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14(월)
아내가 시윤이 선물로 사 줄 만한 옷을 몇 개 골라서 사진을 보냈다. 봄으로 막 넘어갈 때 입기 좋은 옷이었다. 얇은 코트와 청자켓, 후드 자켓이 후보였다. 다 비슷비슷했다. 코트는 뭔가 엄청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시윤이가 입으면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 가늠이 안 됐다. 청자켓은 잘 어울릴 듯했다. 후드 자켓은 흔한 아이템이었지만 내 후드 자켓과 같은 색이라 ‘아빠와 커플룩’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시윤이한테도 고르라고 해 봐”
시윤이는 아빠와 커플룩으로 입을 후드 자켓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행복한 아빠다. 딸에게 아들에게 골고루 사랑받고.
아내와 아이들은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도넛 가게에 도넛을 사러 갔다가, 나간 김에 자연드림에 가서 장도 봤다고 했다. 퇴근하면 아이들에게 오늘 뭘 하면서 지냈는지 물어보는데 소윤이와 시윤이가 아주 자세히 얘기해 준다.
“아, 그리고 키오도 갔다 왔어여. 키오에서 아빠 선물도 샀어여”
소윤이가 얘기하자 아내가 소윤이에게 일부러 장난스럽게 비밀로 하지 그랬냐고 눈치를 줬다. 소윤이가 웃으면서 다시 나에게 얘기했다.
“아, 아빠. 자연드림만 갔다가 집에 왔어여”
“아, 그래에? 그랬구나. 장만 보고 바로 왔구나아? 알았어”
르뱅 쿠키 정도 사 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내가 방에 가서 작은 상자를 들고 나왔다.
“짜잔. 여보 발렌타인데이 선물이야”
“아, 오늘 발렌타인데이였구나”
만으로 결혼 9년 차를 앞둔 부부에게 이런 ‘데이’는 의미를 잃은 지 오래지만, 빡빡하고 삭막해지기 쉬운 육아의 삶에 기름칠도 하고 생기를 불어 넣기에는 좋은 핑계가 된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아직 모르겠지만)에게도 아주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선물을 아끼지 않는 가족이 되어서 나중에 또 다른 자기 가족에게도 후히 나누는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남에게도 나누지. 아내와 휘낭시에를 나눠 먹고 쿠키 세 개는 아이들 선물로 남겨 뒀다.
소윤이는 낮에 나갈 때 새로 산 신발을 신고 나가려다가 비가 와서 다시 갈아 신었다고 했다.
“아빠. 엄마가 말해 줘서 정말 다행이었어여”
언니가 벗어 놓은 신발은 또 서윤이가 신겠다면서 난리였다고 했다. 소윤이가 서윤이에게 이런 걸로 화를 내거나 기분이 상하지는 않는다. 그냥 큰 언니답다. 인생 선배 같다. 바다 같다. 시윤이에게는 안 그런다. 시윤이도 서윤이에게는 안 그러고. 서로 은근하게 다투는 걸 보면 ‘얘네가 나중에 정말 우애가 깊어질까’ 하는 걱정이 될 때도 있는데, 그래도 ‘사랑과 배려’를 가르치며 엄청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으니 자기들도 모르게 정이 쌓일 거라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아내가 하루를 보내면서 가장 힘든(짜증이 나는) 상황도 아이들이 서로 다툴 때라고 했다. 종종 아침에 선물을 남겨 놓는 것도, 아내와 아이들의 평화롭고 부드러운 아침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이들과의 아침이라는 게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워낙 변수가 많고 그때그때 바뀌긴 하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