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잊을 수 없는 하루 2

22.01.05(수)

by 어깨아빠

서윤이가 움직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였다.


“서윤아. 아빠 어딨지?”

“이기”

“서윤이는?”

“이기”


그렇게라도 서윤이가 정상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다행히 서윤이는 손가락으로 나와 자기를 정확히 가리키며 대답했다. 서윤이는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아니면 약기운 때문인지 뭔가 느리고 기운이 없었다. 침대에 앉으려고 하다가도 자꾸 넘어졌다. 분명히 뭔가 다르긴 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완전히 정상도 아니었다.


서윤이는 침대에 누워서 다시 자려고 하다가 일어나고, 다시 누워서 아주 잠깐씩 자기도 하고 그랬다. 난 2시간을 채 못 자고 일어났지만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대신 엄청 불안했다. 얇은 싸구려 유리처럼 변한 마음을 가지고 밑이 보이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서윤이는 아주 작은 불편이나 지체에도 쉽게 짜증을 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불안은 증폭됐다. 어떻게든 빠르게 서윤이의 울음이 심해지지 않게 하려고 모든 힘을 기울였다.


서윤이는 그렇게 3시간 정도를 침대에서 보냈다. 내가 함께 침대에 올라가서 달래기도 하고, 잠깐 안아 주기도 하고, 내 무릎에 앉혀 놓기도 하고. 링거를 비롯해 심박수 측정기, 산소 공급기를 달고 움직이는 서윤이를 보살피는 건,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병실은 무척 더웠다. 수시로 땀을 닦아냈다. 혹시 서윤이도 너무 더운 게 아닌가 싶어 머리와 이마를 쓰다듬어 봤는데 땀이 나지는 않았다.


5시쯤 돼서는 더 이상 침대에서 버티기가 어려웠다.


“저, 선생님. 저기 유모차는 그냥 쓰면 되는 건가요?”

“아, 네”

“혹시 그럼 이건(심박수 측정기) 어떻게 하죠?”

“아, 유모차 태우실 때는 빼셨다가 다시 오시면 꽂으시면 돼요”

“아, 네 알겠습니다”


서윤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병실 앞 로비로 나갔다. 밝은 곳으로 나오니 서윤이 얼굴이 더 자세히 보였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런저런 말을 걸었는데 다행히 대답은 잘했다. 다만 좀 느린 건 분명했다. 마치 약간의 슬로 효과를 건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뜨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불안과 걱정은 수시로 눈물이 되어 밖으로 나왔다. 지난 며칠 간의 무지했던 행보를 향한 자책과 후회는 더 깊어졌다.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서윤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서윤이는 웃어줬다. 아빠 보고 한 번 웃어보라는 나의 말에 서윤이는 분명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엄청난 위로였고 안정제였다.


로비라고 해 봐야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내 걸음으로 한 바퀴를 도는데 10초면 충분할 정도의. 5시부터 거기를 걷고 또 걸었다. 서윤이는 유모차에 앉아 하염없이 손가락을 빨았다. 그러다 물을 마시기도 했고 이불을 찾아 덮기도 했다. 여전히 조금만 거슬려도 쉽게 짜증을 내기는 했지만 다행히 해결해 주면 금방 잠잠해졌다.


노래도 불러 주고 장난도 치고 말도 걸면서 계속 걸었다. 서윤이가 평소처럼 대답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서윤이와 변함없이 소통이 된다는 안도감과 확연히 느린 말과 몸짓으로 인한 불안이 교차했다.


그렇게 2시간을 걸었다. 서윤이도 다시 졸려졌는지 잠들었다. 조심스럽게 병실에 와서 간이침대를 접고 거기 유모차를 댔다. 난 간이의자로 변한 침대에 앉아서 서윤이를 지켜봤다. 서윤이가 날 보고 다른 사람도 날 보는 상황에서는 눈물이 쏟아지려고 하기도 했지만, 참아졌다. 서윤이가 날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날 보지 않는 상황과 공간이 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흘렀다. 기도가 울음이 되기도 했고 울음이 기도가 되기도 했다. 쪼그려 앉아서 벽에 고개를 기대고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수시로 간호사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이 오셨지만 다행히 서윤이가 바로 깨지는 않았다. 덕분에 나도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다.


