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15(금)
아내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원래 다음 주 월요일이었는데 주변에 2차 맞고 나서 아프다는 사람이 많길래, 가능하다면 금요일로 예약을 바꿔 보라고 했다. 주말에는 아파도 내가 있으니까. 다행히 예약이 변경됐고 오늘 맞게 됐다.
애들 셋을 모두 대동하고 맞는 건 아내에게 너무 처량한 일이니, 장모님이 오시기로 했다. 서윤이의 맨 다리를 걱정하신 장모님이 스카프로 서윤이의 치마를 만들어서 입혀 주셨다. 일종의 워머랄까. 아내는 서윤이의 모습이 너무 웃기다며 사진을 보냈다. 뭔가 잘 어울리는 게 신기했다.
아내는 주사를 무사히 맞았다. 아직은 오른팔이 조금 뻐근한 정도라고 했다. 장인어른도 이쪽으로 오셔서 장모님과 함께 가셨다.
“시윤아. 할머니랑 많이 놀았어?”
“집에서는 조금밖에 못 놀았어여”
“놀이터에서 많이 논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에 집에서는 못 놀았져”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할머니와의 시간.
저녁은 부대찌개였다. 아이들은 소고기였다. 지인이 나눠 준 귀한 양식이었다. 교회에 가야 해서 급히 먹고 아주 잠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다시 나왔다. 요즘 서윤이가 책을 읽어 달라면서 들고 올 때가 많다. 부담 없이 읽어 준다. 두 페이지 정도 읽으면 집중력을 잃고 떠나가기 때문에. 요새는 그 틈을 시윤이가 파고든다.
“아빠. 서윤이 가도 계속 읽어 주세여”
보통은 책을 읽다가 저녁 준비가 완료되고, 그럼 읽던 걸 멈추고 식탁에 가서 앉곤 한다. 오늘도 아내가
“이제 준비 다 됐어요. 책 다 읽고 앉는 건가요?”
라고 얘기했다. 아내의 목소리에 다소 ‘지침’이 묻어 있었기 때문에 잠깐 고민했다.
‘책을 덮고 가서 앉으라고 할까’
오늘은 아내의 지침을 잠시 외면하기로 했다. 그거 뭐 몇 분이라고, 남은 책을 다 읽어 줬다. 성심성의껏. 할아버지 연기를 해 가면서.
교회에 갔다 왔을 때, 아내는 ‘기운이 조금 없는’ 정도의 상태였다. 다행히 심하게 몸살 기운이 돌거나 아플 조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튿날 아픈 사람이 많다고 하니 긴장의 끈은 놓지 않았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한 정상의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금요일 밤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아내와 내가 기다리던 영화가 드디어 온라인으로 풀려서 그걸 봤다. 덕분에 오늘도 취침 시간이 매우 늦어졌다. 혹시 모르니 아내는 일찍 재웠어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