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03(목)
어제 책 팔러 갈 때 책이 많이 무겁긴 했다. 허리가 아플까 봐 걱정이었는데 허리보다 오른쪽 등과 날갯죽지로 이어지는 부위가 아팠다. 아내도 얼마 전에 등이 아프다고 했었는데 딱 비슷한 부위에 비슷한 통증이었다. 허리가 아픈 것과는 또 다른 류의 통증이다. 숨을 쉴 때도 뭔가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고작 그 책 잠깐 들었다고 바로 이렇게 신호가 오는 것에 다소 어이가 없었다.
아침에는 자동차 보험 긴급출동도 불렀다. 어제 서점에 갈 때 출퇴근용 차를 다른 곳에 주차하려고 했는데 시동이 안 걸렸다. 배터리 방전이었다. 기온이 낮았던 연휴에 너무 오랫동안 운행을 안 해서 그런 것 같았다. 물론 배터리를 교체한 지 오래되기도 했다. 그래도 어제 미리 알아서 다행이었다. 아침에 10분 정도 일찍 일어나서 보험사에 전화를 했고, 평소보다 크게 늦어지지는 않았다.
아내는 나의 몸 상태를 듣더니
“우리 진짜 운동?”
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ㅋㅋㅋ어떻게?”
라고 답장을 했는데 답이 없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와, 아내랑 둘이 헬스장 다니면 운동 열심히 할 텐데’
라고 하지만 막상 그렇게 되면 운동을 빙자한 데이트를 더 많이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날이 오기까지는 아직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고. ‘미’와 ‘만족’을 위한 운동도 운동이지만, 이제 정말 건강을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자주 느낀다. 오래 살고 싶은 유일한 이유를 찾으라면, 자녀들이다. 오랫동안 길게 보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건강해야 하고. 이렇게 글로 늘어놓을 시간에 1mg의 지방이라도 더 태우는 것이 다이어트의 근본이거늘, 우리는 늘 근본을 외면하고 사파의 길을 걷는다. 그게 또 인생이지 뭐.
퇴근하고 만난 아내는 무척 힘들어 보였다. 오랜만에(6일 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서윤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자마자 나를 찾았다고 했다. ‘아빠 보보디떠여어’라고 말하면서. 월요병이 아니라 목요병이라 다행이었지만(이틀만 버티면 되니까) 어쨌든 남편을 비롯한 부모님의 빈자리에, 아내는 적잖이 힘이 부쳤던 것 같다.
저녁에는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지난번에는 소윤이만 나와서 듣게 했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아내와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아마 연휴 때가 더 피곤했을 거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의 반복이었으니까. 오늘은 일찍 재워서 묵은 피로를 떨쳐 내야 했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바로 잠들었는데 소윤이는 아내가 나올 때까지 잠들지 않았다. 소윤이도 ‘오늘도 나오라고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것과 상관없이 그냥 잠이 안 왔을지도 모르고. 소윤이는 머리만 대면 자는 유형은 아닌 게 확실하다. 새벽에도 깨면 바로 다시 못 자고 한참 누워 있다가 잠든다고 했다.
온라인 모임은 꽤 늦은 시간에 끝났다. 할 일이 많았는데 부지런히 해치울 체력과 의욕이 모두 없었다. 설거지와 빨래 개기가 가장 큰 할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보다는 아내가 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 저거 해야 하는데 지금은 하기가 싫은데 어차피 내일 해야 하는데 그래도 오늘은 못하겠다’
라고 생각하며 미뤘지만, 눈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으니 여전히 불편하고.
낮에 아내가 자동차세를 내야 하는데 은행 카드 앱의 전화번호가 다르다면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서 뭔가 이것저것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1%도 이해를 못 했지만 일단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면 실마리가 풀리겠거니 생각했다. 낮에 아내가 보낸 메시지에 답장까지 했는데 일을 하느라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걸 까맣게 잊었다. 온라인 모임이 끝나고 아내에게 그거 전화 못 했는데 어떻게 하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더니 아내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괜찮아. 포인트는 조금 아쉽지만”
“포인트? 이거? 4000점?”
“어. 맞아”
“아, 그랬구나. 이거 4000점 때문에 그런 거였구나”
아내가 막 웃었다. 물론 공짜로 주는 4000점 너무 소중하긴 하지만, 내가 그렇게 화들짝 놀랐던 게 아까웠다.
아내가 자기 전에 마사지를 해 줬다. 아픈 날갯죽지와 등을 주물러 줬는데 너무 시원했다. 여태껏 아내에게 받았던 안마 중에 가장 시원하고 효과도 좋았다. 물론 매우 일시적이라 자려고 누웠을 때는 다시 스멀스멀 통증이 올라오긴 했다. 아내가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걱정하는 걸 볼 때마다 나의 ‘늙음’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