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했던 것에 비하면 싱거웠던 주말 출근

21.12.18(토)

by 어깨아빠

주말이지만 출근을 해야 했다. 출근 시간 자체는 평소와 비교하면 한 시간 늦어졌지만 실제로 집에서 나가는 시간은 세 시간이나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의 방해를 뚫고 꽉 채워서 잤다. 아내가 아이들 아침으로 고기를 먹인다고 해서 고기까지 구워 주고 나왔다.


“아, 아빠 저도 따라가면 안 돼여?”

“응, 그건 안 되지”

“아, 아빠 안 갔으면 좋겠다”


아쉬워하는 소윤이와 시윤이, 뭘 모르고 반갑게 배웅하는 서윤이, 아이들보다 훨씬 더 애처롭게 나를 보내는 아내를 뒤로하고 집에서 나왔다.


오후 늦게나 끝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일찍 끝났다. 점심시간에 끝났고 점심을 먹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와 계셨다. 남편과 아빠를 잃은 딸과 손주를 위해 출동하신 거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도 뒤늦게 합류해서 아내와 함께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서윤이가 아직 낮잠을 안 잤다고 하길래 좀 재워볼까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신이 난 상태였다. 언니와 오빠는 밖에서 노는데 혼자 데리고 들어가면 너무 슬퍼할 것 같기도 했고. 짜증을 내는 건 아니었지만 손을 자주 빨고 자꾸 어딘가에 기대는 걸 보면 졸린 건 분명했고. 아내와 내가 커피를 사러 갈 때 데리고 가기로 했다. 차에 태우면 금방 잠들 것 같았다.


나도 무척 피곤했다. 아내에게 운전을 맡기고 잠시나마 눈을 좀 붙이려고 했는데 마침 눈이 조금씩 내렸다. 눈길 운전을 아내에게 맡기는 게 불안해서 그냥 내가 운전석에 앉았다. 첫 번째 목적지인 카페에 도착해서 아내가 커피를 사 오는 동안 그대로 잠들었다.


“여보. 내가 운전할까?”

“아, 그럴까?”


눈길 운전의 위험보다 졸음운전의 위험이 더 컸다. 아내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조수석에 앉았다. 서윤이도 자고 나도 잤다. 그 뒤로도 몇 군데 더 들렸는데 그게 어디였는지 잘 모르겠다. 도착할 때마다 살짝 깨긴 했는데 아무튼 푹 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달콤한 쪽잠이었다.


서윤이도 쪽잠을 잤다. 아내와 나의 계획은 차에서 재우고 집에 도착해서도 그대로 자는 거였는데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깼다. 집에 돌아왔더니 장모님만 계셨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나갔다고 했다. 눈발이 엄청 굵어서 금세 눈이 쌓였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때다 싶어 할아버지와 나간 거다.


한참 뒤에 돌아온 소윤이와 시윤이, 그리고 장인어른도 모두 흠뻑 젖어 있었다. 할아버지 덕분에 제대로 눈 놀이를 한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구르고 눈사람도 만들고 그랬다고 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조금 더 있다가 가셨다.


“아빠. 아직 네시 밖에 안 됐다니. 믿기지가 않아여”

“그래? 아빠는 벌써 네시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아빠가 이렇게 일찍 올 줄 몰랐잖아여”


저녁에는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여러 순서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늦게 끝나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저녁을 먹었다.


“여보. 배고파?”

“아니, 난 아직”

“나도 그러네”

“익숙한 패턴이네?”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간 사이에 나가서 전을 사 왔다.’


배가 안 고팠어도 제때 저녁을 먹었으면 과연 전을 안 사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모르겠고 나는, 뭔가 먹을 걸 계산해서 엄청 조금 먹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무튼 아내와 영화를 보며 전을 맛있게 먹었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주말 출근이긴 하지만 어쨌든 주말 출근이라 아쉬워했던 것치고는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은 토요일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