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01(주일)
소윤이와 시윤이가 아내와 나를 깨워줬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교회에 가야 해서 지체 없는 기상이 필요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덕분에 아내가 먼저 일어났다. 나도 깼지만 조금 더 누워 있다가 거실로 나갔다. 여기저기서 받아 온, 냉동시켜 놓은 떡이 아이들 아침이었다. 받아 올 때는 필요가 없어 보여도 은근히 요긴하게 쓰일 때가 많다. 굶길 수는 없지만 밥을 새로 하기에는 너무 번거롭고 귀찮은 아침에, 아침 식사 대용으로 딱이다.
아내와 내가 동시에 찬양단을 해야 했다. 평소에는 소윤이와 시윤이가 아동부 예배에 가지만 오늘은 새해 첫 예배라 모든 교인이 함께 예배를 드렸다. 아내와 내가 연습을 하는 동안 서윤이를 소윤이와 시윤이가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일단 서윤이는 언니와 오빠 옆에 앉아 있지 않았다. 찬양을 부르는 아내의 옆에 와서 서성거렸다. 연습 시간이라 괜찮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예배 시간이 아니니까 괜찮았다. 예배가 시작되고 나서도 서윤이가 앞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면서도 언니와 오빠가 있으니까 왠지 잘 앉아있을 것 같기도 했다. 예배가 시작되니 셋이 나란히 잘 앉아 있었다.
서윤이는 오늘도 예배가 끝날 때 쯤 잠들었다. 유모차를 예배당으로 가지고 올라와서 옮겨 눕혔다. 서윤이가 탄 유모차를 다시 1층으로 옮겨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생기지만 그게 가장 잠을 안 깬다. 평소에는 아내와 함께 1층으로 옮겼는데 오늘은 그냥 혼자 옮겼다. 들 만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예배가 끝나자마자 먼저 내려가서 밥을 받고 자리를 잡았다. 아마 얼른 먹고 조금이라도 더 놀려고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서윤이는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미리 챙겨 놓은 점심을 뒤늦게 먹었다.
교회에서의 일정은 그게 끝이었다. 밥 먹고 나서도 앉아서 수다를 좀 떨었지만 아직 시간이 널널했다. 새해 첫 날이니 바로 집으로 가는 게 아쉽기도 했다. 그렇다고 거창한 무언가를 하기에는 내일 장거리 운행을 앞두고 있으니 부담스러웠다. 긴 여정의 준비도 해야 했고. 결국 식상하지만 나름의 환기가 가능한 ‘시내 나가서 커피 사서 마시기’를 택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일정이니 ‘너네도 맛있는 거 사 줄게’라는 조항도 넣었다. 일단 원하는 걸 얘기’는’ 하라고 했다. 다 사 주겠다는 건 아니었고, 아이들도 이미 그 정도는 따로 고지가 없어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비요뜨, 서윤이는 스트링 치즈를 골랐다. 집으로 돌아와서 먹었는데 난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소파에 앉아서 조느라 못 봤다.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아내는 수많은 양의 빨래를 개면서 짐을 싸야 했다. 5박 6일의 여정에 필요한 옷과 짐을 싸야 했으니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꽤 성가시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아내에게 준비를 일임하고 난 아이들 저녁 준비와 주방 정리를 도맡았다. 차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고 정리하는 일도 했다.
아이들 저녁은 교회에서 받은 된장국이었다. 점심에도 먹었던 음식이었다. 아이들은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왜? 너무 지겨워?”
“지겨운 건 아니고 원래 된장국을 별로 안 좋아해여”
소윤이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나도 그러니까. 그래도 소윤이는 끝까지 잘 먹었다. 억지로 먹은 건 아니었다. 좋아하지 않아도 맛있게 먹는 게 소윤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시윤이도 마찬가지다. 시윤이는 말은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는데 먹는 건 전혀 안 그래 보였다. 서윤이만 식사 태도가 안 좋았다. 자비와 긍휼이 넘치는 막내가 아니었으면 아마 강도 높은 식사 태도 개선 훈련을 받았을 거다.
아이들 씻기는 것도 내가 했다. 아내는 계속 빨래를 개고 짐을 쌌다. 식구가 다섯에 여섯 날의 짐을 싸야 하다 보니 캐리어도 두 개가 필요했다. 그렇게 부지런히 하지 않았으면 아마 자정을 넘겨서도 한참 짐을 싸야 했을 거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모두 샤워를 했다. 원래 어제 소윤이가 엉덩이를 씻어 달라고 했는데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너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시간이 되면 씻자고. ‘아침에 시간이 되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가능성을 지닌 상황이다. 미안한 마음에 오늘은 먼저 얘기했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건 부모의 기본적인 임무이거늘 그게 그렇게 귀찮을 때가 있다.
재작년 마지막 날과 작년 첫 날에는 뭘 했는지 기억을 되살리려고 그때의 일기를 봤다. 서윤이가 몸이 안 좋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며칠 뒤에 일어날 큰 일의 전조증상이었다. 일기를 읽다 보니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생생해졌다. 내가 겪은, 누구보다 잘 아는 일인데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랬던 서윤이가 눈 앞에서 엄청 발랄하게 개방정을 떨고 있었다. 아내가 만들어 준 일자 앞머리를 하고. 서윤이 못지 않게 까불거리는 시윤이와 둘에 비하면 의젓하기 그지없는 소윤이도 눈에 들어왔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여보. 우리 오늘 애들 방에서 잘까?”
아내는 사정상 우리 방에서 자고 나만 아이들 방에서, 정확히 말하면 서윤이 옆에서 잤다. 거짓말을 조금도 보태지 않고, 내 삶에서 엄청 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다. ‘가장’이라는 수식을 붙여도 거짓이 아닐 거다.