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혼자는 생각보다 힘들구나

22.12.02(금)

by 어깨아빠

퇴근하면서 붕어빵을 사 갔다. 날이 추워지면서 파는 곳이 조금씩 보였는데 그때마다 아내가 먹고 싶다고 했다. ‘2개에 천 원’이라는 걸 보고 막연히 ‘너무 비싸다’라고 생각했는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추억에 의존한 비교였다. 한 개씩 먹는 건 너무 아쉬우니 적어도 두 개씩은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5,000원 어치를 달라고 했다. 꽤 오래 기다렸다. 미리 만들어 놓은 게 없어서 모두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5,000원 어치는 12개 드려서 두 개 더 담아 드릴게요”


봉투가 넘치도록 붕어빵이 담겼다.


저녁을 먹기 전에는 웬만하면 간식을 먹지 않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붕어빵은 온도가 생명이니까. 역시나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윤이도 엄청 잘 먹었다. 언니와 오빠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여보. 오늘 저녁은 좀 간단하게 집에 있는 걸로 먹어도 되나요?”

“당연하지”


쌈 채소와 쌈장, 참치, 김치가 오늘의 저녁이었다. 아내에게 저녁을 준비할 체력이 남지 않았었나 보다. 그래도 맛있었다. 아이들은 오늘 하루 종일 채소 반찬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잘 먹었고. 아내와 우리 자녀들의 고른 식습관에 관해 얘기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너무 대견하고 좋다고. 싫어해도 잘 먹고, 좋아하지 않아도 잘 먹고, 없어도 잘 먹고.


저녁에는 교회에 가기로 했는데 아내가 무척 힘들어 보였다.


“여보. 너무 힘들면 내가 애들 데리고 갔다 올게”


처음에 말한 ‘애들’은 소윤이와 시윤이였다. 서윤이는 배변훈련만 아니었어도 얼마든지 데리고 갔겠지만, 나 혼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배변을 감당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이걸 아내는 일상으로 겪고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아빠아. 저두 갈 거에여여어어”


서윤이가 울먹거리면서 자기 옷을 챙겨왔다. 몇 번 설득을 해 봤지만 확고했다. 막 떼를 쓰는 것도 아니고 입을 삐죽거리면서 매우 ‘슬픈’ 표정으로 날 흔들었다. 외면하기 어려운 막내딸의 간절함이었다.


“그래, 서윤이도 가자”


나도 적잖이 피곤하긴 했지만 이번 주 내내 마음껏 찬양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서윤이만큼이나 간절했던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피곤했다. 의자에 앉자마자 곳곳에 숨어 있던 피로 세포가 깨어났다. 그래도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가 특별히 힘들게 하거나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시윤이는 예배가 시작하자마자 잠들었다.


“아빠아. 똥 마려워여어어”


다급하게 서윤이를 안고 1층 화장실로 뛰어갔다.


“서윤아. 조금만 참아. 그냥 싸면 안 돼. 알았지?”


다행히 서윤이는 변기에 앉기 전에 싸지는 않았다. 다만 앉고 나서도 싸지 않았다. 똥이 나오지 않는다는 서윤이에게 ‘조금 더 힘을 줘 봐’라며 더 시간을 줬지만 마찬가지였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바퀴벌레를 발견해서 잡으려고 파리채를 들었는데 이 바퀴벌레 녀석이 보이지 않는 냉장고 밑으로 쏘옥 들어간 것과 비슷하다.


“서윤아. 똥 마려우면 아빠한테 꼭 얘기해? 그냥 팬티에 싸지 말고”


서윤이도 피곤했다. 그렇다고 누워서 자지는 않고 계속 앉았다가 일어났다를 반복하더니 결국에는 잠들었다. 자면서도 똥을 싸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해도 멀쩡한 정신일 때가 훨씬 위험(?)하다. 다행히 똥팬티 사건은 없었다. 그래도 역시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예배를 드리는 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었다.


그 늦은 시간에 약속이 있었다. 예전에 여기 살 때 알았던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서윤이는 깨지 않고 계속 자다가 집에 눕혔더니 깼다. 어쩌면 아내가 일부러 조금 격렬하게(?) 다뤘을지도 모르겠다. 소변을 한 번 봐야 했다.


조금 앉아 있다가 나왔다. 열 시에 나와서 열한 시 반에 돌아왔다. 축구 경기도 있었다. 들어올 때 과자를 사 왔다. 아내와 함께 축구를 봤다. 말도 안 되는 역전승과 함께 16강 진출을 확정해서, 늦은 시간까지 본 보람이 있었다. 너무 늦어서 아이들과 함께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다음 경기는 새벽 네 시라는데 오히려 그때는 조금 일찍 깨우면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 끝나고 나니 내일도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부담스럽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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