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케이크 사 간다

22.03.24(목)

by 어깨아빠

아내는 내일 처치홈스쿨 모임을 준비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문구점에 가서 생일인 친구의 선물도 사고, 빵 가게에 가서 케이크도 사고, 장도 봤다고 했다. 멀리 안 가고 서윤이는 유모차에 태워서 동네 근처를 돌았지만 그것도 힘들었다고 했다.


케이크를 본 서윤이는 그걸 자기가 먹는 건 줄 알았나 보다. 잔뜩 신난 표정으로 ‘저건 언제 먹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아, 저건 내일 처치홈스쿨에 가지고 갈 거야. 서윤이는 나중에 사서 먹자?’는 답을 받으니 슬프게 울었다고 했다. 서윤이와 통화를 했는데 서윤이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아빠아. 나주에 떠니 껙 사 두데여어”


라며 내 마음을 녹였다. 도저히 케이크를 사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윤이와 통화를 끊고 바로 빵 가게에 전화를 했다. 요즘, 아 요즘에는 자주 안 가지. 아내가 자주 가던 빵 가게에서 조그만 케이크도 팔던 게 기억이 났다. 퇴근할 때 들러서 찾아가겠다고 예약을 했다.


“짜잔”


문을 열면서 서윤이에게 케이크를 보여줬다.


“아빠아. 이거 무에여어?”

“아, 이거 케이크야. 언니랑 오빠랑 서윤이 선물이야”

“아하아”


당장 먹겠다는 걸 ‘밥 먹고 먹자’고 잘 달랬다. 아내는 열심히 부침개를 만들고 있었다. 모양이 잘 안 나오는지 애를 먹고 있었다. 맛만 있으면 됐지 뭐. 우리끼리 먹는 건데 모양이 뭐 중요하나. 아이들도 너무 맛있다면서 허겁지겁 먹었다.


다들 케이크도 잘 먹었다. 어느샌가 어른의 음식에도 발을 들인 서윤이도 무척 잘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서윤이에게 한 번 더 생색을 냈다.


“서윤아. 이거 누가 사 왔어?”

“아빠가아”

“아빠가 왜 사 왔지?”

“아아. 떠니가 껙 사 두데여어어 이케서”

“아, 서윤이가 사 달라고 해서?”

“네에”


나도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빠의 손에 들린 그 무언가는 유달리 더 반가웠던 것 같다. 내 자녀들도 나를 추억할 때 따뜻해지면 좋겠다. 언젠가는 파편으로 흩어질 이런 작은 기억들이 녀석들의 추운 시간을 잘 데워 줬으면 좋겠다.


아내는 애들을 재우고 나와서도 처치홈스쿨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내일 아이들이 먹을 짜장을 열심히 만들었다. 그래도 내 생각보다는 훨씬 금방 끝냈다. 벌써 많이 적응이 됐나 보다. 아내가 애들을 재우는 동안 커피라도 배달시켜 줄까 했는데 설거지하고 뭐하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대신 캡슐커피를 타 줬다. 아내는 커피를 마시며 내일을 준비했다. 하나하나 챙기면서 빼 먹은 게 없는지 확인했다. 거사를 앞둔 장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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