서윤이는 2시간 정도를 자고 9시쯤 일어났다. 잠에서 깨면 짜증을 많이 냈다. 마침 아침밥이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서윤아. 밥 먹을까? 밥?”

“응”


서윤이를 제대로 못 먹이고 방치한 것이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웠기 때문에, 또 그게 서윤이의 경련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 먹여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밥 먹겠다는 대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들뜬 마음으로 서둘러 첫 숟가락을 떠서 서윤이 입에 갖다 댔다.


“이이”


서윤이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고개를 휙 돌렸다.


“서윤아. 밥 안 먹어?”

“네”

“왜. 맛있잖아. 그럼 고기 줄까?

“네”


혹시나 매운맛이 날까 봐 미리 먹어봤는데 서윤이가 뱉을 것 같은 맛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윤이는 입에 넣자마자 바로 뱉었다. 결국 서윤이는 밥을 한 숟가락도 먹지 않았다. 그때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다.


“서윤이. 지금 피 뽑으려고 하는데”

“아, 지금요? 혹시 밥 먹고 하면 안 될까요?”

“밥 먹고 하면 혹시나 울다가 토할 수도 있고 해서 지금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 네”


어제도 피를 뽑아서 검사를 하기는 했다. 첫 번째 경련할 때 채혈을 한 거라 산소와 이산화탄소 수치(?)가 비정상적이었고, 제대로 검사를 하기 위해서 오늘 다시 뽑아야 한다고 했다. 대신 한 번에 잘 끝낼 수 있게 ‘정맥 간호사(이름이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선생님이 오셨다. 나의 불안과 공포가 다시 짙어졌다. 어제 세 번의 경련 중에 두 번이, 서윤이 몸에 바늘이 들어갈 때 나타났다. 수간호사 선생님도 오셔서 채혈을 도왔다.


“아버님. 혹시라도 서윤이가 또 경련을 하면 이번에는 영상을 좀 찍어 주세요”

“아, 네”


사실 서윤이를 눈으로 보는 것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사진이나 영상은 일부러 안 찍고 있었다. 나중에 보면 너무 속상하고 펑펑 울까 봐. 아내에게 서윤이 상황을 알리기 위해 최소한의 사진과 영상만 남기고 있었다. 그런데 경련하는 서윤이 영상을 찍어야 한다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준비했다.


서윤이는 빠르게 눈치를 챘다. 선생님이 여기저기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울음을 터뜨리고 몸을 뒤흔들었다. 선생님은 서윤이의 팔에 바늘을 꽂겠다고 하셨다. 채혈은 바늘을 꽂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피를 뽑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서윤이는 더 처절하게 울며 몸에 힘을 줬다. 서윤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결박하면서도 서윤이를 달래려고 노력했다.


“서윤아. 너무 많이 울면 안 돼. 서윤아. 울지 말고. 금방 끝나. 서윤아. 미안해”


울면 안 된다고 말하는 내가 울 지경이었다. 짧았지만, 몇 시간처럼 느껴진 채혈이 끝나고 바로 서윤이를 안아서 토닥였다. 어제 서윤이가 두 번째 경련할 때의 그 저릿함이 다시 느껴졌다. 내 가슴과 어깨에 온몸이 밀착된 서윤이를 예민하게 느끼며 계속 말을 걸었다.


“서윤아. 이제 다 끝났대. 미안해. 미안해. 괜찮아. 많이 아프지”


다행히 서윤이는 그렇게 진정이 됐다.


서윤이에게 다시 밥을 권해 봤는데 완강히 거부했다. 뭐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바로 빵을 권했다.


“서윤아. 그럼 빵 줄까? 빵 먹을래?”

