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다 훨씬 낫네

22.12.06(화)

by 어깨아빠

새벽에 우리나라 월드컵 경기가 있었다. 상대가 브라질이라 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전반전 끝날 시간 즈음에 알람을 맞췄다. 잠결에 휴대폰을 확인하니 점수가 4:0 이었다. 그대로 다시 잤다.


시윤이는 어제부터 몸이 조금 안 좋았다. 기침을 많이 하고 코도 막혔다. 시윤이 스스로도 목이 아프다고 했다. 어제 낮까지만 해도 기운도 없었다고 했다. 오후가 되면서 거의 정상처럼 돌아오긴 했는데 기침과 코막힘은 여전했다. 오늘 아침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오전에 잠깐 시윤이와 미용실에 가려고 했는데 시윤이는 예약을 취소하고 나만 다녀왔다.


“보고 싶네. 여보♥︎”


아내가 맥락의 연관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매일매일 보는 사이라 보고 싶다는 말은 정말 자주 안 한다.


“뭐지. 힘들다는 뜻인가”

“아닌데. 그냥 순수하게 보고 싶다는 뜻인데?”


너무 힘드니까 남편이 생각난다는 의미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했다. 아무튼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아내가 나를 '순수하게’ 보고 싶다고 한 건.


머리를 다 하고 아내에게 사진을 보냈다.


“여보. 어제 그 사진이랑 많이 다르네?”


라고 답장이 왔다. 그러고 바로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래도 금방 기니까 곧 자연스러워질 듯. 가르마 펌 엄청 잘 됐네?”


자연스러워질 거라는 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었다. 아내의 솔직한 진심은 언제나 첫 반응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말이든 행동이든 때로는 아주 짧은 찰나처럼 지나가는 순간의 반응에 아내의 진짜 속마음이 묻어난다. 길게 설명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별로’였던 것 같다.


퇴근하면서 빵 가게에 들러 빵을 샀다. 평소에는 일찍 문을 닫는 곳이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그 시간까지 불을 켜고 있었다. 아내가 먹을 앙버터, 소윤이와 시윤이가 좋아하는 소금빵, 서윤이가 좋아하는 소보로빵을 샀다. 빵이 담긴 황색 종이봉투의 부스럭거리가 굉장히 듣기 좋았다.


아내는 저녁 반찬으로 돈까스를 준비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열심히 튀기고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와 보드게임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했다. 아내도 오늘은 조건을 달지 않고 ‘꼭’ 하겠다고 했다. 아내에게 돈까스는 내가 튀길 테니 가서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라고 했다. 효율적인 시간의 소비 측면에서 그게 더 좋아 보였다.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은 거실에 앉아 우노를 했다. 난 돈까스를 튀기느라 고전했다. 얕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튀겼는데, 사실 튀기는 게 아니라 굽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익혔는데도 속이 덜 익어서 조각을 낸 뒤 다시 익혔다.


아, 아내가 내 머리를 실제로 봤을 때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반응이 좋았다. 마찬가지로 순간을 잘 포착해서 관찰했는데, 이 또한 진심이었다. 다만


“사진보다 훨씬 낫네”


라고 말한 게 그저 사진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인지, 사진과 상관없는 절대적인 총평인지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첫 순간을 지나고 보이는 아내의 반응은 연기일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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