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8(금)
아내는 오늘도 바빴다. 아침 일찍부터 아주 멀리까지 가야 했다. 무려 송도까지. 아내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놀러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멀고 힘들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길래 운전 조심해서 천천히 하라고 했다. 사실 운전은 내가 더 막 하는데.
그 멀리까지 다녀오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닌데 아내의 더 큰일은 따로 있었다. 금요 예배에 함께 가기로 했다. 서윤이 낳고 나서는 처음 도전이었다. 가히 도전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한 일이었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이제 말도 잘 듣고 잘 통하니 괜찮다. 소통인 듯 불통 같은 불통 아닌 소통 같은 복잡한 생명체, 서윤이가 문제였다. 서윤이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 소윤이랑 시윤이만 데리고 갔을 때도 힘들었을 때가 많았다. 그때는 어느 정도 말이 통할 때였는데도. 그렇게 힘들 게 뻔한데 아내가 굳이 가겠다고 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육아랑 비슷하다. 가면 예상보다 힘든데 또 그만큼 좋다.
퇴근했더니 아내는 열심히 돈까스를 튀기고 있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듯했다. 아내는 분주했다. 덩달아 나도 바빠졌다. 실제로 시간이 촉박하기는 했다. 아내가 식탁에 밥그릇을 놓는데 네 개뿐이었다.
“여보는? 안 먹어?”
“어, 난 안 먹으려고”
“왜? 생각이 없어서?”
“아, 그냥 아까 뭐 많이 먹기도 했고”
“안 먹고 싶은 거야?”
“어, 지금은 굳이 안 먹고 싶어”
나야 뭐 번갯불에 콩 튀기듯 식사를 끝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도 평소보다 조금 더 서둘러야 한다고 얘기했다. 교회 가기 전에 아예 다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아직 집에서 나가지도 않았는데 이미 체력 소모가 빠르게 진행됐다. 나 말고 아내가.
이제 차가 두 대니 꼭 내 연습 시간에 맞춰서 갈 필요는 없었다. 아내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는데 아내는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며 나랑 함께 나왔다. 예배 시간 1시간 전에 교회에 도착했다. 난 연습을 하러 단 위로 올라왔고 아내와 아이들은 맨 앞자리에 앉았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예전에 자주 보던. 다만 생소한 인물 하나가 늘었다. 서윤이는 언니, 오빠 옆에 앉아 나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마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큰 예배당에서도 까랑까랑하게 울렸다. 그렇게 기분 좋게 잘 앉아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그러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아내도 알고 나도 알았다. 드럼을 치면서도 아내와 아이들을 한 번씩 봤다. 아내는 어느 순간 서윤이를 아기 띠로 안았다. 졸릴 시간이었다. 잘 듯 말 듯 안 잤다. 내가 가까이에서 본 건 아니지만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내는 서윤이를 겨우 재우고 들어왔다. 그래도 바로 유모차에 눕히지는 않고 아내가 조금 더 안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나가는 게 보였다. 보나 마나 화장실이었다. 잠시 후 아내랑 아이들이 다시 예배당에 들어왔는데 소윤이랑 시윤이만 원래 자리에 앉았고, 아내는 다시 예배당 뒤편에 서서 살랑살랑 몸을 흔들었다. 서윤이를 재우는 몸짓이었다.
‘아, 서윤이 깼나 보네’
소윤이와 시윤이는 기특하게도 아내가 서윤이를 재우는 동안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나 혼자서도 데리고 오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아내는 다시 서윤이 재우는 걸 성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나도 반주를 마치고 아내와 아이들 옆으로 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늘 낮잠을 한숨도 안 잤다. 소윤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시윤이는 차에서라도 잘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자지 않았다. 둘 다 엄청 졸렸을 텐데 그래도 이제 정말 많이 컸다. 졸리다고 막무가내로 짜증 내고 그러는 일은 없다(물론 아내는 반박할 거다. 시윤이가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시윤이는 중간에 이리저리 고개를 떨구며 졸았다. 결국 예배가 끝날 때쯤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오늘도 소윤이만 홀로 살아남았다.
예배가 끝나고 잠든 시윤이를 들어 안았다.
‘와, 진짜 무겁구나’
육아의 신비 중에 하나인데 분명히 몸무게는 소윤이가 더 많이 나가는데 시윤이를 안는 게 더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통뼈라서 그렇다’, ‘원래 남자 애들이 그렇다’ 등의 말을 어른들이 참 많이 하신다.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지만 진짜 그런 느낌이다. 교회에서 주차장까지 한 100미터 정도 걷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여보. 괜찮았어?”
“어. 좋기야 좋았지. 위기가 있었지만”
“그러게. 고생했다”
집에 도착해서 아까처럼 시윤이는 내가 안고 서윤이는 유모차에 태웠다. 낑낑대며 엘리베이터로 갔는데 아내가 얘기했다.
“시윤이 눈 뜬 거 같은데?”
“그래?”
“어. 근데 애써 다시 감는 거 같아”
현관문을 열고 내려놓으니 멀쩡하게 걸어서 화장실로 갔다. 이 녀석이.
서윤이도 깨서 우는 바람에 결국 아내가 애들을 재우러 들어갔다. 아내는 오늘도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뭐지. 또 배가 고프네. 참”
아내의 배고픔이 오늘은 정당했다. 아내는 저녁을 안 먹었으니까. 답장을 보냈지만 다시 답이 오지는 않았다. 아내의 배고픔이 피곤함에 정복 당했기 때문에. 아내는 한참 있다가 나왔다. 나와서도 졸음을 제대로 떨쳐내지 못하고 헤롱헤롱거렸다.
아내가 과연 다음 주에도 간다고 할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