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29(화)
아내와 아이들은 바쁜 날이다. 처치홈스쿨 하러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 먹고 점심때 먹을 것도 챙겨서(요리를 해서) 나가야 한다. 아내는 어제 자기 전에 아이들이 입을 옷을 미리 다 골라 놨다. 점심때 먹을 음식도 정해서 재료를 준비해 놨고.
하루 종일 연락을 못했다. 처치홈스쿨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정신이 없었는지 연락이 없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연락이 닿았다. 잘 갔다 왔냐는 물음에 잘 갔다 왔다고, 힘들지는 않았냐는 물음에 괜찮았다고 대답했다. 갔다 오면 당연히 녹초가 된다. 그 당연한 힘듦 위에 다른 고생(?)이 많이 쌓이지는 않았냐는 의미의 질문이었다. 아내의 답으로 짐작해 보건대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통화를 끝내고 얼마 안 있다가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보. 오늘 나갈래?”
“여보. 요즘 나의 외출을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네”
“영업제한이 풀렸으니까. 그동안 못 나갔잖아. 어떻게 할래?”
“나야 콜이지”
“그럼 애들한테 말 좀 해줘”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자유의 시간을 가지게 하려고 한다. 아내가 먼저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내가 내보내야 한다. 아내는 서윤이가 낮잠을 늦게 자서 밤에 쉽게 안 잘 거라며 걱정했다.
“근데 서윤이가 늦게 자서”
“괜춘. 서윤이는 다 괜춘”
“서윤이는 좋겠네”
아내는 저녁으로 김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재료가 여러 가지 들어간 정석 김밥 말고 약식 김밥이었다. 김과 밥, 참치, 김치(서윤이는 양배추)만 들어가는. 그나마 김도 김밥을 말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쩍쩍 달라붙는 김이었다. 그걸 만들어 주고 나가겠다는 걸 얼른 나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아내가 싸기 직전까지는 준비를 다 해 놔서 말기만 하면 됐다. 아내는 나갔고 난 김밥을 말았다. 생각보다는 잘 말렸다. 서윤이 김밥은 최대한 얇게 썬다고 썰었는데 쉽지는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맛있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둘은 김밥의 맛에 엄마와 아빠 중 누구 지분이 더 많은지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재료는 엄마가 준비했으니 엄마의 공이 더 크다는 의견과 마는 걸 아빠가 했으니 아빠의 공이 더 크다는 의견. 배운 자녀들답게 ‘엄마랑 아빠 둘 다 맛있게 해 주셨지’라는 아름다운 결론을 도출했다.
부서지는 김이 아니고 질기고 눌러 붙는 김이라서 그런지 서윤이가 먹으면서 두어 번 정도 꺽꺽댔다. 서윤이는 더 주면 더 먹을 것 같기도 했고 일부러 서윤이 몫을 남겨 놓기도 했는데, 그냥 더 주지 않았다. 혹시 소윤이와 시윤이도 양이 좀 부족할까 싶어서 과일이라도 주려고 했는데 줄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거기서 식사를 마쳤다.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데 요즘 소윤이와 시윤이는 계속 같은 책을 고른다. ‘작은아씨들’인데 소윤이는 이미 한 번 읽은 책이다. 너무 재밌기도 하고, 자기가 읽는 것과 다른 사람이 읽어 주는 건 또 다르니까 매일 고르나 보다. 두꺼운 책이라 같은 책이어도 매일 읽는 내용은 다르지만 그래도 뭔가 지겹다. 그리고 너무 길다. 한 20분은 걸리나 보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헛소리가 나올 정도로 살짝 졸기도 했다.
“아우, 소윤아. 내일부터는 다른 책 좀 골라. 맨날 이것만 고르니까 너무 지겨워서 힘들다. 너무 길고”
기껏 다 읽어 주고 나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저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멍청하게. 뱉자마자 후회했고 찝찝했는데, 아이들이 잠들고 시간이 지나니 더더욱 개운치가 않다. 그거 한마디를 못 참고. 내일 소윤이한테 꼭 사과해야지. 소윤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서윤이 재우는 게 오래 걸렸다. 한 시간 정도 걸렸나 보다. 서윤이는 중간에 자꾸 날 불렀다.
“아빠아. 아빠아”
“어, 서윤아”
“아빠아. 무해여엉?”
“아빠 누워 있지. 서윤이도 얼른 자”
마음 같아서는 옆에 끼고 놀고 싶었지만 그러면 나도 같이 잠들까 봐 꾹 참았다.
참아야 할 건 못 참고 안 참아도 되는 건 굳이 참은 느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