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17(금)
아내는 무척 바쁜 하루를 예고했다. 일단 아침 일찍, 아주 일찍 지인에게 선물을 전달해야 했다. 막히는 시간을 피해도 30-40분은 걸리는 거리를 움직여야 했다. 그러고 나서는 바로 집으로 돌아와서 온라인 모임을 한다고 했다. 중간에 애들 점심도 먹여야 했는데 그게 애매했다. 집에 돌아와서 먹자니 늦고 중간에 어딘가에서 먹자니 그것도 마땅치 않고. 선물을 전해 준 지인의 집이 내 사무실 근처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먹기에 부산스럽지 않고 주차도 편하면서 사무실에서도 가까운 곳을 물색했다. 평소에도 점심 먹으러 가끔 가는 설렁탕 가게에서 먹기로 했다. 아이들과 먹기에 무난한 음식이기도 하고 다른 식당처럼 정신없이 붐비지도 않는 곳이었다.
서윤이가 나를 제일 반겼다. 마침 날도 무척 추워서 설렁탕과 갈비탕이 아주 잘 어울렸다. 아무리 간편한 음식이라고 해도 아이들과 먹으려면 바빠야만 한다. 첫 숟가락을 뜨기 전에 한참 동안 아이들 밥을 덜어 주고 국물도 덜어 주고 고기도 잘게 잘라 줬다. 그래도 좋았다. 평소에는 삭막한 직장인의 점심을 가져야 할 시간인데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앉아서 먹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밥 먹고 나서는 그 옆에 있는 카페에도 잠시 들렀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먹고 싶다고 한 감자빵과 크로플을 하나씩 샀다. 아내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하는 서윤이와 함께하는, ‘역시 서윤이와 함께 카페 가는 건 만용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시간이었다. 밥 먹을 때보다 정신이 없었다.
짧은 만남을 마치고 난 사무실로, 아내와 아이들을 집으로 갔다.
“조금 이따 또 만나자”
라는 인사가 어색하면서도 힘이 났다.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서는데 뭔가 기분이 좋았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다 함께 금요철야예배에 가기로 했다. 다른 찬양팀이 와서 성탄 축하 예배를 드린다고 했기 때문에 반주를 하지 않아도 됐다. 혼자(내가 반주하는 동안에는)서는 애 셋을 데리고 예배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아내도, 남편과 함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군다나 아내가 좋아하는 찬양팀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점심에 만났을 때도 무척 피곤해 보여서 좀 걱정이 되긴 했다. 다른 게 걱정이 된 건 아니고 그저 애들이 너무 피곤이 쌓일까 봐 그게 걱정이었다.
서윤이는 교회에 가는 길에 잠들어서 끝날 때까지 계속 잤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걱정한 것과는 다르게 예배 시간 내내 잘 있었다. 찬양도 열심히 따라 하고. 시윤이가 마지막에 조금 버거워 보였지만 잠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아내가 조금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서윤이가 잘 잔 게 아주 큰 변수이긴 했지만 깨어 있었어도 내가 맡지 않았을까 싶다. 소윤이는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거의 잠들었는데 그때 마침 집에 도착했다. 소윤이가 잠들 정도였으면 그만큼 늦고 피곤했다는 거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잠들기 전에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 아빠가 내일 출근을 한다니. 너무 싫다”
“그래도 내일은 평소처럼 일찍 가지는 않아서 얼굴 보고 나가긴 해”
“그래도여”
아이들만큼이나 아내도 아쉬워했다.
“아, 여보가 내일 출근이라니”
거의 없는 일이라 더 어색하고 싫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