔 게 몇 번이나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안 건 처음이었다. 누군가 나의 냄새가 그립다며 내 베개를 끌어안고 잔다는 걸 알았을 때의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제 새싹꿈나무 예배에 다녀왔을 때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라고 묻길래 ‘아빠가 해 준 오므라이스’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를 했다. 이 또한 아빠만 느끼는 색다른 차원의 기쁨이자 뿌듯함이었다.


요즘 들어 소윤이와 얘기를 하거나 같이 걸을 때, 그간 함께 보낸 시간이 무르익어 향기를 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서로를 향한 이해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지고, 사랑의 깊이가 깊어지는 느낌이랄까.


서로 그리워할 시간 없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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