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5(목)
아내는 단문의 카톡을 쉴 새 없이 여러 개, 아주 여러 개를 몰아서 쭉 보냈다. 오늘도 여지없이 시윤이와의 문제로 끓는 심정을 그렇게라도 호소하는 거였다. 아내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자기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얘기해 줬다. 두어 번 되묻는 것 말고는 따로 답장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아내가 정말 ‘얘기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거의 20분 동안 아내의 카톡이 쉬지 않고 전송됐다.
무슨 답을 바라고 쓴 건 아니고 어디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속이 터질 것 같아서 그런 거니 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게 마지막 카톡이었다.
요즘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이 얕은 파도인지 아니면 집채만 한 파도인지는 모르겠다. 모쪼록 이 파도에 배가 부서지는 일 없이 최대한 잘 타고 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려면 일단 내가 정신을 잘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전해지는 집안의 상황, 아내와 아이들의 상태가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할 때도 많지만 아주 강력한 의지로 동요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한참 지나서 오후에
“지금은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라는 카톡과 함께 점심을 먹는 소윤이와 시윤이의 사진이 도착했다. 원래 그런 거다. 일상이 울음과 고함이면 그건 정말로 사람 미치는 일이고, 대부분 잠깐이다. 그 잠깐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그렇지 잠깐이면 지나간다.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고. 조금 더 지나 밤이 되면 멀쩡해진 게 아니라 잠시 사라져 준 것뿐이라는 듯, 다시 스멀스멀 기억이 되살아나고.
저녁에는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아침까지 잊고 있다가 아내가 말해줘서 생각이 났다. 아내와 나 둘 다 참여해야 하는 모임이었지만, 아내가 들어야 할 내용이 많은 모임이었다. 애들은 내가 재우기로 했다. 서윤이는 기분 좋게 나에게 안겨 있다가, 엄마한테 인사하라고 하니까 그때까지도 뭐가 뭔지 모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다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니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 아주 잠깐 오열하더니 금방 잠잠해졌다. 이제 서윤이도 다 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좋다.
시윤이랑 서윤이는 금방 잠들었다. 소윤이는 잠든 듯 잠들지 않은 듯 애매했다. 그래도 꽤 누워있었다. 슬그머니 나오려고 하는데 소윤이가 눈을 떴다.
“소윤아. 아빠 나갈게. 잘 자”
“아빠”
“어?”
“조금만 더 누워 있어여”
“조금만 더?”
“네”
“그래, 알았어. 대신 소윤이도 얼른 자. 알았지?”
그냥 소윤이 잠들 때까지 있어 주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는 금방 잠들었다.
온라인 모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나누는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처치홈스쿨 운영과 관련한 모임이었는데 아내랑 시윤이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 집도 이 난리인데 내가 지금 누구를 신경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뭐 크게 맡아서 하는 것도 없긴 하지만.
온라인 모임을 마치고 난 뒤에는 아내와 또 시윤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난 항상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남편이니까 누구보다 잘 공감해야 하지만 또 남편이니까 공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아내 입장에서는 당장 상황이 안 되니 답답하고 막막해도 아내가 가야 할 길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채근하지 않으면 된다.
서윤이는 드디어 ‘엄마’ 이외의 단어도 발음을 하기 시작했다.
밥=빠압, 빵=빠아, 치즈=칫Ziiii이이이
‘아빠’는 그렇게 시켜도 안 하더니. 아빠보다 빵과 밥이 먼저라니. 아내가 찍어 놓은 서윤이의 말 하는 영상을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당장 깨워서 물고 빨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요즘은 서윤이가 아내와 나의 치료제다. 소윤이는 든든한 통장 잔고, 시윤이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비트 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