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집에도 코로나가

22.04.06(수)

by 어깨아빠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는데 뭔가 이상한 걸 감지했다. 어제 내가 마지막에 느낀 화장실의 기운이 아니었다. 스릴러 영화에서 평소와 달라진 무언가나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경계 태세를 갖추는 주인공처럼, 괜히 화장실을 한 번 둘러봤다. 아마 자다가 누가 깼던 것 같은데 묘하게 아내의 기운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거실 식탁을 봤더니 아내의 편지가 있었다. 어제 새벽(언제인지는 모르겠다)에 나왔다가 설거지와 밥을 해 놓은 걸 보고 감동받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내용이었다. 자녀들이 써 주는 편지도 너무 좋지만 역시나 아내가 써 주는 게 제일 좋다. 아내처럼 귀엽게 캬라멜 세 개가 함께 놓여 있었다.


편지 이후의 첫 연락은 아내가 보내 준 서윤이의 사진과 영상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게 하는데 애교가 정말”


그 뒤에도 서윤이의 온갖 만행(휴지 뜯기, 현관에 맨 다리로 나가서 무릎 꿇기, 오빠가 만든 블록 부수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제지하는 아내의 말을 보란 듯 무시하는 태도 등등)을 알렸다.


“정말 체력이 바닥난다”


멀쩡한 상태에서 마주해도 힘든 시기에 몸까지 말이 아니었으니 정말 힘들었을 거다. 아내의 이런 상황을 아는 교회 목자 집사님께서 점심을 보내주셨다.


오후에는 시윤이로 바뀌었다.


“시윤이가 말을 너무 안 들어. 화난다. 뺀질거리고. 까불고”


답장을 하지 못했다. 대충 늘 하던 대답은 하기 싫었는데 생각해서 답을 할 시간은 없었다. 어쩌다 보니 후루룩 지나갔다.


아내는 어제보다 많이 나빠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열은 없었다. 증상은 딱 코로나였다. 지난주에 장인어른, 장모님과 자주 만났는데 장모님과 장인어른도 확진 판정을 받으셨고. 자가 진단 키트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양성일 거라고 생각은 했다. 아내는 내가 퇴근할 무렵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가서 신속 항원 검사를 받았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도대체 언제 걸리려나’, ‘혹시 안 걸리고 넘어가나’ 이렇게 두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는데, 드디어(혹은 결국) 우리 집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상륙했다. 차라리 나도 같이 걸려서 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내 혼자 아픈 몸을 이끌고 아이들과 지내는 것보다는. 이토록 밀접 접촉이니 검사만 하면 바로 확진 판정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병원 문이 열면 가서 검사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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