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1(수)
낮에 장모님이 오셨다고 했다. 낮에 혼자 오신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할머니가 오셨다 가셨으니 기분이 엄청 좋아야 하는데, 소윤이의 표정에 기쁨이나 즐거움이 전혀 없었다. 하루 종일 코가 너무 많이 나와서 힘들었다고 했다. 비염 때문에 힘든 날은 평소에도 많다. 비염이 너무 심한 걸 감안해도 뭔가 달랐다. 불안스럽게 달랐다.
아내와 아이들은 점심을 아주 늦게 먹어서 나 혼자 저녁을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내 앞에 앉아서 시루떡을 먹는다고 했는데, 둘 다 몇 점 안 먹고 일어섰다. 시루떡이 하나도 달지 않은 아주 건강한 맛이라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뭔가 안 좋아 보였다. 특히 소윤이가. 힘과 의욕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여보. 소윤이 불안한데”
“왜? 아플 거 같아?”
“왠지. 느낌이 안 좋아. 저번에도 저렇게 코 엄청 나오다가 아팠잖아”
소윤이, 시윤이 모두 엄청 피곤하고 졸려 보였다. 지난 주말부터 계속 피로가 누적되긴 했다. 아침에도 워낙 일찍 일어나는데 밤에 자는 시간이 계속 늦었다. 늦게 잔다고 늦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잠만 좀 푹 자도 나을 텐데, 어쩜 그렇게들 부지런한지.
소윤이 코가 심하긴 했다. 코가 너무 막혀서 잘 때 숨 쉬는 걸 힘들어할 정도였다. 굉장히 버겁게 숨을 쉬며 잤다. 아내는, 내일 제대로(?) 아프든 안 아프든 병원에 데리고 가 봐야겠다고 했다.
피곤한 언니와 오빠는 금방 잠들었다. 서윤이도 금방 잠들기는 했다. 얼마 안 지나고 깨서 그렇지. 심지어 오늘은 한 번도 아니었다. 처음 깼을 때는 아내가 데리고 나와서 업었다. 서윤이를 업고 나랑 얘기를 더 했는데, 그렇게 잠들었다. 아내는 다시 서윤이를 방에 눕히고 나왔다. 서윤이는 또 얼마 안 가서 깼다. 무척이나 서럽게 울면서.
오늘은 나도 몸이 좀 힘들어서 그런가 뭔가 그 상황이 굉장히 싫었다. 서윤이의 우는소리도 지겨웠고, 매일 밤을 애들 재우다 끝내는 아내를 보는 것도 싫었고.
“하아. 지긋지긋하다. 이 생활이”
진심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짓도 아닌, 순간의 감정이 잔뜩 담긴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누구를 향해서 한 말은 아니었고 그냥 다 들리는 혼잣말이었다. 서윤이는 들어도 무슨 소린지 모를 테지만. 사실 지긋지긋하지는 않다. 오늘 좀 힘들었나 보다. 정작 재운 건 아내가 다 했는데.
아내는 다시 서윤이를 재우러 들어갔고 난 소파에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들어갔다. 뭔가 두통의 기미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장모님이 새로 주셨다는 홍삼진액 한 포와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