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옷은 알아서 찾을 때도 됐잖아?

21.11.07(주일)

by 어깨아빠

오늘도 분주했다. 아이들은 부지런히 일어났는데 엄마와 아빠가 이불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바람에. 쫓기는 시간에 아이들을 채근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를 때


‘하긴 애들은 일찍 일어났지. 내가 30분만 일직 일어났어도’


라고 생각하면 입이 꽉 다물어진다. 머리 감고 준비하느라 바쁜 아내에게 애들은 내가 챙길 테니 얼른 준비하라고 했다.


“얘들아, 얼른 옷 입어. 소윤아, 옷 입어”

“아빠. 뭐 입을까여?”

“아, 옷을 아직 안 골랐구나”


아내가 자리를 뜨기가 무섭게 다시 아내를 찾았다.


“여보. 소윤이 옷 뭐 입힐까?”

“소윤이? 잠깐만 내가 찾아볼게”


시윤이에게도 얘기했다.


“시윤아. 시윤이도 옷 입..아, 시윤이도 아직 옷 안 골랐구나. 여보, 시윤이는?”

“시윤이 것도 갖다 줄게요”


아내는 서윤이 옷까지 다 골라서 갖다 줬다. 속으로


‘이럴 거면서 뭘 얼른 준비하라고 한 거야’


라고 생각했어도 할 말이 없었다. 애들 옷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건 빨고 말리고 개는 절차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증거다. 주방의 웬만한 식기가 어디 있는지 바삭하게 알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서윤이는 아내에게 좀 안겨 있다가 잠들어서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오늘도 예배 시간에 조용히 잤다. 시윤이의 어릴(?) 때는 흐릿한 기억이 많지만, 몇 안 되는 선명한 순간이 있다. 예배 드릴 때도 그 몇 안 되는 장면 중에 하나다. 시윤이 때는 자모실에 가지 않고 항상 본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울고 떼쓰는 시윤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가 들어왔다가를 반복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지금 서윤이 정도였을 때인지 아니면 좀 더 컸을 때였는지는 모르겠다. 항상 각오는 하고 있다. 서윤이도 언젠가는 그런 시간을 반드시 겪을 거라고.


소윤이와 시윤이가 이번 주는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열에 여덟을 같은 식당에서 먹긴 했다).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내가 먼저 순대국 집을 제안했다. 평이 좋은 곳이 있다면서. 나만 좋아하는 음식이라 선뜻 동의하지 않았지만 아내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자기는 김치찌개를 먹으면 된다면서.


“아, 사장님. 김치찌개는 이제 없나요?”

“아, 네. 김치찌개는 안 해요”


이미 들어가서 자리를 잡은 뒤였다. 결국 아내도 순대국을 시켰다. 다행히 아내의 후각으로도 전혀 감지되지 않을 만큼 냄새가 나지 않는, 질 좋은 순대국이었다. 아내는 자기가 먹었던 곳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잘 먹기는 했는데 소윤이는 엄청 맛있어하지는 않았다. 순대는 아예 먹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윤이가 잘 먹었다.


서윤이도 잘 안 먹었다. 고기를 잘라줬는데 입에도 안 댔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꾸역꾸역 떠서 먹여주니까 좀 먹었다. 그래, 서윤아. 즐겨라. 너도 곧 밥상머리 교육 제대로 시작이야.


집에 와서는 시윤이를 재웠다. 오후에 같이 축구장에 가기로 했는데 시윤이가 좀 많이 피곤해 보였다. 기침도 좀 하고. 마음 같아서는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시윤이의 실망감이 너무 클 것 같았다. 시윤이도 순순히 낮잠 자는 걸 받아들였다. 시윤이는 항상 이런 편이다. 자는 건 싫어하지만 흔쾌히 받아들이고, 또 금방 잠든다. 시윤이 재우러 들어가서 나도 살짝 졸면서 쉬었다. 한숨 잘까 하다가 못 일어날까 봐 힘겹게 일어나서 나왔다.


축구하러 갈 시간이 금방 됐다. 언니와 오빠가 나갈 준비하는 걸 보더니 서윤이도 눈치를 채고 먼저 현관에 가서 신발을 신었다. 서윤이에게 ‘너는 가는 게 아니고 엄마와 집에 있는 거’라고 얘기해 주면 약간 알아듣는 것처럼 시무룩해지고 우는소리를 내기도 했다. 서윤이가 커서 내가 데리고 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소윤이는 재미가 없다면서 날 따라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슬프네. 소윤이에게도 그런 날이 온다니.


아직 아이들이 놀기에는 괜찮은 날씨였다. 해가 지면 많이 추울까 봐 옷을 두껍게 입혔는데 생각만큼 춥지는 않았다. 뛰고 노느라 덥다고 할 정도로 따뜻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즐거워 보였다. 좀 지루해 보이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오늘은 전혀 그런 게 없어서 다행이었다.


아내는 서윤이와 함께 잤다고 했다. 서윤이가 낮잠을 좀 일찍 자기도 했고 조금밖에 안 자기도 해서 한 번 더 잤나 보다. 덕분에 아내도 푹 잤다고 했다. 아내에게도 덜 미안했다.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낸 건 아닌 듯해서.


애들을 재우고 나온 아내와 수다도 떨고 옛날 사진도 보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다 잘 시간이 됐다. 아내가 급히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냈다. 건조기에 넣어야 하는데 자기가 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러더니 혼자 웃었다.


“왜?”

“아, 여보가 울산에 갔다 와서 빨래를 엄청 열심히 하던 게 생각이 나서”


아내는 웃으며 얘기했고 나도 그냥 웃었다.


그래, 그랬었지. 어느덧 옛날 추억이 되어 버렸네. 미안. 다시 신경 써 볼게. 애들 옷 정도는 알아서 찾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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