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울고 저래도 울고 그냥 막 울고

21.04.16(금)

by 어깨아빠

아내에게 아침부터 카톡이 오는 날도 많고 힘들다고 할 때도 많은데, 오늘은 내용이 좀 달랐다.


“힘들다. 귀가 너무 아프네. 서윤이가 아침부터 하도 울어서”


‘귀가 아플 정도로 운다’라는 게 아니라 정말 너무 울어서 귀가 아프다는 말이었다. 서윤이가 음색이 좀 까랑까랑하긴 하다. 노래 부를 때야 좋겠지만 우는소리로 계속 들으면 진짜 귀가 아프긴 하다. 가끔 소윤이와 시윤이가 시끄럽다며 귀를 막을 때가 있다. 원래 우리 집의 보이지 않는 규칙대로라면, 말도 못 하는 동생의 울음소리를 대놓고 싫다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비록 말은 못 하지만 동생 앞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지적해야 하지만 안 그럴 때가 대부분이다. 내가 들어도 정말 시끄러우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손가락 빨 때, 슬금슬금 아내의 머리카락을 잡으려고 하길래 못 잡게 했더니,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한두 번 통화했을 때, 아내의 목소리는 정말 힘들어 보였다. 그 후로도 하루 내내 울었다고 했다. 이 또한 ‘하루 내내로 느껴질 만큼 많이 울었다’라는 게 아니라 정말 ‘하루 내내 울었다’라는 말이었다. 힘들지 않은 날이 없지만 오늘은 유독 아내의 목소리가 많이 지쳐 보였다. 서윤이는 그렇다 치고, 소윤이와 시윤이도 7시도 되기 전부터 일어났다고 했다.


아내에게 나들이의 명분이 필요하다면, 퇴근 시간에 맞춰 애들이랑 사무실 쪽으로 와도 된다고 얘기를 했다. 과연 그게 아내의 고단한 일상에 도움을 주는 일인지는 확실치 않으니, 선택은 아내에게 맡기고. 아내는 별다른 답장이 없었다. ‘그럴까?’ 싶다가도 외출을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참 막막한 일이기도 했다.


“여보. 오늘 하나로마트나 갈까? 장 보러?”


내일 처가 식구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는데, 그때 필요한 걸 살 겸 마트에 가기로 했다.


하루 종일 많이도 울었다는 서윤이는 마트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아이였다. 물론 아내에게 찰싹 붙어 있었고 내내 안겨서 걸어 다녔으니 울 틈이 없기도 했다. 장을 다 보고 집 근처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아내가 왠지 그런 분식류는 먹고 싶지 않은 듯했다. 아내가 쭈꾸미는 어떠냐고 물었다. 예전에 갔을 때 아주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아이들이랑 가기에 막 내키는 곳은 아니었다. 뭐 사실 이제 밖에서 먹으면 어디든 그렇긴 하다. 그래도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하면 어디든 기쁘게 간다. 내 식성이 아내의 식성을 포함하니까.


서윤이가 문제였다. 내가 늘 말하지 않던가. 인간은 어리석고 육아인은 더 어리석다고. 아내와 나는 오늘도 불나방이었다. 아주 작은 기대와 가능성으로 행복 회로를 돌리며 쭈꾸미를 주문했지만, 시작부터 말도 아니었다. 서윤이는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도 전부터 울었 아니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내는 최후의 수단으로 수유까지 하고 왔지만 서윤이는 수유를 한 뒤에도 울었다. 아내가 안고 서 있어도 울었다. 수유까지 한 마당에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아내는 서윤이를 업고 몸을 흔들며 달랬고 난 연신 쌈을 싸서 아내의 입에 넣어줬다. 식사 시간 내내 그랬다. 서윤이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서윤이에게 분노를 느낄 뻔했다. 분노라기보다는 야속함이랄까. 뭐 어떻게 해도 방법이 없으니까. 그나마 식당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셨고, 다른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엄마와 아빠가 동생이랑 정신없이 씨름하는 동안 알아서 척척 밥을 잘 먹었다. 기특한 남매다.


아내와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내공이 생겨서 웬만한 상황에는 그러려니 하는데, 오늘은 굉장히 버거웠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계속 우니까 정신이 혼미했다. 처음 들어갔던 회사의 회장님이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


“달리는 버스의 바퀴를 교체하는 심정으로 일해야 한다”


서윤이가 꼭 그랬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채찍질 당하는 느낌이었다. 울음 채찍.


집에 와서 애들 씻기고 재우려고 하니 10시였다. ‘무엇을 위한 외식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비록 서윤이 때문에 정신이 없긴 했지만, 집에서 먹었어도 비슷했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대신 오랜만에 아내랑 영화를 봤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볼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보기로 했다. 보상이 필요했다. 우는소리 원 없이 들었으니 정상적인 훈민정음도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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