“네”


어제 아내가 가져다 준 봉지에 머핀처럼 생긴 카스텔라가 있었다. 서윤이에게 조금씩 떼어 주려고 했는데 서윤이는 자기에게 달라고 했다. 먹기 편하게 빵 밑을 감싸고 있는 종이 부분을 조금 떼고 서윤이에게 줬다. 다행히 빵은 좀 먹었다. 종이가 거슬리는 것 같아서 아예 종이 부분을 떼고 줬다. 서윤이는 엄청나게 짜증을 냈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왜 그 종이를 마음대로 떼고 주냐’


는 거였다. 서윤이는 두 손으로 카스텔라를 꽉 움켜쥐며 소리를 치고 울었다. 집어 던지기도 했다. 카스텔라 가루가 서윤이의 옷과 유모차 곳곳으로 흩뿌려졌다.


“서윤아, 미안. 미안. 아빠가 다시 해 줄게”


떼었던 종이를 다시 빵 밑에 깔고 서윤이 손에 넘겨줬다. 서윤이는 잘 먹다가도 빵 종이가 분리되면 다시 또 화를 냈다. 결국 빵은 더 먹지 못하고 다시 서윤이와 함께 로비로 나왔다. 그 이후에도 물을 달라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물을 늦게 주거나 이불을 달라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이불을 늦게 주면 여지없이 울음과 짜증이 쏟아졌다. 난 ‘을’도 아닌 ‘정’이었다. 서윤이가 그렇게 불호령을 내릴 때마다 달래기도 하고 사과하기도 하면서 서윤이의 요구를 1초라도 빨리 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서윤이는 오후 3시에 MRI 검사를 해야 했다. MRI 검사를 하려면 수면 유도제를 먹고 깊이 잠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윤이 담당 선생님께서는, 그전에 낮잠을 자면 막상 검사 시간에 재우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다음날 다시 예약을 잡아야 하고 입원 기간도 길어질 테니 ‘절대’ 낮잠을 재우지 말라고 하셨다.


새벽 2시부터 7시까지 제대로 못 자다가 2시간 남짓 자고 일어난 서윤이를 무려 오후 3시까지 잠들지 않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경련 방지약까지 들어가서 더 나른할 거라고 했다. 9시부터 그 작은 로비를 또 수도 없이 걸었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며 서윤이가 잠들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다. 아내는 물론이고 양쪽 할머니를 비롯한 온 가족에게 영상 통화도 걸고, 가위바위보도 하고, 까꿍 장난도 하고, 나비야 노래도 부르고, 코끼리 아저씨 노래도 부르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서윤이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빨며 제대로 자세를 취하다가 나의 말이나 소리가 들리면 다시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그걸 무한히 반복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도저히 안 돼서 유튜브로 뽀로로 영상까지 보여줬다. 서윤이가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쏟아지는 잠을 막는 건 뽀로로도 못했다. 서윤이도 서윤이지만 나도 눈이 감겼다. 다시 일어나서 로비를 걸었다. 나중에는 아예 강제로 서윤이 손을 빼며 깨웠다.


“서윤아. 미안해. 지금 자면 이따가 너무 힘들대”


서윤이도 나도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오늘 실패하고 내일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오늘 끝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억지로 서윤이를 깨우며 로비를 걷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찾았다.


“아, 이제 서윤이 약 먹어야 되거든요”

“아, 진짜요? 하아. 다행이다. 너무 힘드네요”


수면 유도제를 먹이고 로비를 두세 바퀴 더 돌았더니 아주 깊이 잠들었다. 잠시 후 MRI 검사실로 이동했다. 검사실 앞에 검사 순서를 기다리는 외래 진료 환자들이 가득했다. 검사실 앞에 앉아 계시던 간호사 선생님이 얘기했다.


“아, 우리 애기는 바로 검사실로 들어가시면 돼요”


달갑지 않은 혜택이었다. 서윤이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게 이렇게 슬플 줄이야. 검사실 안에는 서윤이가 들어갈 커다란 기계가 있었다. MRI 검사 선생님은 간단한 설명을 해 주셨다. 혹시나 서윤이가 검사 도중에 깨면 수면 유도제를 더 먹일 거라고 하셨다. 어디 가지 말고 앞에서 기다려 달라고도 하셨다.


