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01(금)
아침에 일어났더니 소윤이가 아내와 나 사이에서 인형을 안고 자고 있었다. ‘자다가 자리를 옮겼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아내에게 들어보니 새벽에 2시간을 깨어 있었다고 했다. 나중에 소윤이에게 물어보니 진짜 두 시간을 확인한 건 아니고 자기가 느끼기에 ‘2시간 정도 된 것 같았다’라고 얘기했다. 아무튼 꽤 한참 뒤척였나 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마음에 뭔가 불안한 게 느껴지거나 그래서 못 잤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그냥 잠이 안 왔다고 했다. 타고나기를, 잠이 많은 아이가 아닌 게 확실하다.
오늘도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퇴근하면 저녁만 먹고 바로 교회에 가야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점심을 늦게 먹어서 저녁은 굳이 챙겨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내가 교회에서 돌아오면 야식을 먹기로 하고, 다 함께 저녁은 간단히 때우기로 했다. 아내가 아이들과 나가서 장을 보면서 꽈배기와 빵을 좀 사 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늦게 장을 보러 가서 오히려 나보다 늦게 집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아내와 아이들이 도착하고 내가 차 문을 여니까 서윤이가 엄청 큰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웃었다.
“압빠아아아악. 학학학학학”
스스로 내릴 수 없는 처지의 서윤이보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먼저 내렸다. 소윤이가 뜬금없이 목마를 태워 달라고 해서 흔쾌히 들어 올렸다. 소윤이를 태우면 당연히 시윤이도 태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서윤이 쪽 문을 열고 서윤이를 가까이서 만났다.
“압빠아아아악. 학학학학학학”
집에 와서 바로 상을 펴고 빵을 먹었다. 다들 점심을 늦게 먹었다더니 누가 보면 점심 굶은 아이들처럼 잘 먹었다. 애들도 밥 배, 빵 배 따로 있는 건가. 애들이랑 같이 앉아서 빵 먹은 건 20분 남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래도 시간을 좀 같이 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짧아도 함께 끼니를 챙기는 시간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가끔 아내와 야식을 도모하느라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소윤이가 무척 아쉬워한다.
“아빠. 저는 엄마, 아빠랑 같이 밥을 먹는 게 좋은데”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를 낳고 함께 식사하는 것을 방해받은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다. 기브앤테이크의 원리에 따라 그만큼 우리 집 주머니는 가볍겠지만, 가벼운 주머니를 아이들과의 시간으로 채워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주머니도 무겁고 시간도 채우는 사람이 꽤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얘들아. 부지런히 먹자. 아빠 가시기 전에 다 먹으려고 했는데”
아내는 이제 고인물 중에 고인물이라 혼자 애 셋 씻기고 재우는 일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그래도 남편의 ‘사라짐’은 언제나 아쉬워한다. 남편이 없어도 감당해야 하니까 할 뿐, 언제나 고단하고 버거우니까.
아내는 오랜만에 치킨을 주문했다.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려서 그랬는지 나보다 치킨이 늦게 도착했다. 오늘은 아내와 수다를 떨고 싶어서 드라마를 미루고 아내와 마주 앉았다. 막 대화가 무르익으려는데 서윤이가 깼다. 어제는 깨 줘서 고마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린데 서윤아?
혹시나 혼자 다시 잘까 싶어 숨을 죽이고 기다려 봤다. 서윤이도 전략을 바꿨는지 문을 열어 달라고 우는 게 아니라 엄청 불쌍하게 엄마를 불렀다.
“암마아아아아”
오늘도 아내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은 내 품에 안겼다. 거기까지다.
“서윤아. 아빠랑 들어가서 잘까?”
“아앙아앙”
“엄마랑?”
“응”
단호한 녀석. 아내는 들어가며 공수표를 날렸다.
“다시 나올 거야”
서윤이가 거의 바로 잔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 자네. 계속 뒤척이고”
아내에게 이 카톡을 받고 포기했다. 아내는 못 나왔고 난 꽤 오래 아내를 기다리다가 졸고 그랬다. 아내와 먹던 치킨의 현장은 그대로였다. 졸다가 깨서 치우려니까 한없이 귀찮았다. 아내가 더욱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