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03(수)
지난 월요일, 밥을 먹고 들어가는데 과일 가게에서 딸기를 팔았다. 우리 식구 모두 딸기를 엄청 좋아한다. 나는 뭐 있으면 맛있게 먹지만 없다고 생각이 나고 그러지는 않는데 나머지 식구는 그 정도가 아니다. 엄청 좋아한다. 꺼내 놓으면 게 눈 감추는 속도보다 빠르게 사라질 정도로.
“와, 딸기다. 딸기 먹고 싶다”
소윤이가 딸기를 보고 반가워했다. 아내한테 딸기가 얼마냐고 물어보더니 자기가 가진 용돈을 다 보탤 테니 사면 안 되냐고 했다.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고 늦기도 해서 유야무야 넘어갔다. 어제는 바로 모임 하느라 사러 갈 시간이 없었다.
오늘 아침부터
‘오늘 퇴근할 때 딸기 사 가야지’
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혹시나 퇴근에 정신이 팔려서 잊을까 봐 퇴근할 때도 계속 머리에 떠올렸다. 어제 봤던 가게는 별로 좋아하는 곳이 아니라서 혹시 다른 곳에도 파는지 서너 군데 정도를 더 가 봤다. 딱 한곳에서 팔았는데 가격이 두 배였다. 다시 어제 그 가게로 돌아갔다. 딸기 상태가 엄청 싱싱하지는 않았지만 향은 괜찮았다. 두 팩을 살까 하다가 처음이니 약간 아쉬운 듯 맛있게 먹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한 팩만 샀다.
좋아할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았다. 나도 어렸을 때 아빠가 호두과자와 게임팩을 사 오시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그때의 아빠는 지금의 나와 비슷한 기분이었을 거고, 그때의 나는 지금의 아이들과 비슷한 기분이었을 테고.
“아빠. 그게 뭐에여?”
“이거? 이게 뭘까?”
소윤이가 가장 즐거워했다. 작은방에서 겉옷을 거는 나에게 와서
“아빠. 진짜 최고에여”
라며 엄지를 세웠다. 딸기 한 팩에 명예를 얻다니.
가장 먼저 저녁을 먹고 일어나서 딸기를 씻었다. 씻으면서 두 개 정도 먹어 봤는데 역시나 싱싱하지는 않았지만, 맛과 향은 괜찮았다. 씻어서 꼭지를 잘라 내고 보니 정말 하찮은 양이긴 했다. 이제 서윤이까지 가세했으니 더더욱.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심정으로 다들 잘 나눠 먹었다. 예상대로 서윤이는 가장 먼저 자기 몫을 먹고 나서 더 달라고 행패를 부렸다. 너그러운 언니와 오빠에게도 갈취하고, 엄마에게도 갈취했다.
아빠가 회사 더 열심히 다닐게.
아내가 소윤이를 씻기러 화장실에 갔는데 휴대폰으로 알림이 왔다.
‘에그타르트 외 2건의 주문이…’
이게 무슨 소리지 하고 3초 정도 생각하다 바로 깨달았다.
“시윤아. 엄마한테 가서 에그타르트 시켰죠? 라고 물어봐”
시윤이는 화장실 문 앞에 가서 내가 시킨 대로 엄마에게 얘기했다. 아내는 깜짝 놀라서 뛰어나왔다.
“여보. 어떻게 알았어?”
“알림이 오던데?”
“아, 네이버페이. 아, 비밀로 시키려고 했는데”
덕분에 평일 저녁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셨다. 난 딸기보다 커피가 훨씬 좋네. 다음에는 딸기 두 팩 사 와야지. 아내 몫은 따로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