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피곤하게 만드는 건지?

22.01.16(주일)

by 어깨아빠

서윤이도 점점 잠이 없어지는 게 느껴진다. 소윤이와 시윤이 때도 경험했다. 삶의 전반에서 자는 시간이 줄고 본인들도 자는 걸 거부하는 게 늘어난다. 지금 서윤이가 딱 그런 시기에 접어들었다. 자자고 하면 자꾸 싫다고 하고 잠들었을 때 옮기면 잘 깨고. 오늘도 예배드릴 때 한참을 안고 있었는데 결국 안 잤다.


예배를 마치고 잠시 화장실에 갔는데 밖에서 어떤 어린아이의 앙칼진 울음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은 아주 익숙한 소리였다. 화장실에도 쩌렁쩌렁하게 들릴 정도로 복식 호흡을 이용해 우는, 뭔가 화가 가득한 울음이었다. 목사님께서 서윤이 먹으라고 바나나와 쿠키를 주셨는데 아주 잘 바스러지는 쿠키였다. 아내는 조금씩 떼서 주려고 했는데 서윤이는 자기가 잡고 먹겠다고 했다. 악력의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서윤이는 쿠키를 너무 세게 쥐었고, 쿠키는 쪼개지며 부서졌다. 서윤이는 그게 부서진 게 화가 나서 울었고. 병원에서 카스텔라를 집어던지며 화를 내던 서윤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만행(?)에도 불구하고 쩔쩔매며 서윤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를 쓰던 내 모습도 생각났고.


서윤이는 내일 뇌파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다. 오전에 예약이 잡혔는데 잠을 최대한 조금 재우고 오라고 했다. 평소처럼 일어나면 검사 시간까지 공백이 너무 짧기 때문에 늦게 재우고 일찍 깨울 생각이었다. 기분 좋게 놀다가 늦게 재우려면 낮잠도 늦게 재워야 했다. 어차피 예배드릴 때 안 잤으니 아예 한참 늦게 재우기로 했다.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마침 오늘은 점심 먹고 집에 올 때도 안 잤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장인어른, 장모님께 맡겨서 하루를 재우기로 했다. 내일 단순히 외래 진료가 아니라 검사를 받으러 가는 거라 소윤이와 시윤이 없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제 크게 힘들게 하는 건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신과 신경이 분산되기는 한다. 내일은 온전히 서윤이에게 집중해야 하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좋아했다. 자기들끼리 할머니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건 흔하지 않은, 꽤 특별한 일이었다. 얼음 썰매를 기다릴 때만큼이나 설렘이 큰 듯했다.


“아빠. 할머니한테는 몇 시에 갈 거에여?”


오늘은 이 질문을 참 많이 했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할머니 집이 그렇게 좋아? 그럼 거기서 살아야겠네. 아빠보다 할머니가 그렇게 좋으면”


이렇게 장난을 치면 소윤이는 장난이라는 걸 알고 별로 신경을 안 쓰는데 시윤이는 조금 다르다. 시윤이도 장난인 걸 알긴 아는데 마음 한쪽에 ‘저게 아빠가 진짜 서운해하는 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엿보였다. 아마 내가 계속 장난쳤으면 울었을지도 모른다.


“아이, 아빠느은. 진짜아”


라며 곤란한 웃음을 여러 번 보였다.


아내와 아이들이 장인어른, 장모님께 가는 길에 난 축구장에서 내렸다.


“소윤아, 시윤아. 오늘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엄마, 아빠 없어도 엄마, 아빠가 얘기한 거 잊지 말고? 잘 가고 내일 보자?”

“아빠. 안녀어엉”


내가 축구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아내가 다시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었는데 마침 우리 집 근처에 사시는 집사님이 계셔서 그 차를 얻어 타고 오기로 했다. 내심 나 때문에 장모님, 장인어른과 저녁도 못 먹고 서둘러서 오는 게 미안했는데,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여보. 나 집사님 차 타고 가면 되니까 여보도 천천히 저녁 먹고 와”


축구가 끝나고 아내에게 전화했을 때 아내는 저녁을 먹지 않고 온다고 했다.


“여보. 저녁 왜 안 먹고 와?”

“여보랑 같이 먹으려고. 떡볶이 사 갈게”

“서윤이도 같이 앉아 있는 거지?”

“그래야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서윤이를 옆에 앉혀 놓고 아내와 떡볶이를 먹었다. 대신 서윤이도 맨 입으로 오래 앉아 있기는 힘들었을 테니, 과자를 줬다. 꽤 많이 줬다. 덕분에 아내와 나도 마치 서윤이가 없는 것처럼, 아주 평화롭고 여유롭게 떡볶이를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없으니 집이 정말 조용하고 허전했다. 서윤이가 그렇게 시끄럽게 종알종알 떠드는 데도 조용하게 느껴졌다. 마치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부부가 첫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같았다. 아무튼 적막했다. 대신 소윤이와 시윤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윤이에게 마음껏 애정 표현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서윤이는 평소에 비하면 1-2 시간 늦게 자리에 누웠다.


아내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다.


“여보. 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어제 썰매의 여파가 아닐까?”

“그런가”


역시나 아내는 오늘도 서윤이를 재우러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지 못하고 잠들었다. 나중에 다시 깨서 나오긴 했지만, 오히려 피곤이 더 진해졌다. 내일 아침에는 서윤이를 일찍 깨우기 위해 내가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겠다고 했다.


“서윤이가 문제가 아니라 여보가 엄청 피곤하겠는데?”

“그러게”


서윤이 피곤하게 만들려다가 아내가 먼저 피곤해서 쓰러질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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