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는 괜찮은데 똥은 아직

22.12.28(수)

by 어깨아빠

오전에 교회에 있었는데 잠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났다. 아내와 아이들은 예배를 드리러 왔고, 난 일정이 있어서 나가기 직전이었다. 스치는 만남이라 그런지 더 반가웠다. 잠깐이나마 서윤이를 안고 뽀뽀를 나눈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아내는 오늘도 꽤 늦은 시간까지 교회에 있었다. 내가 집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 도착해서 저녁 준비에 한창이었다. 아내는 저녁에 다시 교회에 가야 했다. 성경공부가 있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마칭 어제 먹지 못한 어묵탕을 끓이느라 시간도 꽤 걸렸다. 아내는 아이들이 저녁을 다 먹기 전에 집에서 나갔다.


피곤이 절정에 이를 때 홀로 남은 일을 해야 하는, 다소 안 좋은 조화였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어제의 후회를 기억하며 오늘은 기필코 짜증을 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훈육은 할 지언정 짜증은 내지 않겠다고. 엉덩이도 내가 먼저 닦아준다고 했다.


“소윤아. 오늘도 엉덩이 닦아줄까?”

“어, 닦아주면 좋은데 아빠 힘들면 안 닦아도 돼여”


못난 아빠다. 여덟 살 딸이 저런 배려 넘치는 대답을 하다니. 소윤이도 시윤이도 서윤이도 모두 씻겼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기껏 엉덩이까지 다 씻기고 잘 준비를 마쳤는데 서윤이가 얘기했다.


“아빠. 똥 쌌어여”


반사적으로 한숨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틀어막았다. ‘기쁘게’는 못하더라도 ‘나쁘게’는 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서윤이를 따뜻하게(?) 닦아줬다. 사실 이것도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아이들을 모두 눕히고 안방에 가니 침대에 옷이 한가득이었다. 오늘 아내와 아이들이 입었던 외투였다. 얇은 걸 껴 입기도 하니까 꽤 많았다. 아내가 미리 말을 하긴 했다. 들어와서 급히 저녁을 준비하느라 옷을 걸지 못했다고. 아이들은 자기 옷을 스스로 거는 게 불가능하다. 옷 거는 봉이 너무 높다. 다 알지만 짜증이 났다. 너무 오래된 일이었다. 몇 년 전부터 막 널브러진 옷을 보며 혼자 화를 삭였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안 되겠다. 옷 거는 봉 위치를 바꿔야겠다’


전동 드라이버는 K에게 빌려주고 없었다. 집에 있는 드라이버는 원래 일자와 십자를 바꿔가며 쓰는 건데 너무 꽉 박혔는지 십자로 바꿔지지 않았다. 봉을 고정하는 나사는 일자였다. 나름대로 갖은 방법을 찾아봤지만 결국 실패였다.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보. 제자반 끝나면 00이네 들러서 전동드라이버 좀 받아와요. 말 해 놓을게요”


K에게도 카톡을 보냈다. 일단 그건 그렇게 두고 주방으로 와서 설거지를 했다. 그러고 났더니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내가 왔다. 전동 드라이버를 가지고. 야심한 밤에 드라이버로 봉의 위치를 바꿔서 달았다. 아내는 덩달아 아닌 밤 중에 정리를 하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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