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04(금)
아내는 혼자 커튼을 달았다고 했다. 내가 혼자 해도 힘든 걸 도대체 어떻게 혼자, 아니 자녀들의 끝없은 참견과 방해를 이겨내고 달았는지 신기했다. 나와 함께 있을 때의 아내와 낮에 혼자 있을 때의 아내는 다른 사람 같기도 하다. 낮에는 철인이 되어야만 사나 보다. 원래 낮에 반찬 가지러 장모님에게 다녀온다고 했는데 불발되었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바빠서’
집에 손님이 왔다. 며칠 동안 묵고 갈 반가운 손님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 만남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무려 두 번의 연기 끝에 성사된 만남이었다. 이번 만남도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이미 집에 와 있었다. 문을 여는 순간 즐거움과 설렘의 기운이 느껴졌다. 걱정한 것보다는 집이 비좁은 느낌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지 재울 때도 염려에 비해서는 공간이 수월했다.
아이들은 고대하던 만남인 만큼 허락만 해 주면 밤을 새울 기세였다. ‘아직 첫날이니 앞으로 시간이 많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을 잠자리로 인도했다. 그래도 이미 엄청 늦은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방에 눕혔을 때가 10시였으니까 아이들도 나름대로 ‘첫날 혜택’을 누린 셈이었다.
만나면 반가운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소윤이가 두 살, 그러니까 2016년 여름휴가 때부터 이어진 정기적인 것 같은 비정기적 모임으로 이어온 어른들의 시간도 소중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야식과 주전부리와 함께 피우는 수다 때문에 만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10시라는 걸 깨닫고 적잖이 놀랐지만, 아이들에게 얘기한 것처럼 ‘첫날’이니 괜찮다며 위로를 삼았다.
아내와 아내 친구 K가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갔다. 나와 K(아내 친구의 남편)는 커피와 과자를 사러 잠시 나왔다. 나도 K도 대화의 전개가 느린 사람이라 막상 둘이 있으면 그다지 시끄럽지 않다. 마치 클래식의 도입부처럼 잔잔한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온 아이들과 합쳐서 본격적인 수다의 시간을 열었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세시가 넘어서야 자리에 누웠다. 내일 빼곡하게 들어 찰 아이들과의 공동육아의 시간을 생각하니 다소 겁이 나긴 했지만, 만나면 항상 이랬다. 애초에 이 시간을 위한 만남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아이들에게는 첫날이니 아직 시간이 많다고 했지만 ‘벌써 첫날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벌써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