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어도 좋은 이유

22.03.02(수)ㅇ

by 어깨아빠

아내와 아이들도 내가 퇴근할 무렵에 집에 돌아오고 있었다. 아주 가끔 찾는 반찬 가게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월남쌈이 나왔다고 해서 사러 갔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소파에 앉아서 쉬었는데, 유독 달콤했다. 옷을 갈아입고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렸다.


아내가 사 왔다는 월남쌈은 정말 딱 아이들 먹을 만큼의 양이었다. 나는 저녁을 안 먹고 바로 나가야 한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적은 양이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는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에게 먹는 것으로라도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월남쌈은 소윤이가 가장, 상상 이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여보는?”

“나? 나는 애들 먹이고 이따가”

“뭐 먹을 게 있어?”

“함박스테이크 사 왔어”


감히 아내가 손댈 만한 양이 아니긴 했다. 소윤이 혼자서도 거뜬히 먹는 게 가능해 보이긴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때가 8시 무렵이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으니 이른 퇴근은커녕 몇 시에 끝날지 계산이 안 서는 시간이었다. 물론 내가 아닌, 아내의 몫이었다.


축구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아내는 거실 식탁에 앉아 있었다. 뭔가 하고 있었다. 요즘 아내가 식탁에서 뭔가를 하고 있으면, 대체로 처치홈스쿨과 관련된 일일 때가 많다. 물론 아내의 손이 닿는 거리에는 빵과 커피가 있었다.


“뭐 하고 있었어?”

“그냥 이것저것”

“애들은 금방 잤어?”

“아니, 늦게 잤지. 나 나온 지 얼마 안 됐어”


집에서 나가기 전에 애들을 본 덕분에 아이들이 덜 보고 싶기도 했고, 오히려 더 보고 싶기도 했다. 아침을 먹으면 아침을 안 먹을 때보다 점심시간에 더 배고프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아까 집에서 만났을 때, 뜬금없이(나의 유도 질문도 없이)


“아빠 두아아”


라며 내 종아리를 붙잡고 매달리던 서윤이가 아른거렸다. 문 하나만 열면 만날 수 있는 딸이지만, 문은 열지 못하고 그리운 마음만 끓인다. 그러다 서윤이가 먼저 깨서 나오면 반갑게 환영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러 들어가서 엄청 성가시게 군다. 곤히 자는 녀석 옆에 누워서 여기저기 만지고 뽀뽀하고. 그 와중에 혹시나 소윤이, 시윤이가 깨서 들을까 봐 소윤이와 시윤이를 향한 사랑 표현도 애써 밖으로 낸다(거짓은 아니고 진심이지만, 마음으로도 충분한 걸 굳이 음성으로 표출한다).


요즘은 소윤이가 혼자 매트리스에서 자거나 아내가 그 옆에서 자는 덕분에 나는 계속 바닥에서 잤다. 바닥의 잠자리가 내 몸덩이를 감당하기에는 자리가 좁고, 매트리스에 비해 푹신함도 덜 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굉장히 몸이 무거울 때도 많다. 바닥의 잠자리가 좋은, 나머지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는 이유는 딱 하나다. 서윤이 옆에 누워서 작지만 포동포동한 서윤이 손을 잡고 자는 게 가능하다는 것. 가끔 거리가 맞으면 시윤이 손까지 잡고 자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밤에 잠 설친다고 따로 자는 아빠도 많다던데 서윤이가 1년 넘도록 그렇게 깼는데도 따로 자지 않은 건, 다 이 맛에 푹 빠져서 그렇다. 편히 깊게, 외롭게 자는 것보다는 얕고 불편해도 뒤섞여서 자는 게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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