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백신 접종

21.09.13(월)

by 어깨아빠

아내가 백신을 맞았다. 최대한 늦은 시간에 맞아도 내가 퇴근하기 전에 맞아야 해서 좀 걱정이 됐다. 주사 맞는 거야 잠깐이지만 맞고 나서 병원에 앉아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과연 괜찮을까 싶었다. 애 셋을 데리고 가서 백신을 맞다가 오히려 병 나는 꼴이 나지는 않을까 싶었다.


“여보. 나는 무사히 맞았음. 엄마가 4시쯤 갑자기 오셨네. 애들 맡기고 혼자 와서 맞았어요”


아마 장모님이 백신 맞는 걸 알고 오신 것 같았다. 다행히 아내는 별 이상 반응 없이 무사히 귀가했다. 아내가 백신을 맞았으니, 혹시 모르니 오늘 저녁은 밖에서 사 먹기로 했다. 퇴근할 때쯤 아이들은 장모님과 함께 놀이터에 나갔다고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도 애들은 없었다.


“애들 아직 안 왔어?”

“어. 아직 놀고 있나 봐. 엄마한테 전화해봐야겠다”

“여보는 어때? 괜찮아?”

“어. 아무렇지도 않아. 팔이 약간 뻐근한 것 같기도 하고”

“다들 그러더라. 화이자 맞으면 팔이 아프대”


아내는 멀쩡해 보였다. 가끔 아내와 아이들이 없었던 적은 있었는데 아이들은 없고 아내만 있는 풍경은 생소했다. 아내와 뭘 할 틈도 없이 바로 저녁 준비에 돌입했다. 장모님은 아내에게


“30분만 놀고 들어올게”


라고 얘기하고 나가셨지만, 나의 다이어트 결심만큼이나 지키기 힘든 약속이었다. 내가 집에 온 뒤에 아내가 전화했을 때도 여전히 놀이터라고 하셨다. 장인어른도 집으로 오신다고 하셨다(아내가 전화했을 때 이미 아파트에 주차를 하고 아이들을 찾으러 놀이터에 계신다고 하셨다). 배달 음식을 시키긴 했지만 그건 우리 다섯 식구의 몫이었다. 장모님, 장인어른도 함께 먹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급히 라면 두 개를 더 끓였다. 식탁에 꽈배기 봉지가 보였다.


“이건 뭐야?”

“아, 아까 엄마가 사 오셨는데 애들이 다 먹었어”


아내가 그 뒤로도 애들이 뭔가를 많이 먹었다는 얘기를 했다. 상세히 귀담아듣지는 못했지만 애들이 저녁 먹을 배가 남아있지 않을 거라는 건 대충 파악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장모님, 장인어른과 함께 귀가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마주한 아이들의 표정은 ‘피곤’ 그 자체였다.


아니나 다를까 소윤이와 시윤이는 ‘배고프지 않음’과 ‘졸림’으로 인해, 저녁 식사를 향한 의욕이 전혀 없었다. 시윤이는 꾸역꾸역 할당된 양을 다 먹었지만 소윤이는 남기고 말았다. 서윤이는 ‘아직도 배고프다’는 듯한 태도로 절제 없이 돈까스를 마구 집어먹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급히 가셨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피곤함이 극에 달한듯 말과 행동이 보통의 궤도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나마 장모님이 밥 먹기 전에 다 씻겨 주셔서 양치만 하고 바로 재울 수 있었다.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는 동안 나는 설거지를 했다. 저녁 준비를 간편하게 하려고 배달 주문을 한 건데 설거지는 오히려 더 많아진 느낌이었다. 한참 동안 설거지를 했다. 아내는 혹시 모르는 사태 악화(?)를 대비해 철저히 안식을 취했다.


내일이 걱정이다. 아내가 아프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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