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주께 하듯

22.12.14(수)

by 어깨아빠

아침에 일찍 나갔다. 항상 그렇긴 하지만. 그러고 나서 퇴근할 때까지 아내와 연락을 할 틈이 없었다. 나도 바빴고 아내도 바빴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전에 수요예배를 드리러 갔는데 내가 퇴근할 때까지 교회에 있었다. K와 함께 교회로 갔다.


함께 일하는 K의 아내와 자녀들도 같이 있었다. 아침 열 시에 만나서 저녁 여섯 시가 넘도록 같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았다. 마치 조금 전에 만난 것처럼 뛰고 소리 지르며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내들은 엄청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팔딱거리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 수조에 담긴 횟집의 생선 같았달까. 나와 K의 등장을 반가워했다.


아내가 아이들 저녁으로 먹일 반찬이 마땅치가 않다고 했다. ‘그냥 집에 있는 반찬으로 먹이면 된다’고 했더니 집에 있는 반찬이 없다고 했다.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니 정말 없긴 없었다. 점심에 교회에서 먹고 남아서 싸 온 콩나물밥을 먹이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조금 지겨워한다고 했다. 이해는 됐다.


“그럼 계란 프라이랑 참치랑 넣어서 주면 되지”


낮에도 계란 프라이를 먹었다고 했다. 중간에 간식을 좀 든든히 먹었다고 하길래 굳이 밥을 안 줘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먹을 게 마땅하지도 않았고. 떡과 케이크를 저녁으로 제공했다. 아내는 별로 배가 안 고프다고 했다. 게다가 금방 성경공부를 하러 가야 했다. 나도 따로 저녁을 먹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자러 들어가면 어제 먹고 남은 치킨을 먹을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저녁을 먹는 동안 함께 식탁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아내가 남은 육아의 일과를 소화하는 동안 소파에 앉아서 사경을 헤맸다. 아, 아내의 성경공부는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그 덕분에 아내가 나의 피로를 대신 짊어지고 아이들을 맡을 수 있었던 거다. 그대로 잠들면 안 되니까 애를 써서 일어나긴 했는데, 내내 기력이 없었다. 치킨 먹을 때 잠깐 힘이 나고 배가 부르니 오히려 다시 졸려졌다.


사실 아내도 엄청 피곤했을 텐데.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헌신적인 아내는 나를 대신해 가위질까지 자처했다.


“여보. 괜찮아. 내가 할게. 여보는 좀 쉬어”

“아니야. 내가 할게. 남편을 주께 하듯 섬겨야지”

“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 이번 주 나의 삶의 다짐이야”


뭐지. 오늘은 기도 안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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