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04(화)
“여보. 혹시 오늘 반차 낼 수 있어요?”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막 자리에 앉았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의 목소리에서 평소에는 거의 느껴보지 못한, 미세한 떨림과 울음이 느껴졌다. 오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간다고 했기 때문에 막연한 긴장감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왜? 무슨 일 있어?”
“서윤이가 갑자기 경련을 했어”
아내가 그 뒤에 여러 말을 했고 나도 이것저것 물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경련’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의 그 찌릿함만 선명하게 남았다. 꼭 해야 하는 일만 처리하고 급히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왔다.
경위는 이랬다. 아내는 아이 셋과 함께 소아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청진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나 아이들 모습을 봤을 때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고 아이들을 차에 태우려고 하는데 서윤이가 이상했다는 거다. 팔과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며 굳고 눈은 돌아가고. 아내는 급히 서윤이를 안고 다시 소아과로 올라갔고 의사 선생님은 서윤이에게 산소를 주셨다고 했다. 혈당을 재보니 40이었고, 설탕물도 먹이셨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서윤이는 힘없는 표정으로 아내에게 안겨 있었다. 집에 들어와서 나에게 오라고 했더니 순순히 와서 안겼다. 소아과 선생님은 응급실 진료를 의뢰하는 의뢰서(?)를 써 주셨고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하셨다고 했다. 아마 입원을 하라고 할 거라면서.
내가 서윤이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이 또 생기면 아내 혼자 그걸 감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어떤 것도 예측이 불가능했다. 입원하게 되면 필요할 짐을 대충 챙겨서 서윤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큰 병원이 있었다. 병원에 가면서도 ‘대체 이게 지금 무슨 일인가’ 싶었다.
소아과 선생님이 써 준 의뢰서 덕분에 응급실에 들어가는 게 수월했다. 언제 처음 경련을 했는지, 그전에 경련을 했던 적은 있었는지, 얼마나 경련을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경련하고 나서 어떻게 했는지와 같은 질문을 여러 명의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반복적으로 물었다. 지난 토요일부터의 경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여러 번의 질문에도 여러 번 똑같이 자세히 설명했다.
응급실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서윤이를 침대에 눕혔고 두세 명의 간호사 선생님과 소아 담당으로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다시 경과를 물으셨다. 다시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 링거 바늘을 꽂아야 하는데 서윤이 혈관이 너무 얇아서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두 분의 간호사 선생님이 손목, 발목, 팔을 이곳저곳 살피며 알코올 솜으로 문지르고 두드렸다. 그러다 결국 서윤이의 왼팔에 링거 바늘을 꽂겠다고 하셨다.
서윤이는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울었다.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서윤이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링거 바늘을 꽂았고 서윤이는 정말 심하게 울었다. 그러다 갑자기 서윤이가 두 번째 경련을 시작했다.
어디 계셨는지 모르겠는데 여러 명의 간호사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이 서윤이를 둘러쌌다. 내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주고받으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난 그 선생님들 뒤에 서서 서윤이를 봤다. 너무 무서웠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이었다. 팔과 다리를 부르르 떨며 눈이 뒤집힌 서윤이를 보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스쳤다. 이걸 혼자, 그것도 차에서 목격한 아내의 심정이 그제서야 제대로 느껴졌다.
시윤이의 경련은 2-3분 후 끝났고 서윤이는 깊이 잠들었다. 몰려들었던 선생님들은 다 사라졌고 응급실 당직 간호사 선생님과 소아 담당 의사 선생님만 남았다. 경련은 끝났지만 내 마음의 파동은 그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실 감각도 예리해졌다.
‘아, 서윤이가 정말 경련을 했구나.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구나’
자꾸 눈물이 나왔다. 기도도 못했다. 자꾸 눈물만 나왔다.
원래 뇌파 검사를 하려면 재우는 약을 먹여야 하는데 잠든 김에 서둘러 뇌파 검사를 한다고 했다. 30분 남짓 걸렸다. 온갖 안 좋은 생각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 오려고 하는데 억지로 밀어내느라 애를 먹었다. 눈물이 아니라 울음이 나왔는데 참느라 고생했다. 기도를 하는데
‘제가 잘못했어요’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잘못했던 일이 끝도 없이 생각났다. 서윤이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제발 내가 그 죗값을 치르게 해 달라는 기도를 했던 것 같다. 사실 이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으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는데 약간 혼이 나갔던 것 같기도 하다.
뇌파 검사가 끝나고 난 뒤부터는 기억이 선명하다.