검사실 밖으로 나와서 빈 의자에 앉았다.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참 많았다. 벽에 기대고 눈을 감으니 또 눈물이 흘렀다. 화장실에 갔더니 어제처럼 울음이 터졌다. 다시 의자에 앉았는데 무척 피곤했다. 기도하다가 잠들었다가 기도하다가 잠들었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 갑자기 검사실 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거기 있는 수많은 사람 중에 나만 알 수 있는 소리였다. 바로 일어나긴 했지만 검사실은 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서서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서윤이 보호자 계세요?”

“네, 저요”


서윤이는 깨서 울고 있었는데 눈은 감고 있었다.


“아버님. 일단 약을 더 갖다 달라고 얘기를 하긴 했거든요? 약이 올 때까지 재워 보시고 다시 잠들지 않으면 약을 좀 더 먹일게요”

“네. 알겠습니다”


서윤이를 안고 토닥였다. 완전히 잠에서 깬 느낌은 아니었다. 서윤이를 재우면서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이렇게 깨면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건가요?”

“어, 그렇죠”


다행히 서윤이는 다시 잠들었다.


“잠이 든 건가요?”

“아, 그러긴 했는데 이 손가락이 빠져야 깊이 잠든 거라서 조금 더 안고 있을게요”


한 2-3분이 지나고 선생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아버님. 손이 빠졌어요”

“아 그런가요?”


서윤이를 다시 조심스럽게 눕혔다. 난 다시 검사실 밖으로 나와서 의자에 앉았다. 이 과정을 다시 한번 한다는 건 무엇보다 서윤이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아까처럼 열심히 기도하다가 잠들었다가 기도하다가 잠들었다가를 반복했다. 시간이 좀 흐르고 검사실 안에서 선생님이 나오셨다.


“아버님. 다행히 또 깨지는 않았구요. 이제 한 10분 남았습니다. 잘 끝날 거 같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검사가 끝날 때까지 서윤이는 깨지 않았고, 검사는 무사히 마쳤다. 회복실에 가서 조금 더 재우다가 깨면 다시 병실로 가면 된다고 했다. 회복실에도 간호사 선생님이 계셨다.


“그냥 계속 재우면 되나요?”

“아, 네. 굳이 일부러 깨우지는 않아도 되구요 아마 어느 정도 자고 나면 깰 거예요”


서윤이가 누운 침대에 기대고 엎드려서 나도 같이 잤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나 봐요”

“아, 네. 조금”


서윤이가 살짝 잠에서 깼을 때 서윤이 이름을 불렀다.


“서윤아. 서윤아. 서윤아”

“으”


서윤이는 여전히 잠에 취했지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긴 했다. 간호사 선생님은 일단 의식이 돌아온 걸 확인했으니 병실로 돌아가도 된다고 하셨다. 서윤이는 병실에 와서도 조금 더 잤다. 서윤이가 잠에서 깼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나 똑같았다.


“서윤아. 아빠 어딨지?”

“이이”

“서윤이는 어딨지?

“이이이”


짜증을 내긴 했지만 어쨌든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뜻이었다. 마침 저녁밥이 와서 권해 봤는데 마찬가지로 거절했다.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수액을 맞고 있기 때문에 잘 먹지 않으려고 하면 억지로 먹이지는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지인(신경과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답변을 주셨다.


