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5(주일)
소윤이와 시윤이를 새싹꿈나무 예배에 데려다주면서 지나가듯 얘기했다.
“시윤아. 오늘은 한 번 방으로 들어가 봐”
예배가 끝나고 나면 연령별로 반을 나누는데 이때 소윤이와 시윤이가 떨어져야 한다. 시윤이는 한 번도 자기 반을 찾아간 적이 없고, 항상 소윤이 옆에 있었다. 소윤이도 그걸 별로 귀찮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물론 진짜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다만 동생이 자기 반에 가는 걸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권유하곤 했다. 그래도 시윤이는 꿋꿋하게 누나 옆을 지켰고.
예배가 끝나고 다시 데리러 갔는데 소윤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아빠. 시윤이 오늘 방에 들어갔어여”
“진짜?”
“네”
사실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윤이 나름대로는 큰 결심을 한 건지도 모르니까 과장된 칭찬을 장전했다.
“오, 시윤아. 진짜 누나랑 떨어졌어? 대단한데? 갑자기 왜 그랬어?”
“아, 아니. 들어가기 싫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여어”
아마 어떤 결단을 한 건 아닌 듯하다. 자기도 모르게 휩쓸려서 들어간 것 같았다. 나에게 상황을 전하는 시윤이 표정에 뿌듯함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집 앞에 새로운 식당이 하나 생겼다. 파스타만큼이나 언제나 아내가 선호하는 음식인 샤브 칼국수 집이었다. 갈까 말까 고민했다. 요즘은 늘 서윤이 때문에 고민이다. 행복 회로도 돌려 보고 냉철하게 잿빛 미래도 그려 보고. 사실 의미는 없다. 예측이 안 되니까. 샤브 칼국수의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아내가 너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일단 가 보기로 했다.
다행히 서윤이는 잘 있었다. 물론 아내와 내가 무척 바빴다. 물 위에서 평화로워 보이는 새들도 물 밑에서는 쉴 틈 없이 발을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얌전한 서윤이’를 위해서 쉬지 않고(진짜 쉬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대령해야 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이유식 먹이다가 어느 정도 먹고 뱉어내면 치즈도 먹이다가 그것도 지겨워하면 또 과자도 먹이다가. 신기한 건 뒤로 갈수록 유효 시간이 짧아진다. 그만큼 아내와 나의 마음도 분주해지고. 경험상 울음 발동이 걸리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울음이 시작될 틈을 주지 않는 게 핵심이다. 이러면서도 그 와중에 또 잘 먹는 거 보면 헤헤거리고. 아무튼 평화롭게 식사를 마쳤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없는 반찬에 맛있게 잘 먹었다.
날씨가 무척 좋았다. 원래 소윤이와 시윤이는 두고 나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고민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체력 안배 차원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따라가면 안 되냐고 계속 물어봤다. 시윤이는 교회에서 오는 차 안에서 꽤 길게 낮잠을 잤다. 소윤이도 무척 피곤해 했다.
“소윤아. 그럼 소윤이도 낮잠 한숨 자자”
“아빠. 저는 낮잠 자려고 들어가는 건 괜찮은데, 누워도 잠이 안 올 때가 있어여.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여”
진심이었다. 그래서 더이상 별말을 하지 못하고 일단 결정을 보류했다. 집에 와서 화장실에 갔다 오는 사이에 아내가 소윤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여보. 소윤이 낮잠 한숨 자기로 했어요. 내가 재우고 나갈게요”
다행히 서윤이가 문이 닫혀서 엄마를 보지 못해도 울지 않았다. 기분이 꽤 괜찮았나 보다. 시윤이와 서윤이가 거실에서 노는 동안 나는 거실 바닥에 누워 한 15분 정도 깊이 졸았다. 아내는 그것보다 조금 더 뒤에 나왔다. 그동안 서윤이는 울거나 칭얼대지 않았다. 오히려 아내를 보니 안기겠다고 징징댔다.
“여보. 소윤이는? 자?”
“어. 그런 거 같아”
많이 피곤했나 보다. 이렇게 금방, 수월하게 잠들다니. 소윤이는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사실 깨우지 않았으면 더 잤을 거다. 자고 일어난 소윤이를 보니 내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옷을 입혀서 데리고 나왔다.
“여보. 갔다 올게”
셋 중 둘을 데리고 나가는 건데도 하나만 남은 아내가 더 걱정인, 우리 집의 요즘 상황. 실컷 놀고 돌아오니 서윤이는 아내 등에 업혀 있었다. 익숙한 풍경이다. 아내는 그 상태로 저녁으로 먹을 고기를 굽고 있었다.
“여보. 괜찮았어?”
“어. 뭐 비슷했지. 서윤이는 여보랑 애들 나가고 나서 바닥에 혼자 누워 있다가 잠들었어”
원래 아내는 에그타르트를 사러 갔다 올 거라고 했다. ‘먹고 싶은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라는 게 아내의 명분이었다. 바닥에서 잠든 서윤이가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자서 다녀오지 못했다. 중간에 형님(아내 오빠)네한테도 연락이 와서 만나러 갈까 하다가 역시 마찬가지로 가지 못했다고 했다. 아내는 깊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에그타르트를 향한 강렬한 욕망과 자는 아이를 깨우는 만용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안전한 길을 택했다. 곤히 자는 돌쟁이 아기를 과감하게 깨울 수 있는 엄마는 이 세상에 별로 없지 않을까.
서윤이는 요즘 수유를 거의 하지 않는다. 단유 전초전 기간이랄까. 낮에는 아예 한 번도 안 하고 자기 전, 새벽에 깼을 때 정도만 수유를 한다. 덕분에 밥시간에 밥 먹는 속도와 달려드는 자세가 달라졌다. 아내는 고기를 먹을 때 꼭 쌈을 싸 먹는 편이다. 고기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는 나하고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입에 넣어주면 사라지는 마법을 부리는 서윤이를 먹이면서 정성스럽게 쌈을 싸는 건 불가능하다. 아내는 서윤이를 먹이고, 난 아내를 먹였다. 아내와 내가 둘 다 여의치 않을 때는 가끔 소윤이가 서윤이한테 밥을 떠주기도 하고. 자잘한 심부름은 소윤이든 시윤이든 수시로 해 주고. 서윤이의 관심을 돌리며 시간을 끌어야 할 때도 두 녀석이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소윤이, 시윤이 없었으면 어떻게 셋째를 키웠을까 싶다가도 소윤이, 시윤이 챙기는 것만 없어도 좀 수월하겠다 싶기도 하고. 오묘한 아이 셋 육아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