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03(월)
서윤이에 이어서 이번에는 시윤이도 증상이 나타났다. 난 몰랐는데 새벽에도 힘들다고 낑낑댔다고 했다. 아내가 일어나서 열을 재 보니 약간의 미열이 있었고 스스로도 토할 거 같다고 했다. 오히려 서윤이는 다 나은 것처럼 멀쩡하다고 했다. 토요일에 병원에 갔을 때 전염력이 매우 세다고 하더니 정말 옮은 건가 싶었다.
그래도 점심에는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아침에는 죽 한두 입 먹고 속이 안 좋다며 숟가락을 내려놨고 요거트와 바나나도 몇 입 못 먹었다고 했다. 토할 거 같은 느낌만 있었고 실제로 토하거나 설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이들의 상태를 묻고 나서야 아내의 상태를 확인했다.
“여보는 괜찮고?”
“나는 영혼이 고단하네”
참 고상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걸 함축하고 있는, 육아인이라면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알만한. 아내는 그 와중에 주방 후드를 청소하고 교체했다고 했다. 아내의 표현에 의하면 위험할 정도로 많은 양의 기름이 찰랑거렸고 아내는 그걸 닦아내고 새 후드 필터를 끼웠다고 했다. 교체 전과 후 사진을 남기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아내는 뭐가 됐든, 뭔가를 깨끗하게 치우거나 정리하거나 닦아내고 나면 엄청난 쾌감과 뿌듯함을 느낀다.
서윤이는 멀쩡한 아이가 됐다. 밥도 잘 먹고 겉보기에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 어제, 그제의 서윤이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시윤이도 오후가 되니 오전의 증상이 모두 사라지고 정상이 되었다고 했다. 얼마나 정상이었으면 아내와 진한 훈육의 시간도 한참 가졌다고 했다.
퇴근해서 직접 봤을 때도 다들 멀쩡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아내와 수다를 나눴다. 훈육의 순간에 보인, 지나고 나서 얘기할 때는 그저 웃기고 재밌지만 그 순간에는 분노를 유발할 때가 많은 시윤이의 말과 행동이 주제였다. 아내와 대화가 무르익는데 방 문이 열리고 소윤이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서윤이가 토했어여”
아내와 나는 급히 방으로 뛰어갔고 서윤이는 꽤 많은 양의 토를 했다. 두 번에 걸쳐서. 아내의 말로는 하루 종일 먹은 걸 거의 다 게워냈다고 했다. 오늘은 정말 멀쩡한 아이처럼 지내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아내도 나도 당황스러웠다. 걱정이 돼서 일단 거실로 데리고 나와서 눕혔다.
잠시 후 방 안에서 또 누군가가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또 급히 방으로 가면서 ‘시윤이가 토했나’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윤이였다. 무릎을 꿇은 채로 매트리스 위에 토를 하고 자기도 당황스러웠는지 멍한 표정이었다.
“소윤아. 괜찮아?”
“네”
“계속 토할 거 같아?”
“아니여”
“그래? 이제 괜찮아? 힘들거나 아프지 않고?”
“네. 아무렇지 않아여”
의아했다. 정말 멀쩡했다. 소윤이 스스로도 왜 토했는지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아내와 나는 장염이나 그와 비슷한 바이러스가 우리 집에 창궐(?)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이불 빨래가 생산됐다.
내일 아내가 애들을 데리고, 원래 다니는 소아과에 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