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인데 더 피곤한 건, 나만 그런 거 아니지?

21.09.21(화)

by 어깨아빠

호수공원에 가기로 했다. 사람이 좀 많을 것 같기는 했지만 ‘자전거가 타고 싶다’는 소윤이와 시윤이의 바람을 이뤄주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아내는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며칠 전부터 고관절이 아프다고 하더니 그 연장선인지 아니면 생리적 주기에 따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허리의 통증을 호소했고 몸 전반의 상태도 썩 좋은 건 아니라고 했다.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 보였다.


오전에는 좀 늘어져 있었다. 애들은 자기들끼리 좀 놀고, 난 책도 좀 읽고. 아, 그러고 보니 아내는 빨래도 개고 부지런히 움직인 것 같다. 소파에 앉으면 졸기도 했고. 아무튼 오전은 여유롭게 보냈다.


점심에 먹으려고 간단한 볶음밥을 준비하는 동안 아내가 서윤이를 재우려고 방에 들어갔다. 마치 밤에 재우러 들어갈 때처럼 직감했다. 아내는 서윤이를 재우러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재우러 들어가는 거라는걸. 역시 아내는 나오지 않았다. 점심 준비가 다 됐고 아무 생각 없이 아내를 깨워 밥을 먹이려다가 멈췄다. 지금 아내에게는 밥보다 잠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먹고 나면 바로 준비해서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서윤이 몫은 따로 유리 용기에 담았다.


“아빠. 엄마는 왜 안 나오세여?”

“글쎄. 엄마가 엄청 피곤하셨나 봐”

“밥 드시라고 깨워야 되지 않아여?”

“아, 아니야. 지금은 그냥 주무시라고 하고 일어나시면 드시면 되지”


소윤이와 시윤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아내는 나오지 않았다. 밥을 다 먹은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무슨 옷을 입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아내가 혼자 나왔다. 서윤이는 아직 자고 있었다. 아내의 몫으로 남겨 놓은 볶음밥을 그릇에 떠 주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사이 서윤이도 깨서 나왔고 아내가 밥을 먹이고 있었다.


아침까지 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오후가 되니 정말 신기하게 날이 갰다. 그냥 갠 정도가 아니라 너무 아름답게. 외출할 맛이 나는 날씨였다. 뭔가 쉴 때마다 비가 오는 것 같은 손해 보는 느낌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자전거를 너무 오랜만에 타는 거라 바퀴에 바람이 다 빠져서 바람을 넣어야 했다. 인근 단지에 바람 넣는 펌프가 있다고 해서 갔다. 소윤이 자전거는 바람이 잘 들어가는데 시윤이 자전거에 바람이 잘 안 들어갔다. 내가 잘못 넣어서 그런가 싶어 몇 번을 시도하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바퀴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아마 바퀴 안쪽의 튜브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혹시나 싶어 여러 번 다시 해 봤는데 분명했다.


“시윤아. 시윤이 자전거는 바퀴에 바람이 빠져서 오늘은 못 타겠다. 구멍이 났나 봐”

“아빠아. 저는 자전거가 타고 싶어서 공원에 가는 건데”

“근데 아빠도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당장 고치기도 어렵고. 오늘은 누나 자전거 같이 타고 다른 것도 하면서 놀자”


사람이 많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건 아니었다. 그늘이 지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소윤이는 오늘이 네 번째로 두발자전거를 타는 거였다. 자전거가 참 신기한 게 일단 한 번 성공을 하면 중간의 공백이 아무리 길어도 몸이 기억을 한다. 오늘도 소윤이는 어려움 없이 두발자전거를 탔다. 지난번에는 방향 바꾸는 건 어려워하더니 오늘은 그것까지 능숙했다. 호수공원의 분수대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게 가능했다.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각종 변수(자전거,사람 등)에 굉장히 겁을 먹기는 했지만 대처는 잘했다. 그래도 혼자 타라고 하기에는 아직 불안해서 소윤이 옆에서 같이 뛰었다.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선수의 코치처럼. 아직 느린 속도라고 해도 어쨌든 자전거라 뜀박질로 따라잡으려면 꽤 가쁜 호흡이 필요했다. 헌 서너 바퀴 돌고 나니 땀이 주룩주룩 쏟아졌다.


누나만 뛰어 주면 서운하니 킥보드 타는 시윤이 옆에서도 뛰었다. 시윤이도 두발자전거에 도전했는데 딱 한 번 타 보더니 안 타겠다고 했다. 서윤이를 유모차에 태우고도 몇 바퀴 돌았다. 잠시 쉴 때는 캐치볼 하고. 재밌었다. 힘들었지만.


저녁은 집에 오는 길에 샀다. 어제보다 더 이상했다. 아직도 휴일이 남았다니. 하루 남은 휴일의 즐거움과 안도감을 나누며 즐겁게 저녁을 먹었다. 내가 가장 먼저 먹었는데 포만감과 동시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차원이 다른 피로감이었다. 마치 축구하고 온 뒤의 묵직함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물리치기 힘든 큰 상대 같은 느낌이었다. 소파에 앉아서 그대로 눈을 감았 아니 감겼다. 아내는 걱정했다.


“여보. 몸이 안 좋은 건 아니지? 속이 안 좋은 건 아니지?”

“어, 전혀. 그냥 너무 피곤하네”


몇 바퀴 뛴 게 주요한 원인이었다. 아내가 애 셋을 모두 씻기고 재울 준비를 하는 동안 거의 자는 것처럼 졸았다. 평소에 일하고 와서 느끼는 노곤함과는 다른 급이었다. 아내는 그대로 잠들면 안 된다면서 깨웠다. 먹고 바로 잠들면 얹히거나 체할까 봐 걱정했다. 이제 그런 걸 신경 쓸 나이 혹은 몸이 됐다. 젊다고 막 굴리던 시절은 다 지나갔다.


필사의 각오로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뜨끈한 물로 샤워를 했더니 피로가 좀 멀어졌다. 멀어졌을 뿐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었다. 눈이 뻑뻑했다. 내일 출근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었다. 아니, 내일이 출근이었으면 그렇게 뛰지 않았으려나.


언제나 피곤한 아내는 오늘도 잠들었다가 나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의 마지막 축제를 거행했다. 영화를 볼까 하다가 볼 만한 게 없어서 보던 드라마를 골랐다. 한 편이 끝나고 아내가 물었다.


“하나 더?”

“콜”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번 연휴는 하루 남았다는 사실에 불안하지 않고 마냥 다행스럽다. 아마도 연휴가 끝나도 이틀만 출근하면 되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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