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려버린 병원 생활

22.09.22(목)

by 어깨아빠

새벽 세시에 깼다. 어제 너무 일찍 자서 그랬나 보다. 몸은 개운했다. 손목의 통증도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수술한 지 아직 24시간도 안 지났으니 아픈 건 당연했다. 당장 오늘이라도 퇴원하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고작 하루였다. 병원이나 의사 선생님의 지시를 기다려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퇴원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다.


아내는 K의 집에서 잤다고 했다. 오늘은 아내의 친구들이 놀러 오기로 했다. 저 멀리 경기도에서 오는 거였다. 미리 잡아 놓은 약속이었다. 아내는 아침에 집으로 돌아왔다.


“여보는 안 힘든가요?”

“안 힘들지는 않네. 서윤이랑 같이 좀 잤어요”


어제 K네 식구와 있을 때는 그렇게 잘 지냈다고 하더니 아내를 만나자마자 짜증 폭탄이라고 했다.


아내의 친구들은 오후에 집에 왔다가 저녁에 간다고 했다. 부산으로 여행을 가는 김에 들르는 거였다. 아닌가, 여기 오려고 부산에도 가는 건가. 아무튼 도착하자마자 놀이터에 갔다고 했다. 저번에 포항에 사는 아내 친구네와 갔던 경치 좋은 놀이터였다. 그 뒤로는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다. 계획으로는 거기서 놀다가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아이들을 씻긴 뒤, 친구들을 기차역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과연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을 했을지 궁금했다. 또 그 과정에서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하루라도 빨리 퇴원하고 싶었던 나의 바람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오늘은 아예 담당 의사 선생님의 회진도 없었다. 내일이라도 퇴원하면 다행이었다.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잠시 노트북을 펴고 일을 하기도 했지만 집중이 되지는 않았다. 몸이 편하긴 한데 전혀 유쾌하지는 않았다. 얼른 나가고 싶다.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는 게 느껴져서 다행이다. 통증도 줄고 몸의 전반적인 상태도 더 나아졌다. 당장 집으로 가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간호사 선생님은 내일 의사 선생님의 회진 후에 퇴원 여부가 결정될 거라고 했다.


저녁에는 혼자 나가서 산책을 했다. 환자복을 입고 걸어 다니려니 전혀 산책의 기분이 나지는 않았지만, 하루 종일 병실에 있다가 잠시나마 바깥 바람을 쐬는 건 좋았다. 아내가 사다 놓고 간 군것질거리는 먹지 않고 있다. 이 참에 주상골 골절 다이어트를 할 거니까.


아내와 아이들이 아주 늦은 시간에 잠시 병원에 들렀다. 아내 친구들을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고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아내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복장도 얼굴도 피곤함 그 자체였다. 병원 앞에 한 10분 정도 서서 해후를 나눴다. 아이들은 잘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집에 가서 손만 씻고 자면 됐다. 아주 늦은 시간이어도 아내에게 희망적인 요소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은 퇴원을 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