뇌파 검사 선생님께서 서윤이 머리에 붙은 여러 개의 센서를 떼시면서, 크림이 끈적끈적하니까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아야 할 거라고 하셨다. 서윤이 머리에 손도 못 댔다. 서윤이는 여전히 너무 곤히 잤고 엄청난 두려움이 내 몸과 마음을 이미 감싸고 있었다. 섣부르게 움직였다가는 또 경련을 할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 무렵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대부분 교회 분들이었다. 목사님, 목자 집사님, 아는 집사님, 함께 처치홈스쿨 하는 선생님. 전화기에 뜨는 이름만 봐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다가도 서윤이 이름만 나오면 자꾸 목이 메었다.
아내에게 서윤이의 두 번째 경련 소식을 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내를 생각한답시고 내가 왔으니 담담하게 버텨야 하는데 자꾸 울음이 나왔다. 사실 아내와 통화할 때 가장 심했다. 다행히 잘 눌렀다. 아내도 내가 울고 있다는 건 느꼈겠지만, 전화기에 흐느끼는 소리가 전달될 정도는 아니었다.
서윤이는 다시 응급실로 왔다. 소아 담당 선생님은 빵이나 밥을 조금이라도 먹어야 혈당 조절도 되고 기력을 회복할 거라고 하셨다. 서윤이가 자는 동안 급히 편의점에 가서 빵과 주스를 집어 왔다. 편의점에 다녀오면서 잠시 화장실에 들렀는데 울음이 터졌다. 처음으로 소리를 내서 울고 나왔다. 잠시 후 서윤이가 깼다.
“서윤아. 아빠 보여? 아빠 알아보겠어?”
“네?”
“아빠 어딨지?”
“이기”
“서윤이는?”
“이기”
서윤이는 말을 잘 알아 들었다.
“서윤아. 빵 먹을까? 빵?”
“네”
편의점에서 사 온 카스텔라를 뜯어서 조금씩 입에 넣어줬다. 다행히 서윤이는 잘 받아먹었다. 함께 사 온 주스도 꺼냈는데 오렌지 주스였다. 정말 멍청하다고 자책했다. 평소에 서윤이는 시큼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역시나 서윤이는 몇 모금 마시다가 거부했다. 주스 대신 물을 먹이며 카스텔라가 수월하게 넘어가도록 했다. 카스텔라를 제법 잘 먹었는데 뜯어 먹이다 보니 손에 이상한 게 묻어 나왔다. 또 한 번 나의 바보스러움을 자책했다. 크림이 잔뜩 들어간 카스텔라였다. 그래도 크림 부분을 피해서 잘 뜯어 먹였다. 3분의 1 정도 먹고는 더 안 먹겠다고 했다. 서윤이는 힘없이 다시 침대에 누웠고 잠들었다.
그 사이 아내와 아이들이 잠시 병원에 왔다. 서윤이가 먹을 죽과 빵, 주스 같은 먹을거리와 내 옷, 슬리퍼를 가지고 왔다. 응급실 앞에서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급히 짐만 받아서 다시 들어왔다. 오래 인사를 나눌 상황도 아니었지만 아내 얼굴을 오래 보고 있어 봐야 눈물만 날 것 같았다.
서윤이는 다시 깼고 이번에도 아까처럼 확인했다.
“서윤아. 잘 잤어?”
“네”
“아빠 어딨지?”
“이기”
“서윤이는?”
“이기”
“서윤아. 밥 먹을까? 밥?”
“네”
아내가 사 온 죽을 꺼내서 먹였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허기를 채울 정도는 먹었다. 죽을 먹은 서윤이는 다시 누웠다. 힘이 하나도 없었다. 틈이 날 때마다 서윤이 몸에 손을 대고 기도를 했다. 자꾸 ‘이러다 무슨 큰일이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큰일인데 이게 작은 일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끊이지 않았다.
서윤이는 왼팔에 링거를 꽂고 있었다. 서윤이가 손 빠는 게 문제가 됐다. 손을 빨려면 팔을 굽혀야 하는데 팔을 굽히니 수액이 안 들어갔다. 응급실 당직 간호사 선생님이 링거가 안 들어가는 걸 보시고는 이리저리 만져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아, 저기 얘가 손을 빨아서요”
“그러게요. 팔을 굽히고 있으면 이게 안 들어가거든요”
“혹시 팔 말고 다른 데다 꽂을 수는 없나요?”
“아, 아까도 혈관을 못 찾아서. 그게 쉽지가 않아요”
“그건 아는데 얘가 손을 빠는 게 꽤 심해서요”
간호사 선생님은 서윤이 팔을 강제로 펴려고 했고, 서윤이는 굴하지 않고 다시 입에 넣었다. 아무리 봐도 왼팔에 링거를 꽂고 있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서윤이는 병원에 와서 단 한순간도 손을 입에서 빼지 않았다.
