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16(금)
일 하는 날이었는데 늦잠을 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실수는 아니었고 의도된 늦잠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아이들이 더 불안해 했다. 늦은 거 아니냐고 하면서, 일어나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나를 깨웠다. 혹시나 아빠가 근무태만으로 돈을 못 벌어 올까 봐 걱정이 됐나.
아내와 아이들은 교회에 간다고 했다. 처치홈스쿨에서 성탄절 달력을 만든다고 했다. 저녁 때까지 교회에 있었다. 나도 일을 마치고 교회로 갔다. 세 명의 엄마 선생님과 자녀들이 모였던 건데 저녁에는 아빠 선생님도 다 모였다. 엄마 선생님들은 아직 달력 만들기를 끝내지 못해서 여전히 분주했다. 그전까지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달력 만들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그저 자기들끼리 놀기 바빴다.
저녁은 흡사 전쟁통이었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짜장면과 볶음밥, 탕수육 등을 시켜서 먹었는데 여기저기서 울고불고 난리였다. 그나마 우리 아이들은 손이 좀 덜 갔다. 아내와 나는 마치 폭풍 속의 고요처럼 식사를 했지만, 나머지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아내와 나는 평안한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폭풍 속은 폭풍 속이라 여간 정신 사나운 게 아니었다. 밥을 먹으면서 피로가 더 쌓인 듯한 기분이었다.
철야예배도 드렸다. 피로도를 생각하면 그냥 집에 오고 싶었지만 교회에 있다가 예배 시간이 되니 집에 오는 것도 영 이상했다. 예배가 시작하기 전에 가서 앉았는데, 이미 그때부터 눈꺼풀이 무거웠다. 아무리 애를 써도 막기가 어렵길래 중간에 잠시 나가서 믹스 커피도 타서 마시고 서서 설교를 들었다.
나도 나였지만 아내나 아이들도 피곤해 보였다. 낮에 달력 만드는 게 꽤 체력 소모가 컸다고 했다. 사실 소윤이의 강력한 희망이 반영되어서 마련된 시간이었는데 정작 소윤이는 엄청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른 자녀들도 마찬가지였다. 한편으로는 자녀들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결과물에 악영향(?) 미쳤기 때문에, 차라리 열정을 잃는 편이 좋기도 했다. 대신 그 수고는 모두 엄마 선생님들의 몫이었다. 엄마 선생님들은 오늘의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년에는 하지 말자”
그래도 아이들의 만족도는 매우 컸다. 만들 때는 관심이 없었지만 다 만들고 나니 다들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일부터 성탄절까지 하루에 하나씩 텐텐을 먹을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성탄과 관련된 성경 구절을 읽고 텐텐을 꺼내서 먹는, 그런 달력이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대하며 기다리자는 의미를 담은 달력이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건지 텐텐을 기다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