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6(금)
아내는 시윤이와의 문제(?)를 아는 분에게 말씀드렸다. 일종의 상담 요청이었다. 카톡으로 장문의 글을 써서 현재의 상황을 알려드렸다고 했다. 물론 시윤이는 오늘도 그랬고. 돌아온 답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비슷했다.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는 건 그것대로 하되, 많이 안아주라고 하셨다고 했다. 아주 많이.
가장 많이 안아주지 못한 게 시윤이인 건 분명하다. 안아주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건 그저 스킨십이 부족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다. 안고 있는 동안 마음을 나누라는 뜻이고 안기 위해서 시간을 떼어 내라는 뜻이고 안아주는 대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라는 얘기고. 혼자 애 셋을 보며 집도 지켜야 하는 아내의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래도 열쇠는 이것뿐이다. 지금 풀지 않으면 더 견고히 잠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거다. 누군가의 품에 안길 때의 그 따뜻함과 안락함이란. 반대로 누군가 안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가정에서의 위치와 육체적 압도감으로 인해 난 주로 안아주는 쪽이다. 안아준다고 표현하지만 어쩌면 안겨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안아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줘야 한다.
아내는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카톡을 보냈다.
“나 지금 엄청 배고픔”
애들 점심 차려 주고 정작 자기는 온라인 모임 하느라 제대로 못 먹었다고 했다. 오후 간식으로 감자를 잔뜩 구웠는데 애들이 너무 잘 먹어서 감히 손대지도 못했고. 요즘 내가 아내를 향해 느끼는 주된 정서는 ‘측은함’이다.
“여보는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먹고 싶은 거 없어?”
아내는 고민할 시간도 없었는지 따로 대답을 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 버렸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일단 소윤이와 시윤이의 ‘달려듦’을 다 받아 주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도 그러긴 했지만 요즘은 더더욱. 시윤이는 시윤이 나름대로 쌓이는 게 있을 거다. 그렇게(?) 한다고 속에 있는 게 풀리기는커녕 아마 더 쌓일 거다. 소윤이는 또 소윤이대로 눈치 보고 알아서 처신하느라 힘들 테고. 내가 없는 동안 일어났던 일은 모른 척하고 일단 ‘노는 아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애를 쓴다. 오늘도 어쩌다가 엎드리는 자세를 취했는데 어떻게 알고 바로 올라탔다. 누구 한 명이 올라타면 다 태워줘야 한다. 서윤이까지도. 서윤이도 알고 등 뒤로 와서 부비적거린다. 말타기는 언제부터인가 정말 힘든 놀이가 됐지만 힘을 내서 거실과 방을 왔다 갔다 했다.
애들을 재우러 들어간 아내가 맛있는 걸 얻어먹었어야 했는데 저녁을 먹어 버렸다면서 아쉬워했다. 제안은 아직 유효했다. 아내는 애들을 재우고 나오자마자 앱을 켜서 크로플과 커피를 배달시켰다.
“하겐다즈도 올려 먹으면 진짜 맛있겠다”
라며 나를 쳐다봤다. 다 사 줬다. 사실 니돈내돈이 없다. 월급 받아 오면 통장에 들어가고 거기서 용돈 받고 그 용돈은 다시 아내를 위한 크로플과 하겐다즈가 되고.
아내는 아주 만족스럽게 크로플과 하겐다즈를 먹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녹아내린 한 주를 보낸 걸 생각하면 정말 소소한 보상이었다. 그래도 아내는 행복해 보였다. ‘드디어 주말이 시작되었구나’라며 한 숨 아니 세 숨 네 숨은 돌리는 듯했다.
이제 나의 시간이다. 가영아 넌 빠져. 내가 알아서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