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8(월)
그저 월요일이라고만 생각하다가 문득문득 ‘내일이 휴일’이라는 걸 깨닫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아내에게 신나는 마음으로 카톡을 보냈다.
“잊게 되는데 내일 휴일이네? 오늘 영화각임”
“짱신남”
아내는 감자호박우유조림을 만든다고 했다. 익숙한 듯 생소한 이름을 가진 이 요리는, 아내가 처음 해 보는 요리였다. 소윤이가 굉장히 자주, 심취해서 보는 ‘한 그릇 뚝딱 유아식’에 나오는 요리인데 소윤이가 오래전부터 이걸 꼭 한번 해 달라고 했다. 아내는 소윤이의 오랜 숙원을 해소하고자 기꺼이 요리를 만들었다. 기대에 부푼 소윤이의 평가는 이랬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맛있어여”
소윤이의 화법을 분석해 온 아빠로서 분석해 보자면, ‘맛없다’는 소리와 같은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소윤이는 아내에게도 자꾸 멸치와 시금치를 더 달라고 했다. 먹는 모습까지 함께 본 아내의 분석도 나와 같았다. 아내는 ‘딱 봐도 소윤이 입맛에 안 맞을 음식’이라고 했다. 뭔가 끈덕끈덕하고 느끼하고 걸쭉하고. 대신 시윤이와 서윤이가 엄청 잘 먹었다고 했다. 딱 봐도 시윤이와 서윤이는 너무 좋아할 음식이었다.
소윤이는 오늘도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을 이어갔다. 병원에도 다녀왔다.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 나아지고 있다고 하셨고 앞으로도 비슷할 거라고 하셨다. 그래도 이제 밥은 같은 식탁에서 먹는다. 아내가 질병관리본부장이 되어서, 통제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 역시 밥은, 모두 한 식탁에 모여 앉아서 먹어야 제맛이다. 저녁은 솥밥이었다. 무려 두 종류의, 문어 솥밥과 차돌박이 솥밥. 주걱으로 헤집기 전에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엄청 많이 먹었다. 배가 많이 고프기도 했고 맛도 기가 막혔다.
일이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는데 저녁을 먹고 나니 피로가 몰려왔다. 그냥 그때가 고비인 듯하다. 오만가지 감정과 피곤이 소용돌이치는 때다. 조금이라도 아이들과 더 놀아주고 싶기도 하고 한시라도 빨리 퇴근하고 싶기도 하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던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아빠가 되고 싶기도 하고 피곤을 몰라주고 말을 안 들으면 화도 나고.
요즘 소윤이가 재밌게 읽는, 이미 한번 읽었는데 또 읽는 소설책이 있다. 자기 전에 읽는 책으로 그걸 골랐는데 소설책인 만큼 분량이 꽤 길다. 당연히 다 읽어주는 건 아니고 보통 한 챕터를 읽어 준다. 그래도 길다. 읽다가 졸았다. 읽다가 졸면 자꾸 멈추게 되고, 잠꼬대처럼 헛소리를 하게 된다. 무척 졸렸다.
언제나 그렇듯, 그 고비의 시간만 넘기면 또 거짓말처럼 맑아지는 시간이 찾아온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온 아내와 영화를 봤다. 참 신기하게도 매일 깨던 서윤이가 오늘은 깨지도 않았다. 덕분에 끝까지 흐름을 깨지 않고 잘 봤다.
독립 열사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만들어진 귀한 공휴일에 아내와 나는 독립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좋다. 아무리 편한 출근이어도 휴일보다 좋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