서윤이가 MRI 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올 때 내가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다. 아마 너무 안 먹어서 그런 것 같았다. 어제 점심을 먹은 뒤로는 음료수 말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조금의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다. 서윤이의 보호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서윤이가 남긴 저녁을 허겁지겁 먹었다. 아내가 먹으라고 사다 준 빵도 먹었다.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 깨어 있는 서윤이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역시 걷는 것뿐이었다. 또 로비로 나갔다. 계속 걷고 또 걸었다. 서윤이를 생각하면 힘들지도 않았다. 서윤이는 어제 병원에 온 이후로 단 한순간도 땅을 밟지 못했다. 침대 아니면 유모차에서만 살았다. 얼마나 걷고 싶고 답답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서윤이는 3시부터 7시까지 잤는데도 졸려 보였다. 하루 종일 그랬다. 그게 또 걱정스러웠다. 담당 선생님은 경련 방지약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내 바람은 ‘금방이라도 예전처럼’인데 눈앞의 서윤이는 여전히 아파 보였다. 2시간 정도를 걷고 서윤이에게 물어봤다.


“서윤아. 우리 침대에 가서 누울까?”

“응”

“침대에 누워서 잘까?”

“응”


사실 그전에도 그렇게 침대에 갔다가 얼마 못 가서 다시 나왔던 게 여러 번이었다. 나에게 안아 달라고 했던 적도 많았고 그때마다 병실에 들어가서 간이의자에 앉아서 안아줬다. 서서 안으면 수액이 안 들어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앉아서 안는 건 서윤이의 만족을 부르지 못했고 결국 다시 로비로 나오곤 했다. 졸려 보이긴 했지만 얼마든지 다시 로비로 나올 각오를 하고 병실로 갔다.


서윤이는 침대에 누워서 정말 잠들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엄마를 많이 찾았다. 하루 종일 그랬다. 엄마를 부르며 울먹이기도 했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전화야 해 주면 되지만 보고 싶다고 하는 건 달리 방법이 없었다.


“서윤아, 엄마 내일 오실 거야. 내일”

“내이?”

“어, 내일”

“암마 내이?”

“어, 엄마 내일 오셔”


서윤이는 침대에 누워서도 엄마를 찾았다. 손가락을 빨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서며 묻기를 여러 번이었다.


“내이?”

“어, 엄마 내일”


그러면 갑자기 울면서 짜증을 냈다.


“으아아아아아”

“어, 서윤아. 엄마 보고 싶지. 엄마 내일 오신대”


그러면 다시 잠잠해졌다가 또


“내이?”

“어, 엄마 내일”

“으아아아아아아”

“서윤아. 많이 울면 안 돼. 엄마 내일 오신대. 우리 조금만 참자”


그러다 병원에 와서 새롭게 사귄 친구이자 애착의 대상인 이불을 찾았다.


“아빠. 띠부. 띠부”

“어, 이불 여기”

“내이?”

“어, 엄마 내일 오신대”

“으아아아아아아아”

“서윤아. 미안해. 엄마 내일 오실 거야. 우리 코 자자”

“아빠. 띠부. 띠부”


그러다 갑자기 나도 침대에 올라오라고 하기도 하고 자기 옆에 누우라고 하기도 하고. 침대에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서윤이를 달래고 진정시키고. 한 시간 내내 그걸 반복했다. 거짓말을 조금도 보태지 않고 한 시간 내내.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힘들기도 했지만 서윤이가 무척 안쓰러웠다. 서윤이는 왜 잠들지 못하고 저렇게 울고 엄마를 찾을까, 서윤이는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졌다.


‘하나님. 이게 앞으로 몇 시간이고 더 계속돼도 좋고 이것보다 더 힘들어도 상관없으니까 제발 서윤이 안 아프게 해주세요. 서윤이만 멀쩡하게 해 주시면 저는 아무리 더 힘들어도 괜찮아요. 제가 정말 잘못했으니까 서윤이만 낫게 해 주세요. 저는 더 힘들어도 돼요’


서윤이의 몸과 머리를 만지며 이렇게 기도를 했다. 눈물이 흐르는 건 이제 상수였다. 서윤이는 어느새 잠들었다. 서윤이가 잠든 걸 확인하고 나서는 나도 간이침대를 펴고 누웠다. 단기전이 될지 장기전이 될지 모르니 일단 틈틈이 체력을 비축해야 했다. 피곤하기도 엄청 피곤했다.


침대 가드 사이로 손을 뻗어서 서윤이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