결국 간호사 선생님은 링거 위치를 바꾸기로 하셨다. 수액이 안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혹시나 또 경련을 하면 약을 넣어야 하는데 그 약을 못 넣게 된다면서. 서윤이는 꽂혀 있는 링거 바늘을 뽑을 때부터 심하게 울며 거부했다. 나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아까 그렇게 울다가 경련을 했던 기억이 나의 불안과 두려움을 자극했다. 그래도 서윤이에게 이게 전달되면 안 된다고 주문을 외우듯 계속 떠올리며 서윤이를 안심시켰다. 물론 서윤이가 잠잠해지지는 않았다. 일단 링거 바늘을 뽑는 데는 성공했는데 다시 꽂을 자리를 찾는 게 이번에도 어려운 일이었다. 아까처럼 손목과 발목, 오른팔을 여러 번 알코올 솜으로 문지르고 톡톡 두드리며 혈관을 찾으셨다. 그러다 왼쪽 발등에서 적당한 혈관을 찾으셨는지 거기에 바늘을 꽂겠다고 하셨다. 서윤이는 계속 격렬하게 울며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거부했다.
나도 서윤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과 다리를 붙잡는 걸 도왔다. 결국 서윤이의 왼쪽 발등에 링거 바늘이 꽂혔고 우는 서윤이를 달래며 진정시켰다. 침대 가드에 기대어 앉은 서윤이 뒤에서 두 팔로 서윤이를 감싸고 토닥였다. 그러다 갑자기 서윤이가 차분해지는 게 느껴졌다. 차분해졌다는 표현보다 ‘뭔가 이상하게 움직임이 사그라들었다’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1-2초 사이에 느껴졌다.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느꼈던 명치 언저리의 저릿저릿한 기분이.
서윤이의 팔과 다리가 다시 굳고 떨렸다. 눈도 돌아갔다.
“선생님! 서윤이 또 경련해요!”
아까 봤던 것처럼 서윤이 몸을 옆으로 눕히고 간호사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간호사 선생님은 당직 의사 선생님을 불렀다. 미칠 것 같았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서윤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당직 의사 선생님은 가만히 서서 서윤이를 지켜보셨다.
“선생님.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되나요?”
“네, 이제 약을 넣을 거예요. 일단 보죠. 조금씩 약해지는 거 같거든요?”
“선생님. 서윤이 입안에 피가 보이는데 괜찮은 건가요?”
“네, 저 정도는 괜찮아요”
난 당장 무슨 큰일이 날 것처럼 두려움에 떠는데 의사 선생님은 엄청 차분하셨다. 난 서윤이 이름만 하염없이 불렀고, 곧 간호사 선생님이 약을 가지고 와서 서윤이의 링거 줄에 넣으셨다. 서윤이의 경련도 끝이 났다.
“이제 끝난 거 같거든요? 약도 들어가고 그래서 아마 깊이 잠들었을 거예요"
“아, 네”
넋이 나갔다. 서윤이가 누워 있는 침대 가드를 붙잡고 계속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진짜 잘못했어요. 제발 서윤이 좀 살려주세요’
경련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경련 그 자체로는 크게 위험한 게 아니라고 한다. 경련이 길어지면 뇌에 산소 공급이 차단돼서 위험할 수 있지만 5분 이내에 끝나는 경련은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거나 장애를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마 이런 걸 미리 알았어도 내 기도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다. 누가 와서 날 탁 치면 깨질 것 같았다. 아내에게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나의 불안과 유리처럼 변한 상태가 탄로 날 것만 같았다.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건 일단 미루기로 했다.
중간에 했던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고 입원 병실이 배정됐다. 서윤이는 여전히 곤히 잤고 옷과 짐을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아내에게 상황을 알렸다. 몇 번이나 말을 멈추고 울음을 눌렀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연기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깊이 잠든 서윤이 옆에 간이침대를 펴고 앉아서 기도도 하고 멍하게 있기도 하고 성경도 읽었다.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았다. 스스로 너무 바보 같고 원망스러웠다. 서윤이가 그렇게 못 먹고 많이 토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어쩜 그렇게 무식하고 무지하고 안일했는지. 아이 셋 쯤 키우면 웬만한 상황에는 의연하게 대처한다며 거들먹거리던 스스로가 너무 밉고 싫었다. 계속 눈물이 흘렀다.
아내를 여기 오지 않게 한 건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무섭고 두려웠는데 여기 나 말고 아내가 있는 장면을 생각하니 그것도 끔찍했다. 그러면서도 아내가 보고 싶었다. 아내가 함께 있었으면 덜 무서웠을 것 같았다. 아니, 아마 무서움을 느낄 틈도 없이 아무렇지 않은 척, 듬직한 척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했을 거다.
서윤이는 꽤 깊이 잠들었는지 오랫동안 깨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깨지 않으면 굳이 일부러 깨우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불안해서 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서윤이 손과 발, 얼굴을 매만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