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너무 배가 고팠어

21.07.29(목)

by 어깨아빠

아내는 아침이 늦었다며, 정말 꽤 늦은 시간에 아침 먹는 사진을 보냈다. 아침부터 바쁘고 치열했나 보다. 어제 먹고 남은 (직접 만든) 짜장에 스파게티 면을 넣어서 동서양의 화합을 도모한 음식이었다. 아내가 보내 준 사진 속 음식의 모양은 볼 품이 없었지만 맛은 아주 좋은 음식이었다. 아침에 조금 배가 고팠을지는 몰라도 엄마의 정성과 땀, 때로는 눈물까지 담긴 최고의 음식이다.


늦은 오후에는 핫케이크 반죽과 구워진 핫케이크 사진이 도착했다. 며칠 전에 소윤이가


“아빠. 엄마랑 장 보면서 핫케이크 가루도 샀어여.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주신대여”


소윤이는 당장 내일이라도 실행될 일처럼 말했지만 언제나처럼 아내는 예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아내는 사진과 함께 이렇게 카톡을 보냈다.


“드디어. 이게 뭐라고. 그래도 이만큼 오기까지 피곤했어요. 느낌 알죠?”


엄마 엄마 보고 싶어요.

엄마 제가 눌러볼래요.

우유 먹고 싶어요.

등등.


아내가 깊은 의지를 발휘한 덕분에 소윤이와 시윤이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퇴근한 나에게 오늘 핫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면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서윤이는 오늘도 거실에서 혼자 뒹굴다가 잠들었다. 그렇게 잠들면 아내가 따로 방으로 옮기지 않는다. 그래도 잘 잔다. 언니와 오빠가 시끄럽게 떠들고 놀아도 웬만큼은 잔다. 소윤이는 서윤이가 거실에서 노숙 아니 잠들면 항상 수건이나 이불을 가지고 와서 머리에 깔아주고, 인견 이불도 덮어준다. 엄마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요즘은 시윤이의 어설픈 말이나 행동을 보면서도


“아, 시윤이 귀엽다”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오늘도 퇴근할 때 아내가 전화를 했다. 먹고 싶은 게 없냐고 물었고. 소윤이도 어제처럼 옆에서 아빠가 먹고 싶은 걸 말해야 엄마가 힘들지 않다’며 아내를 거들었다. 물론 나도 어제처럼 특정 음식을 말하지는 못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배도 엄청 고팠다. 퇴근하면서도 좀 많이 지친 상태라 그런 걸 생각할 힘이 없었다.


집에 도착할 즘에는 배고픔이 극에 달했다. 아내는 무밥을 만들려고 무를 썰고 있었다. 밥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랜만에 만난 아빠를 보고 언제나처럼 달려들었지만 많이 못 받아줬다. 다른 건 둘째치고 너무 배가 고팠다. 내 의지를 발휘하고 뭐하고 할 겨를도 없이 그냥 배가 너무 고파서 기운이 없었다. 오늘은 유독 그랬다. 무밥을 먹고 간신히 충전이 됐다. 저녁을 먹고 나면 잘 준비를 하고 자리에 눕는 일만 남는다. 배고픔이 해결되고 나니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그래도 아까는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서윤이는 요즘에도 잘 잔다. 1년이 넘도록 아내와 나의 밤을 힘들게 만들었던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1년을 고생한 덕분인지 지금은 아주 순하게, 전혀 예민하지 않게 잘 잔다. 그래도 가끔씩 깨기는 한다. 오늘도 자정이 넘었을 때 깨서 울었다. 아내랑 나는 아직 자기 전이었고 이제 막 자러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아내가 들어가서 서윤이를 안고 나왔다. 서윤이는 아내 품에 온몸에 힘이 빠진 듯 안겨서 손가락을 빨았다. 아내는 씻어야 해서 내가 잠깐 서윤이를 안아야 했다.


“서윤아. 아빠한테 잠깐 갈까?”

“엄청 울 것 같은데”


각오를 하고 서윤이를 받아서 안았는데, 이럴 수가. 서윤이는 울기는커녕 나에게 안기자마자 아내에게 안겼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자기 몸을 맡겼다.


“여보. 여보. 얘 봐. 울지도 않네. 이렇게 안겼어”


와, 너 진짜. 매력적인 막내딸이구나. 어려서부터 아빠가 아끼지 않고 너를 안아준 보람이 있구나.


이래서 육아를 끊을 수가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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